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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표류’ 사례연구

외교아카데미, 레임덕 덫에 걸렸나

서슬 퍼렇던 ‘대통령 어젠다’ 막판 몰려 졸속 진행되는 까닭은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외교아카데미, 레임덕 덫에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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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아카데미, 레임덕 덫에 걸렸나

유명환 장관의 딸 특별채용 논란이 한창이던 2010년 9월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직원조회. 직원들의 표정이 굳어있다.

특정분야의 개혁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장 민감한 계기가 사전에 예상치 못했던 주변의 이해관계 싸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어느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일반론에 가깝다. 문제는 목표가 가진 중요성을 대통령 본인이나 정권 핵심 관계자들이 공유하고 있다면 당연히 이를 돌파해냈어야 한다는 것. 한 학계 전문가는 “명색이 ‘대통령 어젠다’인데 지엽 말단의 이의 제기에 흔들린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국제대학원이 반발하면 ‘경쟁력 있는 놈이 살아남는 것’이라는 논리로 무시했어야 옳았다”고 평했다. 외교부 일각에서조차 “대통령 앞에서 설전을 벌여서라도 조기에 통과될 수 있도록 밀어붙였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원인3 “적(敵)은 내부에 있다”

다음으로 터져 나온 돌발변수는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혜 채용 파동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인사관련 주무부서 관계자들이 줄줄이 감사를 받고 쇄신안을 마련하느라 외교아카데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시간을 흘려보낸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안방에서 피어오른 불을 끄느라 딴 생각을 할 수 없었다는 것. 지난해 12월1일에는 파문 수습 실무작업을 주도하던 외교부 기획조정관실 인사제도팀장이 암으로 숨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논란의 와중에 외교아카데미가 또 다른 특혜 채용의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관련 작업 진행을 더디게 만든 요인이었다. 3차 전형과정에서 심층면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나 해외 경험이 많은 지역 전문가를 20% 선발한다는 부분이 여론의 의혹을 받기 시작한 것. 이러한 관점의 언론보도가 줄줄이 쏟아지자 정권 핵심에서조차 외교아카데미의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안보부처 당국자는 “개혁을 앞장서서 지휘해야 할 조직의 수장이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 돼버린 이 같은 아이러니는 ‘적(敵)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고 촌평했다.

● 원인4 임기 후반 증후군



“이렇게 해서 동력을 상실한 외교관 채용방식 변경문제는 타협안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쟁점은 최대한 빼버리고 가급적 외무고시의 큰 틀을 유지하는 방식의 대안이 모색된 것이다. 그 결과물이 학위 수여 문제나 정원 등 세부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돌린 지금의 정부안이고, 최근에는 타협을 강제하는 가장 큰 ‘떡밥’도 등장했다. 바로 시간의 문제다.”

사안을 주의 깊게 지켜봐온 외통위 관계자의 말이다. 3월7일 외통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정부안 통과를 보류한 국회는 이를 홍정욱, 윤성현, 송민순 의원이 상정한 특별법안과 함께 심의하기로 하고 3월말이나 4월초 공청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정부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는 외교부 측은 “대통령령에 규정하도록 돼 있는 사항들을 상당부분 외무공무원법으로 올릴 수 있다”면서도 “시간이 더 지연될 경우 아예 설립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부족한 형태로라도 일단 시작한 뒤 2~3년 뒤 외교아카데미의 위상이 정착되면 학위과정 개설이나 정원 증가를 통한 경쟁 강화 등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설립하지 못하면 다음 정부에서는 완전히 백지화될 수 있다는 뉘앙스는 특별법안을 상정해놓은 외통위원 세 사람 가운데 두 명이 여당 소속임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논리다. 다시 앞서의 외통위 관계자의 말이다.

“한마디로 외통수다. ‘이렇게 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못 박고 싶지만 책임질 것이냐고 묻는 데 할말이 없지 않은가.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통과된 것도 시간에 대한 부담 때문이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본다. 청와대 일각에서 내심 불만족스러워한다 해도, 일단 정부안이 확정된 뒤에는 그게 ‘공식적인 청와대의 뜻’이 된다. 내년 말 개원을 위해서는 그 6개월 전에 입교생 선발과정을 시작해야 하고 그러자면 올해 6월 전에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여당 의원들이 느끼는 부담은 급속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외교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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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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