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몽골 경제 다시 보기

‘붉은 카타르’ 꿈꾸는 자원대국…고소득 국가 목표 향해 순항 중

  • 김홍진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khj506@sch.ac.kr

    입력2011-04-20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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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광장.

    요즘 몽골의 영자신문인 ‘유비 포스트(UB POST)’를 보면 새로운 광물자원의 발견과 개발에 관한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세계 최대의 미개발 금동 광산인 오유 톨고이(Oyu Tolgoi)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은과 구리가 섞인 대규모 광산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미개발 석탄 광산인 타반 톨고이(Tavan Tolgoi)에 대한 소식과 맞물려 최근 국제시장에서 석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기사가 신문 지면을 차지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몽골은 ‘금덩어리를 깔고 앉아 있는 거지’ 신세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자조적인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막대한 천연자원의 존재를 알고는 있으나, 개발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이 없어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2009년 10월 오유 톨고이 광산 개발 계약이 체결되고, 연이어 타반 톨고이 개발 방식이 확정되면서, 몽골은 바야흐로 본격적 성장궤도 진입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물론 몽골 경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고, 이른바 ‘광산붐’에 편승한 경제 활황은 경제 전체를 불안정하게 하고 경제 체질을 약화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일련의 상황 변화는 몽골 경제에 대한 시각이 재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한국의 처지에서도 당연히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21년 1인당 GDP 1만4000달러 목표

    몽골 정부가 2008년 수립한 몽골의 국가발전전략(National Development Strategy)에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 달성 목표를 2015년 5000달러, 2021년 1만2000달러로 설정해놓았다. 최근 몽골 정부는 이 목표를 2015년 7000달러, 2021년 1만4000달러로 수정했다.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고, 또한 자신감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잠정 집계한 2010년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1인당 GDP는 2600달러 정도다. 몽골도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2009년에는 -1.6% 성장하면서 경제가 후퇴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은 당초 우려하던 것보다는 상당히 양호한 성과다. 몽골은 2010년 경제가 회복되면서 10% 내외의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달러화 약세로 몽골 화폐인 투그릭(Tugrik)화가 15%가량 평가절상됐다. 결국 높은 성장률과 자국 화폐의 평가절상으로 1인당 GDP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몽골 경제의 본격적 성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몽골은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체제전환 국가 중 하나다. 체제전환 초기 몽골은 구소련으로부터 받던 원조 중단과 제반 경제 관계의 혼란으로,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이는 체제전환 국가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겪은 이른바 ‘체제전환 불황’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불황으로 몽골의 경제규모는 2001년에야 1990년 수준을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 몽골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이다.

    그러나 몽골은 2003년 7% 경제성장을 기록한 후 2008년까지 매년 8~10%의 높은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2004년에는 1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은 바가 크다. 몽골의 주력 수출품은 광산물로, 특히 구리와 금의 비중이 높다. 구리 단일 품목이 총 수출의 30~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광물 수출의 비중이 2008년에는 84%에 달했다. 몽골의 주요 수출품은 구리, 금, 석탄, 몰리브덴, 형석 등 광산물과 캐시미어로 구성돼 있다

    몽골의 성장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남고비 지역에서 발견돼 개발 중인 오유 톨고이 금동 광산이다. 세계 최대의 미개발 금동 광산으로 알려진 이곳은 2013년부터 본격적 채굴과 상품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생산이 최고조에 달하는 2019년에는 세계 구리 생산의 6%(90만t)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국제통화기금 국가 리포트 참조). 이로 인한 몽골의 수출은 GDP의 55%, 재정수입은 GDP의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산의 수명은 45년 정도로 예상되며, 생산 추이에 따라 그 수명은 달라질 수 있다. 개발회사인 아이반호(Ivanhoe Mines Ltd)는 2011년에만 2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오유 톨고이의 바로 북쪽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금동 광산을 발견했다고 아이반호는 발표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몽골 경제에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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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서부 어버르한가이 초원에서 염소와 양떼가 풀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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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바트볼드 몽골 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몽골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대변하는 또 하나는 타반 톨고이 석탄 광산이다. 역시 남고비 지역에 있으며 세계 최대의 미개발 코크스 석탄 광산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2011년 말 혹은 2012년 상반기 중 홍콩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를 진행할 예정이며, 상장 금액이 최소 15억달러에서 최대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부존 규모 30억t으로 연간 1500만t의 석탄을 200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으나, 최근 부존 규모가 60억t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총 GDP 규모가 8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몽골 경제의 규모로 볼 때 이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는 어찌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몽골은 이러한 겹경사에 매우 고무돼 있다. 몽골 정부는 이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2011년을 ‘고용지원의 해(Employment Support Year)’로 선포하고 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도로, 운송,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부문과 광산업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2009년 기준 몽골의 경제활동인구가 114만명이고 실업자 13만명, 실업률 11.6%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야심 찬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몽골에는 ‘울란 카타르(Ulaan Qatar)’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는 ‘붉은 카타르’라는 뜻으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laanbaatar)가 ‘붉은 영웅’의 뜻을 가진 데서 유래했다. 몽골도 머지않아 중동의 카타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GDP 국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말일 것이다. 몽골의 공무원이나 전문가 중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1인당 GDP 2만달러는 한국이 먼저 달성했지만, 3만달러는 몽골이 먼저 도달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기도 한다. 바야흐로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의 시대가 재래할 것으로 믿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네덜란드病(Dutch Disease)

    그러나 몽골 경제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2008년 식료품 파동으로 식료품 가격이 한때 50% 넘게 올라 그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27%에 달했다. 2009년 잠시 안정됐던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말부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2011년 20%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몽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몽골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통화관리의 방만함과 재정지출의 과다, 수입물가의 상승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선 자원개발과 관련된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로 통화량 증가 요인이 상존하며, 경제 호황에 따른 국민의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도 통화량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몽골은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최근 석유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수입 인플레이션도 큰 부담이다. 그러나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로 인한 통화량 증가는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수입물가 상승 부분은 몽골의 처지에선 대응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재정지출 과다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몽골 정부는 2010년 공무원 월급을 30%가량 전격 인상했고, 광물자원 개발로 인한 세수(稅收) 증대를 예상하고 미리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도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재정 건전성 회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정치적 포퓰리즘(populism)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행인 것은 2010년 재정책임법(Fiscal Responsibility Law)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재정 적자를 줄이고 정부 차입을 제한하는 등 일련의 재정 건전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몽골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광물자원의 개발 방법과 관리에 관한 것이다. 자원이 많은 것은 분명 경제적 축복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잘 관리돼야만 지속적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 사례를 보면 자원이 많은 나라가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가 침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경우 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저주가 된다.

    자원이 많은 나라는 자원 수출로 일단 경제적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물가가 오르고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이 진행되면 오히려 국내 제조업이 쇠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결국 경제가 침체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네덜란드병(病)(Dutch Disease)이라고 부른다. 1959년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유전을 발견해 호황을 누리게 됐지만, 결국 통화가치 상승 및 인플레이션으로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1960~70년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남미의 브라질, 칠레 등도 자원 수출은 늘어나지만 제조업 수출은 감소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의 하나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몽골과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현재 이런 징후가 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 노동생산성, 환율의 평가절상 등을 비교하는 가운데 이러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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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의 저소득층 가정.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GDP 국가가 되겠다는 몽골의 꿈이 어느 정도까지 실현될 수 있을까.

    3월2일부터 이틀간 열린 몽골경제포럼(Mongolia Economic Forum)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슈가 주로 거론됐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 등을 들어 네덜란드병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반면, 몽골 정부의 장관 및 경제전문가들은 몽골이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자신 있게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몽골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면이 있다. 1990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후 몽골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등 여타 체제 전환국가와 비교하면 양호한 경제관리 능력을 보여왔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고, 이미 여러 차례 이뤄진 정권교체 경험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사회주의 시절의 관행이 남아 있어 정치적 포퓰리즘에 쉽게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동안 수차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 지표 등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들이 부정적인 면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식 발전 모델 채택해야

    결론적으로 향후 몽골은 경제성장 정책을 펴면서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등의 성장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자칫 브라질이나 칠레 등 남미 모델을 따라가면 자원개발은 전혀 축복으로 작용할 수 없을 것이다. 자원개발의 이익을 국가 인프라 발전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잉여자금은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지혜를 찾아야 하는 까닭이다.

    몽골이 풀어야 할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균형의 문제다. 몽골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내륙 국가다. 현재 몽골은 수출물량의 70% 이상을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광물자원이다. 아니 중국에서 몽골의 자원을 모두 수입해 가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몽골 수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는 중국 경제의 변동에 따라 몽골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수입 측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몽골은 에너지를 전량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고, 생필품과 식료품, 소비재 등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 제품도 꽤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두 나라에 비할 바는 아니다. 따라서 러시아 혹은 중국 국경에서 문제가 생기면 몽골의 물자 공급 상황은 곧바로 악화된다. 이는 몽골 자원개발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블랙홀처럼 세계의 자원을 삼켜왔다. 따라서 중국의 처지에서 몽골의 자원개발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중국이 수요독점의 입장에서 몽골 자원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몽골의 자원을 싼값에 오직 중국만 수입했으면 좋겠다는 식이다. 따라서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몽골 자원개발에 참여하거나, 자원을 수입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달갑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몽골은 국제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마당에, 중국과 헐값으로 자원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일본이나 한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쟁체제를 만들고 제값을 받고자 할 것이다. 문제는 운송 경로다. 중국이 통로를 개방해주지 않거나 운송비용을 비싸게 매기면, 한국이나 일본은 몽골의 자원을 수입하기 어렵다.

    방법은 러시아를 경유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자국에 많은 자원을 보유한 덕분에 몽골의 자원을 굳이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몽골이 중국을 통하지 않고 러시아를 경유해 자원을 수출하려면, 긴 철도를 부설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운송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몽골과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남고비 지역의 자원을 러시아 철도와 연결해 운송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몽골이 처한 지역적 균형 문제는 이렇게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그 선택이 무척 어렵다. 혹자는 중국의 접근 방법을 북방공정의 일환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몽골을 결국 중국 영향권 안에 두겠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러시아는 몽골의 오랜 맹방이고, 옛 소련 시절부터 매우 깊숙한 우호관계를 가져온 나라다. 몽골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은 러시아에서 공부해 러시아어를 잘 구사한다. 러시아 또한 몽골과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추구하고 있다.

    제2의 북방시대

    몽골은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다자관계를 통해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0년 몽골로 유입된 해외 직접투자에서 중국의 비중이 감소하고, 대신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비중이 대폭 높아진 것은 이러한 노력의 성과 중 하나다. 물론 이는 캐나다의 아이반호 광산의 투자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

    그 외에도 몽골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한반도의 7배가 넘는 광대한 영토를 갖고 있지만, 인구는 300만명에 미치지 못해 경제발전에 주요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는 그 나라의 노동력 투입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장기적 경제성장 요소로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심해지고 있는 도농격차 및 빈부격차도 몽골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한국과 몽골은 1990년 3월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해 올해로 21주년을 맞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 몽골의 해(The Year of Mongolia in Korea)’로 지정됐고, 3월 하순 수흐바타린 바트볼드 몽골 총리가 방한했다. 그동안 양국은 교역규모의 성장, 직접투자의 증가, 문화 및 학술교류의 확대 등 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교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몽골에서 한국 제품은 최고급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친숙도도 매우 높다. 수도 한가운데에 ‘서울의 거리’가 있고, 여러 대학에 한국어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다. 몽골 내방객 수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더 많지만, 순수한 관광객으로 보면 한국이 가장 많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몽골인의 거부감이 한국인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 관계의 근간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몽골의 총 교역규모를 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비중은 4.2%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 중국은 48%, 2위 러시아는 21%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몽골의 수입 면에서 보면 러시아가 36%, 중국이 25%, 한국이 7% 로 순위는 여전히 3위지만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몽골로 유입되는 해외 직접투자 역시 한국은 중국과 캐나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양국의 경제·사회관계는 상당히 긴밀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북방정책을 시작한 이후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을 줄곧 중시해왔다. 중국은 한국 제품에 대한 최대 수요처이기 때문에 그렇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자원의 관점에서 중시됐다. 몽골의 경제규모가 이들 국가보다 매우 작기 때문에 몽골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제2의 북방시대를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몽골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몽골의 비중을 제대로 평가해줄 때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줄곧 제기돼온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본다. 비록 한국의 교역규모 면에서 볼 때 몽골은 그 비중이 매우 낮지만, 몽골의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몽골 경제가 대폭 성장하면 수입 수요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다. 현재 몽골이 한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제품은 기계류, 부품, 중간재, 전자제품 등이다. 이는 몽골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것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자유무역협정은 한국 기업에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반면 몽골은 상품교역보다 인적 교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약 4만명의 몽골인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즉 한국이 인도와 체결한 CEPA(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형태가 양국 관계에 더욱 적절한 것이 될 수 있다.

    3월 바트볼드 몽골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 몽골 신문에는 관련 기사가 크게 보도됐다(몽골은 이원집정부제여서 총리가 내각을 책임지는 실권자다). 양국 정상이 철도,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 부문에서 양국 간 투자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으며, 이 대통령이 연내 몽골을 공식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하면 현재 ‘선린우호협력을 위한 동반자 관계’인 양국 외교관계가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기회의 땅, 몽골

    3월3일 몽골경제포럼이 종료되는 만찬 자리에서 몽골의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몽골은 자유의 나라, 민주주의의 나라, 기회의 나라”라고 역설해 참석한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다. 물론 이 말을 정치적 수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지성인으로서 그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것은 몽골의 밝은 장래에 대한 대통령의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몽골 경제에 대한 정기적 자문을 맡고 있는 IMF 관계자도 몽골에 물가 안정과 재정 건전화 등을 주문하면서 향후 몽골은 광물자원 개발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며, 이는 곧 몽골 국민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은 여전히 1인당 GDP 3000달러 이하의 개발도상국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그럼에도 몽골 경제는 분명히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10년 이내에 몽골의 경제규모가 다섯 배 이상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기회를 놓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몽골 경제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몽골 경제를 재평가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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