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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체험

‘진정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흥부기행

‘친환경·나눔·이노베이션을 실천하는 흥부가 살아 있다’

  • 이명재| 저널리스트 promes65@gmail.com

‘진정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흥부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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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흥부기행

흥부기행 참가자들이 전북 남원 인월요업의 전시장을 구경하고 있다.

13년간 흥부기행이 다녀간 곳은 50곳을 훌쩍 넘는다. 다시 찾아간 곳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매년 새로운 곳을 찾는다. 최근 다녀온 곳을 열거해보면 전남 곡성의 발아현미 전문업체인 ㈜미실란(美實蘭), 섬진강 기차마을, 자활 공동체인 새벽영농조합, 건강힐링체험 마을인 안덕 파워빌리지, 세계 최초 ‘물고기마을’, 광양의 홍쌍리 매실농장, 지리산 야생화에서 세계 최고급 향수를 개발한 사례, 생태농법으로 대박을 터뜨린 괴산군, 나비로 대박을 터뜨린 함평군 등이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열매를 아름답게 맺자는 뜻의 미실란 마을, 전라선 철도 이전으로 무용지물이 된 섬진강변의 폐철도를 인수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 유기농 농산물인 새벽상추를 재배하는 ‘순환영농’ 방법으로 저소득계층의 자립을 모색하는 새벽영농조합 등은 모두 흥부경영에 입각한 혁신과 나눔의 정신을 보여주는 곳이다.

휴머니즘 있어야 진정한 대박

여기서 ‘대박’이라는 말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흔히 얘기하는 벼락부자를 의미하는 대박으로 오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흥부기행에서 대박의 의미는 제비가 가져다준 박씨에 담긴 의미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볼 수 있다. 흥부기행이 말하는 대박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못 버는 게 기준이 아니다. 무엇보다 흥부의 마음처럼 그 바탕에 휴머니즘이 살아 있어야 한다. 또한 대박은 세간에서 말하는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흑자를 내고, 큰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를 기준으로 성공 아니면 실패로 구분 짓는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 사업이 보여주는 가능성, 우리 사회가 지켜주고 키워줘야 할 가치가 있느냐, 지금은 어렵고 실패한 듯 보여도 북돋워주고 응원을 보내주면 상당한 성취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올해 찾아간 전북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멍덕골의 ‘좋은 마을’이 그 좋은 사례다. 이곳에는 7년째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오고 있는 이남곡 대표가 살고 있다. 서울대 법대에 다니던 청년 시절 반독재 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나온 이후 인간의 삶, 인간의 진보에 대해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그는 간디가 꿈꾸었던 작은 마을에서 공동체적 삶을 구현해보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이곳에서는 생산자의 ‘마음 씀’을 제일의 기술로 한다. 이곳의 자연조건은 밭작물과 장류를 생산하는 데 최적이지만 아무리 좋은 옥토라도 사람이 아니면 이루어낼 수 없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듯 생산물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한다. 이곳에서 재래 방식으로 생산되는 된장과 조선간장, 고추장, 청국장, 장아찌, 고추, 마늘 등에는 첨가물이나 화학비료,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가축의 분뇨와 쌀겨, 깻묵 등으로 만든 자가 비료를 쓰는 이곳의 연간 매출은 1억5000만원 정도. 경제적 채산성이 걱정스러웠던 듯 일행 중 하나가 수지가 맞느냐고 묻자 이남곡 대표는 “이 정도면 대박이죠”라고 말한다. 채산성과는 별개로 좋은 마을의 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대박이라는 의미였다.

숙소로 자주 이용하는 인산가(仁山家)도 하룻밤 잠을 자고 가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경남 함양군 삼봉산 기슭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인산가는 민속 한의학자인 인산 김일훈 선생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다. 허준의 스승으로 알려진 산청 유의태 의원의 현신이라고 불린 인산 선생이 난치병 환자를 맞아주며 활인구세(活人救世)의 큰 뜻을 펼치던 곳이다. 김일훈 선생은 1909년에 태어나 16세 때부터 광복운동에 가담, 일본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다녔는데, 그 와중에도 가는 곳마다 병자들을 치료했다고 한 전설적인 명의(名醫)였다. 그를 찾아온 환자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었다. 그의 인술과 인본 정신, 그의 삶 자체야말로 흥부 정신의 한 구현이었다.

배움으로서의 기행

흥부기행에서는 항상 첫날 저녁 시간에 세미나가 열린다. 흥부정신을 큰 주제로 한 다양한 내용에 대해 발제와 토론이 벌어진다. 예컨대 ‘흥부정신과 구조조정의 대안에 대한 모색’ 식이다.

그러나 흥부기행이 학습 기행인 것은 이처럼 세미나가 열려서만이 아니다. 사실 길을 떠나는 것은 그 자체가 배움이다. 책 아닌 책을 읽는 것이다. 그건 길을 떠난 이가 마음이 열려 있고 배울 의지가 있다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문제의식을 만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문제의식과 생각을 더욱 벼리고, 한편으론 다른 이의 문제의식과 안목을 접하게 된다. 흥부기행은 바로 배움으로서의 여행의 한 모범을 보여준다. 흥부기행에서는 늘 토론하고 논의한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근책(根策)과 근책(近策), 원인(原因)과 원인(遠因)에 대한 의견 교환이 활발히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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