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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맞고소로 본 기업 특허 전쟁

소프트 지식재산의 부상 시장 선점 놓고 전략적 ‘기 싸움’

  • 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애플-삼성 맞고소로 본 기업 특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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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맞고소로 본 기업 특허 전쟁

성공적인 특허경영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벤처기업 인스프리트의 전시 부스.

양사 간 소송은 어떻게 끝날까. 서로의 이해관계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송이 끝까지 갈 경우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기술은 크로스 라이선싱을 하거나 로열티를 주는 방법도 있다. 조용식 변호사는 “소송 시작과 종료 모두 전략적 차원에서 한다. 두 기업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어떻게 해야 가장 이득이 될 것이냐를 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애플과 삼성전자의 대결은 최근 세계 시장에서 벌어지는 ‘스마트폰 특허 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IT전문지 ‘컴퓨터월드’는 이 전쟁을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특허 전쟁을 펼치는 진영은 크게 4파로 나뉜다. 애플, 노키아·MS, 안드로이드 진영(구글·삼성전자·HTC·모토로라 등), 기술특허 전문기업 진영이다.

특히 노키아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MS와 손잡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을 모두 압박하고 있다. 노키아는 현재 애플을 상대로 모두 46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는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뺏겼다. 따라서 소송을 통해 애플의 이미지를 흠집 내며 신제품 개발 시간을 버는 것이다.

특허 출원 세계 4위, 하지만…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국내외 기업 간 ‘특허소송’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외 기업 간에 제기된 특허소송은 611건. 2004년 41건이던 것이 2005년 51건, 2006년 54건, 2007년 96건, 2008년 115건, 2009년 125건, 2010년 114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진행한 것은 460건(75.3%).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151건(24.7%)을 크게 웃돈다. 이는 특허로 수익 창출을 극대화해온 서구 글로벌 기업과 ‘수동적 방어’에 치중해온 한국 기업의 전략적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결과다.

특허 출원 규모 세계 4위라는 명성과 달리, 한국 기업의 특허관리 시스템은 미약한 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9년 3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식재산 전담 부서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26.7%가 ‘없다’고 답했다. ‘있다’고 대답한 회사의 73.3%는 부서장의 직급이 부장(45.5%)이나 차장 이하(18.2%)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많은 특허를 보유한 데 비해, 수익 창출과 방어 역량은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국 특허 등록 건수 1, 2위를 차지한 IBM(5860건)과 삼성전자(4551건)가 특허로 벌어들인 수익을 비교해보자. 18년 연속 미국 최다 특허 취득을 기록한 IBM은 특허수입으로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의 수익을 거둘 뿐이다. 이는 특허를 보는 두 회사의 시각차에서 기인한다. IBM이 특허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생각했다면, 삼성전자는 ‘연구개발의 부산물이자 제품 생산에 필요한 도구’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한국 기업의 특허 경영 수준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2006년 실시한 ‘기술경영 수준평가’ 자료를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평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기술경영 수준은 1세대에서 4세대까지 발전단계 중 2.6세대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기술경영 수준이 ‘연구개발 관리를 통한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2세대를 넘어, ‘전사적인 차원의 전략적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3세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규모별 기술경영 수준을 보면 연구개발투자 상위 20대 기업은 3.3세대, 대기업은 2.8세대, 중소기업은 2.6세대로 나타났다. 연구개발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일수록 기술 경영 수준이 높았다.

5년 전 평가인 만큼 현재 기업의 특허 경영 수준은 보다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는 “상당수 국내 대기업이 아직도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주력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4세대 기술경영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4세대 기술경영 단계에 진입한 기업으로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꼽힌다.

숱한 글로벌 특허 분쟁에서 얻은 교훈 때문일까. 국내 주요 대기업의 특허전략은 ‘방어’에서 ‘적극적 주도’로 급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월 IBM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두 회사가 ‘특허 공동 활용’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취지다. 최대 글로벌 IT기업인 두 회사의 결합은 새로운 IT 트렌드의 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강함으로써 시장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 삼성전자가 얻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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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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