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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산정(山精)으로 불리는 신선의 약초 하수오

산정(山精)으로 불리는 신선의 약초 하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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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 덕분인지 시중에 유통되는 야생하수오는 값이 꽤 나간다. 어지간하면 근(600g)당 15만~20만원이다. 오래된 것들은 감정가가 억대를 호가한다. 가히 천종산삼에 필적하는 몸값이다. 200년쯤 된 초대물 하수오가 나오기도 하는데 거의 본초강목에서 말하는 ‘산가’ 또는 ‘산옹’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아마추어 심마니들의 하수오 사랑이 요원의 불길 같은 것도 조금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속된 금전적인 이유가 아니어도 산행 중에 하수오를 캐는 일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피톤치트 가득한 숲 속을 헤매니 당장 건강에 좋고, 또 몇 시간의 사투 끝에 하수오 한 뿌리를 캐면 ‘야생의 회복’이라고 할 만한 기쁨이 충만해진다. 바다에서 릴낚시를 하는 낚시꾼의 손맛을 이에 견줄까. 게다가 덤으로 현장에서 생생한 약초 지식을 얻게 된다. 전문 한의사도 상대하기 어려운 ‘재야 본초학’의 고수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어쩌면 ‘하수오 로망’은 의료전문가 집단에 의해 독점된 차디찬 현대의학에 전적으로 몸을 내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서 나온 것 아닐까. 사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히가 지적했듯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병든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의료전문직의 중심사업”이 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수오와 관련된 흥미로운 영화가 하나 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중국인 영화감독 다이시제의 ‘식물학자의 딸(Les Filles Du Botaniste)’이 그것이다. 밍과 안 두 여인의 동성애를 그린 퀴어 영화인데, 시제 감독은 섬 하나를 통째로 약초원으로 꾸며서 갖가지 기화요초를 보여주며 다채로운 중국약초의 세계로 안내해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이 영화에 식물학자인 안의 아버지가 하수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적하수오는 수컷, 백하수오는 암컷



“하수오의 학명은 폴리고눔 몰티플로룸이다. 한의학에서는 신장과 간의 질병을 치료하며 옛 의서에서는 이 약물을 처방해 남자의 성기능장애를 치료했다.”

여기서 폴리고눔 몰티플로룸은 하수오의 학명이긴 한데, 적하수오의 학명이다. 중국에서는 하수오 하면 대개 적하수오를 가리킨다. 백하수오의 학명은 시난춤 일포디다. 둘 다 하수오로 불리지만 과(科)가 전혀 다른, 서로 무관한 식물이다. 분류학상 적하수오는 마디풀(여뀌)과에 속하고 백하수오는 박주가리과에 속한다. 백하수오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며 지역에 따라 은조롱, 큰조롱, 새박덩굴 등으로 불린다. 이 둘은 약으로 쓰이는 뿌리의 생김새도 확연히 다르고 뿌리색깔도 다르다.

둘의 기미(氣味)도 아주 다르다. 맛을 보면 적하수오는 쓰고 떫고 자극적이어서 날로는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쥐눈이콩(검정콩) 등을 넣고 시루에 쪄서 수취해 쓴다. 반면에 백하수오는 전분이 많고 맛이 고구마나 배추뿌리와 비슷해 그냥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다. 독이 없어서 구황기에 식량대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데도 희한하게 잎 모양새는 무척 닮았다. 잎만 보면 언뜻 잘 구분이 안 된다. 둘 다 덩굴식물이라는 것도 닮았다. 동명이물인 이 둘의 관계가 이 때문에 좀 복잡하다. 하나는 암컷, 하나는 수컷이라는 것이다.

17세기 초 중국 명나라 때 왕기가 편찬한 박물도감 ‘삼재도회(三才圖會)’는 하수오라는 항목 안에 적하수오는 수컷(雄), 백하수오는 암컷(雌)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본초서가 그런 식인데 우리나라 동의보감도 ‘붉은 것은 수컷, 흰 것은 암컷이다. 일명 교등(交藤), 야합(夜合), 구진등(九眞藤)이라고 한다’고 쓰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처럼 얽히므로 교등, 밤에 은밀히 교합한다고 해서 야합이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와전돼서 우리나라 약초꾼들도 하수오가 암수 다른 식물로 서로 떨어져 있다가 밤이 되면 서로 엉켜 안고 지낸다거나, 하수오 한 뿌리를 발견하면 반드시 그 주위에 한 뿌리가 더 있으며, 밤중에 교합해 음기를 얻은 것이 약효가 더 있다는 등의 얘길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수오를 분류하기 위해 쓴 ‘자웅’이라는 용어를 약초꾼들이 너무 신비화한다는 감이 있다.

반로환소하는 약효

하수오는 그 이름부터가 반로환소(反老還少) 하는 신비로운 약효에서 유래한다. 옛날 중국에 하공(何公)이라는 노인이 있었다. 그가 야생의 약초뿌리를 캐 먹었는데 백발이 검어지며 젊음을 되찾았다. 그로부터 하공의 하(何), 머리를 뜻하는 수(首), 까마귀처럼 머리칼이 검어져 오(烏)를 써서 약초의 이름이 하수오가 됐다고 한다.

당나라 때의 유학자 이고(李·#53701;)의 ‘하수오전’은 한 가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재미있다. 순주 남하현에 하수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수오의 할아버지 이름은 능사(能嗣)고 아버지 이름은 연수(延秀)다. 원래 능사는 사람 구실을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해 환갑이 되도록 노총각으로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산에서 캔 하수오 뿌리를 1년여 복용하고는 온갖 지병이 없어지고 흰머리가 검어지고 기력이 젊은 사람처럼 되었다. 장가도 들어 연수를 비롯해 자식을 여럿 얻었다. 아들 연수도 이를 먹고 수명이 160세에 이르렀다. 그의 아들 수오 역시 나이가 130세가 되었어도 머리칼이 젊은이처럼 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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