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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교수가 쓰는 ‘시대정신과 지식인’ ⑥

자연과학 연구 선구자 정약전… 모더니티 추구한 종합과학자 정약용

정약전과 정약용

  •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kimhoki@yonsei.ac.kr

자연과학 연구 선구자 정약전… 모더니티 추구한 종합과학자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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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모더니티에 정통

이 시가 씌어진 1801년은 그의 기나긴 유배가 시작된 해다. 이런 내용의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정약용의 처지가 충분히 이해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으로 지식인을 내몰았던 당시 사회구조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약용은 막내였다. 큰형은 약현, 둘째 형은 약전, 셋째 형은 약종이었으며, 누나가 있었는데 남편이 이승훈이었다. 또 큰형의 처남은 이벽이었고, 그 사위는 황사영이었으며, 이승훈의 외삼촌은 이익의 종손이자 당시 기호 남인을 이끌었던 이가환이었다.

이들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우리 역사의 한가운데를 걸어갔던 지식인들이었다. 이기환과 정약용은 채제공의 뒤를 이어 기호 남인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이자 정조 개혁정치의 한 구심을 이뤘다. 이들의 비극은 1800년 정조의 돌연한 죽음 직후 시작됐다.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정약종, 이승훈, 이가환은 처형됐으며, 곧 이은 황사영 백서사건에서는 황사영이 처형됐다. 그리고 정약전과 정약용은 모진 고문을 받은 후 기나긴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됐다.

이번 기획에서 다루고자 하는 두 명의 지식인은 바로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다. 조선 후기라는 시대적 구속을 고려할 때 이 두 사람은 이례적인 지식인이다. 그 이례성은 이들이 누구보다도 서학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이벽으로부터 서학과 천주교를 배웠으며, 천주교를 결국 떠났지만 당대 지식인으로서는 서구의 모더니티에 상당히 정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귀양이라는 더없이 고단한 나날 속에 정약전과 정약용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지식인의 본분인 연구와 저술을 계속해나갔다. 특히 정약용은 위기로 나가는 조선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개혁 담론을 치열하게 모색해나갔다. 정약용과 정약전이 유배 시기에 이룬 업적은 전통사회의 시대정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청한 것이자 새로운 시대정신을 예감케 하는 것이었다.

수산학의 고전 ‘자산어보’

정약전(丁若銓)은 1758년(영조 34년)에 경기도 광주(현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에서 태어났다. 자는 천전(天全)이며 호는 손암(巽庵)이다. 아버지는 재원이며 어머니는 윤씨 부인이다. 정약전은 어린 시절부터 기호 남인의 대표적 지식인이었던 이익의 학설을 익혔으며, 이익의 제자인 권철신 문하에서 학문을 더욱 연마했다. 1783년 사마시에 합격해 진사가 되고 1790년 문과에 급제함으로써 전적·병조좌랑 등의 관직을 역임했다.

정약전은 친척인 이벽, 이승훈 등과 긴밀히 교유했는데, 이들을 통해 서양의 자연과학을 배우고 천주교 교리를 익혔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정약전은 전라남도 신지도에 유배됐으며, 곧 이은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다시 흑산도로 유배지를 옮겼다. 섬의 청소년들을 가르치면서 연구를 계속해온 정약전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1816년(순조 16년) 흑산도에서 숨을 거뒀다.

정약전이 우리 지성사에 주목할 지식인으로 기억되는 것은 바로 이 유배 시절에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저술했다는 데 있다(연구자들에 따라서 이 책은 ‘현산어보’라고도 불린다. ‘玆’을 ‘자’가 아니라 ‘현’으로 읽을 수 있다는 주장인데, 여기서는 자산어보라는 견해를 따른다). 정약전은 흑산도 근해의 생물을 조사하고 연구해 이를 책으로 기록했는데, 자산어보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당시 수산생물 155종에 대한 이름·분포·형태·습성 및 이용 등의 매우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채로운 자연과학 저작이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자연과학에 대한 저작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철학과 윤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과학과 기술을 경시하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우리 전통사회에서 뛰어난 자연과학 저작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자연과학의 기본적 방법론은 관찰이다. 정약전은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자산어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수산생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저술된 김려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와 함께 자산어보는 전통사회의 어류 연구에 더없이 소중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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