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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지속가능경영 점검

국제표준 외면, 실상은 홍보용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한국 대표기업 지속가능경영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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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 이중규제

SK텔레콤의 채무불이행자 이중규제 논란은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서 의원은 “SKT가 요금미납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요금 연체자에게 채권추심업체로 변제업무를 이관한 뒤 다시 신용평가사에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해 사실상 이중 제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T는 2010년부터 채무불이행자 등록 기준을 기존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낮춰 그 대상자가 크게 늘었다. 2010년 9월 현재 전년도 2만3248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만3876명이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국감 때 지적된 점을 감안해 올해 3월부터 채무불이행 등록을 100만원 이상 연체 고객에 대해서만 시행하고 있고, 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자에 대해서는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27일 발간될 예정인 2010년 지속가능보고서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보고서에 담는 내용은 한 해 전의 자료이기 때문에 올해 개선된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채권 추심 기준 및 신용불량 등록에 대한 내용은 포함된다 해도 2012년 지속가능보고서에 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SKT는 2006년 처음 CSR 보고서를 발행한 뒤 중단했다가 다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연속 발행했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는 2007년 5월에 가입했다.

기업 내재화 중요

이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하는 그룹이면서도 이처럼 핵심 비즈니스의 중대 사안을 사회책임경영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바꿔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CSR 전문가인 양인목 더에코(TheEco) 대표는 “지속가능경영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홍보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들이다”라고 분석했다. 양 대표는 바람직한 CSR을 위해 우선 짚어봐야 할 부분으로 △CSR 전략이 기업에 내재화돼 있는가 △이사회에서 CSR 의제를 다루고 있는가 △CSR에 대한 CEO의 메시지가 분명한가 △ 연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환경 사회 등 CSR 이슈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는가 등 네 가지를 꼽았다.



“CSR을 잘하려면 회사가 갖고 있는 원래 비전(경제적 가치만으로 짜둔 매출목표 등 세부 전략)을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은 CSR 활동을 통해 실제 매출을 향상시키고,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원합니다. 그러려면 실제 회사가 운영되는 방식에 맞게 지속가능발전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합니다.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뭔가, 그것을 달성하는 데 지속가능성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기업 DNA로 내재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면 회사 비전과 지속가능성 비전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아요.”

연결고리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회사의 비전을 경제·사회·환경 3대 축으로 나눠서 재배열하기만 해도 큰 진전이 생깁니다. 예컨대 기업 현장에서 환경적 성과를 얻으려 할 때 사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마다 품질개선 원가절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거기에 환경 항목을 추가하면 바로 그것이 지속가능경영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외국 바이어들이 국내 기업에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연결고리를 찾은 기업이라면 당당히 그 성과를 밝힐 수 있게 될 겁니다.”

‘녹색분칠’

CSR 전문가 A씨는 또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실제 담아야 하는 부분들을 담지 않고 홍보 차원에서 잘하는 것만 담으려 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CSR 담당자나 팀이 홍보부서에 속해 있다면 기업이 CSR 활동을 바로 홍보에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CSR을 홍보 차원에서 접근하면 피상적인 것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지 세탁’이자 ‘녹색분칠(greenwash)’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회사 전체의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예컨대 홍보 차원에서 CSR을 접근하는 회사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한 번 내고 나면 더 담을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한 번 발간한 뒤 몇 년간 업데이트하지 않는 회사가 나오는 겁니다. 당연히 목표나 방향에 대한 고민들도 새로울 게 없어집니다. 실무 담당자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보고서 무용론이 제기되고 인력과 부서도 축소됩니다.”

조사해보니 큰 기업의 CSR팀은 대개 홍보실 안에 소속돼 있다. 반면 삼성전자, 케이티앤지, 현대제철, LG전자, SK케미칼 등이 별도의 CSR팀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기업들은 CSR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가 보고서를 낸 뒤 해산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공헌팀을 별도 조직으로 두고 있는 기업도 많은데, CSR 전문가 A씨는 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CSR을 사회공헌과 같은 개념으로 혼동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은 CSR보다 작은 개념입니다. 기업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서 남는 돈으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CSR이고 사회공헌이라면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CSR의 취지는 기업이 사회에 이로울 수 있는 일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 일의 영향으로 사회도 좋아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동반성장, 상생의 추구라는 요즘 비즈니스 환경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래서 더 적극적인 이행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지배구조, 근로조건, 지역사회참여, 인권 등 사회적 책임 관련 정보 공시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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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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