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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케이트 결혼 英 침체 관광산업 · 노쇠 왕실 살렸다

영국 왕실 결혼의 정치경제학

  • 영국 런던=성기영│워릭대 국제정치학 박사 sung.kiyoung@gmail.com

윌리엄-케이트 결혼 英 침체 관광산업 · 노쇠 왕실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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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은 그동안 몇 년 만에 한 번씩 치러지는 왕족의 결혼식을 통해 고급스럽고 다양한 왕실 기념품을 선보여왔다. 이러한 기념품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들은 왕실 가족들의 결혼 소문이 나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수백 가지의 기념품을 생산해낸다.

이들 기념품 제조업자들의 선투자는 윌리엄-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을 계기로 대박을 터뜨렸다. 업계에서는 이들 로열 커플의 사진이 들어간 머그잔, 깃발, 수건 등 다양한 기념품 판매만으로 2600만파운드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한다.

그뿐만 아니라 약혼식과 결혼식을 거치면서 케이트 미들턴이 입었던 옷이나 착용했던 액세서리 브랜드들도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 한때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미셸이 애용하는 브랜드가 반짝 호황을 누린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반짝 효과도 이번 로열 웨딩이 영국 관광산업에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안겨다줄 노다지에는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할 것 같다. 세기의 로열 커플이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마차 행진을 통해 20억 시청자에게 보여준 런던 시내 명물들은 하나하나가 런던 관광의 아이콘이다.

재정적자 속 우려 목소리도



영국 관광청은 이번 로열 웨딩이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영국 경제에 가뭄 끝 단비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관광청은 이번 로열 웨딩의 배경이 된 런던의 명소들을 찾는 관광객의 행렬이 최소한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숫자로만 따지면 총 400만명의 관광객 증가와 20억파운드 정도의 관광 수입 증가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축제 분위기 속에 끝난 이 세기의 결혼식이 이런 긍정적 효과만을 안겨다주었을까. 물론 아니다. 특히 영국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재정적자에 짓눌리는 상황에서 이런 호화판 결혼식이 납세자 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나절도 못 되는 짧은 구경거리를 위해 영국 납세자들이 부담한 비용은 1000만파운드 (약 180억원)에 달한다. 이번 로열 웨딩은 세계 각국의 국왕, 왕비, 왕세자 등이 총출동한 초특급 경호 행사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경호와 보안 업무에 들어간 비용만도 700만파운드나 된다.

결혼식 행사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이야 왕실 예산으로 부담한다고 치더라도 경호, 경비와 행사 홍보, 취재 지원 등 간접 경비는 고스란히 정부 예산에서 지출됐다. 또 행사 전후 장내 정리, 청소 등에 드는 비용 역시 해당 지자체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번 왕실 행사를 책임진 문화관광체육부 측은 과다 지출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심지어 버킹엄궁 주변에 진을 친 방송사에 중계 부스를 설치해주고 6만파운드 가량을 회수했다고 밝힐 정도로 ‘적자 행사’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재정 적자의 여파로 공무원들이 잇달아 일자리를 잃고 자녀 보육 수당이 잘려 나가는 상황에서 납세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돈 씀씀이를 최대한 규모 있게 해나가야 한다는 요구 앞에서는 왕실 가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혼식 후 버킹엄궁에서 열린 피로연도 최대한 간소하게 치렀다. 그뿐만 아니라 신부 측인 미들턴가(家) 역시 결혼예배에 쓰인 꽃 장식과 신부의 웨딩드레스, 공식 및 비공식 피로연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분담함으로써 왕실의 검소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여전히 왕실 결혼식 날짜를 4월29일 금요일로 택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5월2일(월)까지 4일 동안 각급 사업장이 문을 닫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영국의 5월 첫째 월요일은 휴무일이다). 특히 이 4일 연휴는 부활절 4일 연휴가 끝난 지 사흘 만에 다시 찾아온 것으로 적지 않은 자영업자가 4월 말~5월 초에 걸쳐 열흘 넘게 셔터문을 내려놓는 초특급 황금연휴가 이어지기도 했다.

영국의 경영자총협회(CBI)에 따르면 금요일인 로열 웨딩이 낀 4일 연휴로 인해 약 60억파운드에 달하는 생산성 하락 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RBS)도 이번 연휴가 2분기 경제성장에 0.1% 정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심각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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