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이미지 브랜드화 박차
색다른 사업 마인드로 출발한 1인 기획사도 있다. 지난해 4월 고현정의 남동생 고병철씨가 설립한 아이오케이컴퍼니다. 유재석과 함께 스톰이앤에프에 몸담았던 고현정은 계약기간이 끝난 지난해 8월 이 회사로 이적했다. 고 대표는 김종학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출신으로 MBC 드라마 ‘이산’과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제작에 참여했다. 고 대표와 고현정이 공동 투자해 만든 이 회사는 고현정의 브랜드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직원 4명에 자본금 3억원의 소규모로 출발했지만 설립 1년 만에 직원이 10여 명으로 늘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현재 회사는 고 대표와 지성욱 대표가 함께 꾸려가고 있다. 고 대표는 매니지먼트를 전담하고, 고 대표와의 인연으로 회사 경영을 맡은 지 대표는 그 외 사업과 전반적인 경영을 담당한다.
지 대표는 “KT에서 근무할 때 드라마제작사 지분 인수에 관여하며 연예계 전반을 알게 됐다. 고 대표와 만나 연예계 비즈니스 다각화, 특정 연예인의 브랜드화에 대해 논하다 서로 이 회사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고현정씨라면 마사 스튜어트나 오프라 윈프리, 제니퍼 로페즈처럼 브랜드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회사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화는 기존에 스타가 가지고 있는 고유 이미지로 지속 가능한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며 “최근 고현정씨가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의 기획과 마케팅에 참여한 것은 그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톱스타와 대형기획사 공생 어려워
지 대표에 따르면 고현정도 지금의 시스템에 흡족해하고 있다고 한다. 연기 외에 관심을 두고 있던 뷰티,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의 의견이 반영돼 상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이 회사를 한국 실정에 맞는 에이전시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는 지 대표는 “고현정의 브랜드화가 작품 출연에 국한된 연예 비즈니스의 성공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연예 관계자들은 대부분 1인 기획사 설립 붐이 정상급 배우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예전처럼 스타라고 해서 전속계약금을 두둑이 챙겨주는 곳도 없고, 이제 기획사 스스로도 불리한 수익배분 조건을 감수하며 스타를 데리고 있어봤자 적자만 누적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 윈윈(Win-Win)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톱스타급의 전속계약금은 1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매니지먼트업계로 물밀듯이 들어온 금융권의 막대한 투자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지면서 전문 기획사들이 코스닥 상장을 꾀하며 기업화한 탓이다. 이들 기업형 매니지먼트사들은 톱스타 영입으로 주가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속계약금을 경쟁적으로 올렸다. 수익도 스타와 소속사가 9대1, 심지어는 10대0으로 나누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정영범 아이제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대형기획사들의 베팅이 결국 연예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스타들의 욕심만 키웠다”며 “자승자박이 따로 없다”고 꼬집었다. 김상영 IHQ 이사는 “2000년대 초반 한류 열풍으로 배우들의 몸값이 실제 이상으로 뛰었다. 버블이었다. 당시 계약금이 10억원이 넘었다. 배우와 기획사 간의 수익배분율이 10대0, 11대0까지 갔다. 11대0은 있을 수 없는 건데 세금까지 소속사가 감당하는 조건이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2000년대 초중반 막강파워를 자랑하던 기업형 매니지먼트사 가운데 살아남은 곳은 IHQ뿐이다. 에이스타즈, 윌스타, 싸이클론 등은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5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때는 엔터테인먼트주의 인기로 투자 열풍이 불어 호황을 누렸지만 10억원을 호가하는 계약금에 9대1의 수익배분, 2~3년의 계약기간은 불합리한 조건임에 틀림없다. 10억원을 받는 톱스타라도 1년에 광고수익이 많아야 40억원이다. 그중 소속사 몫은 10%인 4억원인데 스타크래프트 같은 고급 차량 유지비에 진행비와 식대, 매니저 인건비까지 감당해야 하니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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