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호

스마트폰 쓰면 ‘집중 못하는 뇌’ 된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입력2011-05-23 16:0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마트폰 쓰면 ‘집중 못하는 뇌’ 된다

    아이폰4와 갤럭시S2.

    3D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기차표를 예약하고 관공서에 서류를 신청하는 등 생활에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에는 거의 매일 스마트폰에 관한 기사가 실린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안에 2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의 생활 습관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인 채 내내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의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들고 다니며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업무와 오락의 경계를 넘나들게 됐다. 이미 PC방 컴퓨터나 집 텔레비전 시청을 통해 즐기던 오락 기능의 상당수는 스마트폰에 통합돼 있다.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고 녹화한 방송 내용을 받아서 볼 수도 있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일정 관리 같은 단순 기능을 넘어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업무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의 몰입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미래와 관련해 개인용 컴퓨터(PC)를 대체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PC 관련업체들은 겉으로는 개의치 않은 척하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여파로 올 1분기 국내 PC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줄어들었으며 2분기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은 더 빠른 칩과 더 선명한 화면을 채택하고 있다. PC와 맞먹는 기능의 애플리케이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화면만 작을 뿐 머지않아 스마트폰은 PC가 하는 일을 거의 다 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지금은 사진 작업, 고해상도 동영상, 다중 접속 게임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곧 해결해줄 것이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은 스마트컴퓨터라고 불러야 마땅할 정도가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을 PC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몇몇 회사에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성능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고 도킹 시스템으로 키보드, 마우스, 프린터, 모니터, 텔레비전 같은 주변 장치와 자동으로 연결된다면 굳이 가정이나 회사에서 여러 대의 PC나 노트북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모든 것에 접속한다’는 꿈에도 다가가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통화, 메시지, 전자우편을 쓸 수 있고 비용과 접근 경로가 문제가 될 뿐 이론상으론 문서든 동영상이든 음악이든 언제든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정보를 제공할 상대가 있다면 실시간으로 온갖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로 사회적 관계를 풍부히 할 수 있다. 증강현실을 통해선 원하는 맛집과 상점을 찾아갈 수도 있다. 자신의 취향과 요구 사항을 설정해놓으면 길을 걸어갈 때 필요한 정보나 광고가 나온다. 놀이공원 입구를 지나칠 때 스마트폰에 “표를 사겠습니까”라는 물음이 떠오르면 “네”라고 누르기만 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직장에서 스마트폰의 칩들을 공유해 공동의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명동에 있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위치 파악 장치를 이용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동의와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발전은 위치 기반 시스템과 사회적 접속을 전제로 한다. 예전에는 거대 과학기술이 개인을 익명화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킹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개인의 취향과 욕구에 맞추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 방향이다. 깊은 산이나 무인도에서 조난당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구조받을 수 있다. 물론 그 대가로 사람은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존재론적 논쟁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구현하는 서비스나 오락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은 가상의 세계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이 실제 세계 속의 삶을 포기한 채 손바닥만한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게 사는 것인가’라는 실존적 의문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존재론적인 물음

    이는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왜 만나는 동안 스마트폰만 계속 들여다보느냐”고 불평하는 풍경은 흔히 목격된다. 스마트폰이 실제 현실의 인간관계에 금이 가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가상의 소셜 네트워크는 더 풍부해졌는지 몰라도 가족 간의 관계 단절, 친구나 이웃과의 교류 중단 현상이 확실히 심화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여러 유형의 소셜 네트워크들은 근본적으로는 상업적 목적에서 고안된 것이며 따라서 실제 현실에서 오랫동안 직접 만나서 쌓아온 것과 같은 인간관계의 깊이를 제공해주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 의해 형성된 사회적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더 심화시킬 여지가 있다. 이러한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위해 현실 세계의 실제의 삶, 실제의 인간관계를 유보시켜온 것에 대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여자친구가 계속 불평하는데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친구로 부터 이별을 통고받을 게 분명하다.

    스마트폰 쓰면 ‘집중 못하는 뇌’ 된다

    지난 5월3일 경찰이 스마트폰 사용자의 개인위치정보를 무단수집한 혐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공적인 영역에서 유용한 점을 계속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한 연구진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과수원의 관개시설을 작동시킨다는 착상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밸브를 열고 닫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물을 뿌리는 원리다. 이런 방식은 어느 분야에든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분석하고 처리할 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해당 기기에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작업인력을 감축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은 교통체증 지역을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 지금은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시하는 정보대로 덜 막힌 길로 갔다가 체증에 갇히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도로 교통 상황을 감지하는 카메라와 위성 자료를 스마트폰과 연결해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다면 교통체증 정보의 정확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 정보가 역으로 전송돼 처리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 정보까지 통합한다면 출근하기 전에 자가용, 지하철, 버스 중 어느 교통수단이 가장 빠른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은 교통체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의료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테면 피부 밑이나 심장근육 같은 장기에 감지기를 삽입해 스마트폰으로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으로 건강 이상 신호를 감지해 당사자나 주변 사람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평소 건강한 사람도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발가벗겨지는 느낌

    그러나 모든 것과의 연결을 지향하는 스마트폰의 특성은 필연적으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다. 애플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스마트폰은 추적 장치로 악용될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의 위치 정보를 노출시켜야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국가, 기업, 타인에게 자신의 정보가 넘겨질 위험이 상존한다.

    기업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이동 경로, 체류 시간, 행동반경 같은 정보를 모아서 상품 판매에 이용할 수 있다. 국가는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 한동안 화제가 된 ‘오빠 믿지’ 애플리케이션처럼 어떤 사람이 불순한 의도로 특정인의 동태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 관찰 대상이 언제 어느 건물에 있었는지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관찰 대상으로선 자신의 사생활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직장과 가정의 경계도 무너뜨리고 있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혼재는 업무 효율을 높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즉 퇴근해서도 스마트폰으로 회사 일을 보는 경우가 잦아지면 당사자로선 그만큼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줄어든다. 자연히 가족과의 관계도 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될수록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단점들도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과학은 새로운 요소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엔 재주가 없다. 기준이 되는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휴대용 기기의 형태와 사용 양상이 계속 바뀌고 있다. 예전 휴대전화는 주로 귀에 대고 썼다. 이로 인해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런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국립암센터의 명승권 연구진은 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전제를 달긴 했지만 휴대전화를 10년 넘게 쓴 사람은 뇌종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의 스마트폰은 귀에 대는 시간은 줄어든 대신 눈으로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스마트폰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는 이제 겨우 무엇을, 어떻게 조사해야할지를 찾아내는 단계에 와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대를 사는 지금의 우리는 일종의 거대한 실험대상 집단인지 모른다.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로 불렸다. 지금도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역할을 종종 한다. 인터넷도 그렇다. 지식 검색 기능은 굳이 정보를 기억할 필요성을 없앤다. 자판과 마우스를 눌러서 찾기만 하면 된다. 인터넷에 물어보면 누군가 답을 해준다.

    스마트폰 습관이 뇌를 망친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스마트폰도 사람을 바보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주의력 분산을 주된 근거로 제시한다. 스마트폰은 시시때때로 사람의 주의력을 분산시켜 마치 주의력 결핍 환자처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은 식사를 하다가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지하철을 타자마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일을 하다가도 공부를 하다가도 대화를 하다가도 등산을 하다가도 자동차를 몰다가도 심지어 텔레비전을 멍하니 보다가도 스마트폰을 켠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되며 그만큼 일, 공부, 대화 등에 집중하는 정도는 떨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전자우편이나 메시지를 읽고 답한 뒤 하던 업무로 돌아가는 데 평균 15분이 걸렸다. 딴 짓을 하다가 다시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의 카이저패밀리 재단이 8~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1999년 하루 평균 미디어(TV, 컴퓨터, 신문 등) 이용시간은 6시간19분이었는데 2009년에는 7시간38분이었다. 다중 작업을 감안하면 10시간45분까지 늘어났다. 그 기간에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됐다.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기기들은 그 추세를 더 강화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손, 눈, 뇌는 여러 기기 혹은 여러 작업 사이를 더 빠르게 오갈 것이다. 이럴수록 주의력은 더 분산되고 일을 하는 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뇌는 본래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나는 때때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노래를 하면서 다림질을 할 수 있는 것은, 훈련을 통해 뇌가 두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져 둘 사이를 빠르게 오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여러 실험 결과에 따르면 두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한 과제씩에만 집중해 처리하는 것보다 성과가 더 낮다. 다만 최근 연구에선 극소수이긴 하지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 관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기술의 발전이 집중력을 높여왔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자 장치에 들어 있는 자동 타이머(정해진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장치) 덕분에 우리는 밥솥에 물이 끓어 넘치는지 시시때때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이는 밥을 짓는 일 이외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 장치 덕분에 우리는 넋을 놓은 채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비판론자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들이 우리의 뇌에 좋지 않은 변화를 일으킨다”고 본다. 정보통신(IT) 분야의 대가인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 곳에 집중하지 않는 뇌’로 말이다. 비판론자들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이러한 추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 어린이의 뇌에는 특히 더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시대 어린이는…

    뇌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태어날 때 아기의 뇌 무게는 약 400g이지만, 10세가 되면 1.5㎏으로 늘어난다. 이 10년 동안 아이의 뇌세포들은 서로 간에 무수히 연결된다. 처음에는 연결이 제멋대로 이루어져서 마치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다. 그러다 만 3세가 되면 1000조 개의 시냅스가 생긴다. 어른보다 거의 2배나 많다. 그 뒤로 쓰이지 않는 시냅스는 사라지고 필요한 시냅스는 더 튼튼해지는 솎아내기가 이루어진다.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그 정보를 전달하는 시냅스는 계속 쓰이면서 굵어져 영구 회로가 된다. 따라서 반복되는 자극과 학습은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3, 4세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다. 스마트폰이 성인의 뇌보다 외부환경에 더 민감한 아이들의 뇌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집중하지 않는 뇌’로 만드는 것인지가 논란이 되는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