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문재인 대망론? 박근혜 비해 야권 주자들이 약하니까…”

‘차기 다크호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1-06-22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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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망론? 박근혜 비해 야권 주자들이 약하니까…”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책을 냈다. 제목이 ‘문재인의 운명’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23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 지 2년여 만이다. 서거 1주기인 2010년 5월에는 ‘운명이다’라는 제목의 노 전 대통령의 사후(死後) 자서전이 나온 바 있다.

    문재인의 운명은 무엇일까. 그는 책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애증(愛憎)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분은 떠났고 참여정부는 과거다. 그분도 참여정부도 이제 하나의 역사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성공과 좌절의 타산지석이 되면 좋겠다.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평가 받고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분도 그걸 원하실 것이다.”

    5월21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김제동 토크콘서트’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그는 ‘운명론’을 피력한다. ‘운명이란 제목이 의미심장하다’는 김제동씨의 말에 “생각해보면 제 삶의 길목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고 그분을 만난 것이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어 이후의 삶을 이끌어왔다. 변호사를 천직으로 생각했는데 청와대도 가게 됐고 결국 지금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하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곁에 가장 오랫동안 있었던 측근일 것이다. 청와대 민정·시민사회수석비서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쭉 지켜봐왔기에 노무현 시대의 빛과 빚을 함께 이어받는 일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인지 모른다.



    유시민과 ‘노무현 계승’ 경쟁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을 ‘후계자’로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꼽혀왔다. 유 대표는 “참여정부의 자산은 국가와 전체 국민의 것이다. 우리는 참여정부의 부채만을 승계하겠다”(3월19일 당 대표 수락연설)고 말했다. 자신이 ‘친노’라는 점을 밝히는 동시에 노무현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문 이사장이 노무현의 계승을 놓고 유 대표와 경쟁을 벌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물결을 타고 ‘문재인 대선출마론’이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야권에서 번지고 있다.

    문재인 대선출마론은 유 대표의 침체와 맞물려 나왔다. 유 대표는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야권후보 단일화를 자기 방식대로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자당 소속 야권단일후보가 본선에서 패배한 뒤 위축되는 모양새다. 그 사이에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 이사장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6월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대선주자 지지율 6.6%를 기록하며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7%로 1위를 유지했고, 2위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2.6%를 기록했다. 유시민 대표가 9.3%로 3위를 차지했지만 문 이사장과의 격차가 2.7%포인트로 좁혀졌다. 나머지 여야 대선주자들은 문 이사장 아래였다.

    리얼미터의 5월 셋째 주 조사의 지지율 3.3%, 5월 넷째 주 조사의 지지율이 5.4%로 지속적인 상승세다.

    5월 넷째 주 조사의 ‘진보진영 대선주자 호감도’ 항목에서 문 이사장은 유 대표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도 비슷하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문 이사장이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그의 잠재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 이사장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은 5월1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2주기 고유제 행사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부터다. 그는 기자들이 차기 대선 도전 여부를 묻자 “답변하기 난감하다. 나라의 위기감이 큰 만큼 이런저런 가능성을 찾고 있는데 나도 압박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라면 손사래를 치던 이전과는 다른 자세였다.

    이후 5월3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는 “내가 혹시 도움이 된다면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한 거의 유일한 인터뷰였다. 이때를 전후해 그는 야권의 잠룡(潛龍) 반열에 올라섰고 여론조사기관들이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대상에 그를 포함시켰다.

    문 이사장에게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마찬가지로 팬클럽이 있다. 인터넷에 팬클럽 카페도 개설돼 있다. ‘문재인 변호사님을 사랑하는 모임’(문사모)이 그것이다. 6월13일 현재 이 카페의 회원 수는 2957명. 문 이사장의 일정, 활동사진 등을 게시해놓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울산, 강원, 충청, 광주·전라, 제주에서 ‘지역화합방’도 운영 중이다.

    “안 하면 안 될는지…”

    “문재인 대망론? 박근혜 비해 야권 주자들이 약하니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조현오 경찰청장 소환 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6월10일 오후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할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전화하니 돌아온 대답은 “인터뷰 안 할랍니다”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부담스럽습니까?

    “부담이 되기도 하고, 지금 아직은 (대권 행보를) 안 하고 있는 상태라서….”

    전화상으로라도 몇 마디 묻겠다고 하고 질문을 던졌다.

    ▼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이 상승하고 야권에선 대망론도 나오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허허허… 아, 제가 이런 부분이 부담스럽거든요, (인터뷰) 안 하면 안 될는지….”

    ▼ 그래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니까요.

    “하, 참….”

    ▼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질문에 ‘혹시 도움이 된다면 피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건 (대선 출마가 아니라, 야권) 통합에 관한 역할을 이야기한 거죠. 지금 통합은 국민의 여망이기도 하니까 통합에 관해선 제가 도움 되는 역할이 있다면 피하지 않고 하겠다는 뜻을 말씀드린 것이고요, 그 다음에, ‘대망론’ 부분은 그냥 저쪽(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의 ‘대세론’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 쪽에도 좋은 분이 많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지율이나 이런 부분에서 조금 부족한 것으로 보이니까 우리 쪽에서도 후보군이 좀 더 풍부해지면 좋겠다, 그런 바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 이사장의 이런 언급은 여권의 이재오 특임장관처럼 ‘킹’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통합 목소리 낸 뒤 대선출마 수순

    그의 한 측근은 “지금 당장은 진보세력의 정권 창출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원론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면서도 “현재 거론되는 야권 후보들에 비해 잠재적 경쟁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몸을 던질 각오도 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또 “야권 대선후보 경선이나 단일화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문 이사장이 나오지 않을 수 없으며 그때를 대비해 정치적 보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문 이사장은 정치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선 야권통합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차기 대권구도에서 친노 진영의 적통(嫡統)을 놓고 문 이사장과 라이벌 관계가 돼버린 유 대표는 다소 떨떠름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 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문재인 실장님이 정치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그분 삶에 대한 결단이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이냐는 실존적 결단을 포함한 문제인데, 저는 어떤 생각이신지 잘 모르겠고, 특별히 하시는 게 좋겠다, 안 하시는 게 좋겠다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 대선에 나가는 것은 국민 부름이 있다는 것이 확인돼야 나가는 것인데, 문 이사장님 본인의 정치 입문 의사와 무관하게 국민의 부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 할 수 있고, 저도 그런 각도에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문 이사장에게 이러한 유 대표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지만 그는 “예…”라고 하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 대선주자로서 유 대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유 대표야 뭐 오랫동안 야권 지지율 1위를 달려왔지 않습니까. 지난번 재·보선을 겪으면서 약간 상처를 받기는 했지만 정치세계에선 상처도 받고 회복하기도 하는 거죠. 야권에서 유 대표만한 그런 대선주자감이 쉽지 않죠. 대단히 훌륭한 분입니다. 노 대통령의 정신이나 가치도 잘 계승하고 있는 분이고요.”

    “문재인 대망론? 박근혜 비해 야권 주자들이 약하니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 그렇지만 지금은 문 이사장이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유 대표를 앞서고 있는데요.

    “그건 유 대표 경우는 재·보선 (김해을)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금방 다시 회복하지 않겠습니까.”

    ▼ 노무현의 정신을 잇겠다는 사람들이 지금 여러 갈래로 분화돼 있는데요, 결국은 하나로 뭉치는 건가요?

    “참여정부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이라고 해서 똑같은 행보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죠. 그분의 정신이나 가치 같은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으면서도 현실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 다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어느 정파로 나뉘어서 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고요. 그러나 (앞으로) 국민의 요구가 있을 때 대의(大義) 앞에서 한데 힘을 모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유 대표는 야권통합과 관련해 국민참여당과 민노당의 소(小)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문 이사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진보세력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문 이사장의 ‘선(先) 민주당 입당론’이 나온다.

    ▼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통합에 무슨 왕도가 있겠습니까? 한꺼번에 ‘원샷’으로 대통합 논의를 할 수 있고, 또 지금 소통합도 추진되고 있으니까 그것도 좋은 일이죠. 그렇게 해서 그쪽이라도 먼저 통합이 이뤄진다면 아마도 대중화된 진보정당의 모습이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그런 진보정당과 민주당이라든지 다른 야당하고의 통합도 모색될 수 있을 테고요.”

    그러다 그는 갑자기 말을 끊었다. “그만 합시다 아무래도 부담이 있어요. 이 정도로 합시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이명박 정부 집권 3년 반을 평가해주시죠.

    “잘 못하네요. 대단히 잘 못한다고 봅니다.”

    ▼ 구체적으로는 어떤 부분에서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못하네요.”

    문 이사장과의 통화는 여기서 끝났다.

    문 이사장이 만약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면 야권의 단일후보 내지 유력후보가 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야권 내부에서도 아직은 부정론이 더 우세하다. 다만 문 이사장의 최대 장점은 정치색이 덜 묻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미지가 여권의 기반인 부산에서도 일정 정도 먹히고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

    그가 권모술수와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정치판에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는 데에 많은 사람이 동감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직전, 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서 “사람은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고 했다.

    “문재인 신선도 벌써 떨어져”

    문 이사장의 청렴성, 원칙주의를 읽을 수 있는 일화는 많다. 민정수석 시절 민원을 들고 찾아온 고교(경남고) 동기를 문전박대한 일, 청와대에 있는 동안 부인에게 백화점 출입을 못하게 당부한 일 등이 그것이다. 그는 부친이 6·25 흥남철수 때 내려온 피란민이어서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공수부대(여단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 대대장이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었다고 한다)를 제대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생스토리를 갖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한나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한 소장파 정치인은 “문 이사장이 깃발을 든다면 그쪽으로 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문 이사장이 현실정치에는 도무지 맞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지역 한 언론인은 “문재인은 예전 이미지 그대로 있을 때 문재인이다.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서면서 벌써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의 한계”라고 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도 “정치를 하면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확실하게 하겠지만 성격상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선주자 문재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좋게 보는 측은 그가 행정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에 재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혁정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 그와 함께 핵심 요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문 이사장은 인권변호사로 있다가 사람(노무현)을 잘 만나 출세한 것 외에 실체가 없다. 정치를 해본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일축했다.

    “청와대 코드정치 경력이 전부”

    한 여권 인사는 문 이사장에 대해 “국회의원 경험조차 전무하고 코드정치만 횡행한 청와대 구중궁궐에서 친구(노무현) 밑에서 5년 일한 게 전부 아니냐? 초선의원 급도 안 되는 정치초년생, 불안한 아마추어가 대통령후보군에 유력하게 거명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우리나라 대선이 지나치게 ‘인기투표’ 식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망론’의 다른 받침목은 그가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이다. 현재 부산·경남에선 1990년 3당 합당 이후 20년간 구축됐던 한나라당의 아성에 금이 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만일 문 이사장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은 물론 부산·경남지역의 지원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그의 지지자들은 기대한다.

    부산·경남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당직자는 “문재인 대망론에 흥분하는 지역출신 정치인이 많다. 내년 총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문 이사장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때 호남과 수도권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문 이사장이 경선 신화를 재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떻게?’라는 장벽이 놓여 있다. 문 이사장은 총선 참여를 위해선 독자 정당을 만들거나, 유시민 당에 들어가거나, 민주당에 들어가거나, 단독 무소속 후보로 나서야 하고, 자기 쪽으로의 야권후보 단일화도 이뤄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일이다.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인사는 문재인의 잠재력을 대단치 않게 본다. 이 인사는 “언론에서 앞서 나가는 감이 있다”며 “무엇보다 본인이 (대선에) 큰 뜻이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노무현 정부 출신 부산인맥)끼리 문 이사장의 대선 도전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문 이사장 지지율의 실체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손학규 측 “문재인? 말하기도 싫다”

    ‘노무현의 사람’들이 문 이사장에게 일사불란하게 힘을 모아줄지도 관심거리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핵심 인물들은 현재 여러 갈래로 흩어져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하고 있다. 큰 틀에선 정치권에 몸담은 그룹과 친노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그룹으로 나뉜다. 정치권 친노 인사들도 소속 정당이나 지지하는 야권 대선주자가 다르다. 친노 단체 역시 여러 개로 분화되어 있다.

    친노 인사들은 민주당에선 원로·중진(한명숙·문희상·이강철 등), 국회의원(강기정·백원우 등 7~8명), 자치단체장(안희정·김만수 등), 당직(최인호·김현·황희 등)에 두루 퍼져 세력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국민참여당에는 유시민 대표를 필두로 이재정·이병완·천호선·정찬용·이백만 등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부와 청와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무소속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독자적인 세(勢)를 형성 중이다.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은 친노 직계들은 노무현재단(문재인·이호철·안영배·윤태영·양정철), 시민주권(이해찬·이기명·허성관), 봉하재단(김경수), 백만민란(문성근·조기숙) 등의 단체에서 세력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친노 인사들이 대의 앞에서 뭉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진보정권 창출 방법론에 대한 이들의 견해가 너무 다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가 지금은 민주당에서 ‘손학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한 인사는 문재인 대망론을 냉소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문 이사장에 대해 “말하기도 싫다.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는가. (대망론은) 별 의미가 없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올려놓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전후한 노무현 향수에 의해 반짝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때도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다. 문재인의 부상(浮上)은 재·보궐선거 이후 손학규, 유시민의 ‘컨디션 저하’에 따른 일시적 반사작용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손 대표는 분당 보궐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15% 선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바로 잃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대표 경선 직후에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마(魔)의 15%’를 돌파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손 대표가 이렇게 ‘2%’ 부족한 모습을 반복하자 그 틈새로 문 이사장이 끼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문 이사장에겐 민주당과 같은 세(勢)의 뒷받침이 없으므로 그의 지지율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야권의 ‘노련한’ 정치인들은 대선후보 경선의 불쏘시개로 그를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손학규 대표, 정세균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은 문 이사장에게 “빨리 링에 올라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지고 있다. 이는 문 이사장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경선 흥행을 위한 것일 수 있다.

    결국 야권 내부도 첩첩산중이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의 운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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