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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나는 정치를 하고 싶은 시인이다”

전교조 기관지에 비판 글 실은 김용택 시인

  • 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나는 정치를 하고 싶은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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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생각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시인

“나는 정치를 하고 싶은 시인이다”

전북 임실군 운암초교 마암분교 제자들과 함께 한 김용택 시인.

▼ ‘한국문학전집’을 읽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아뇨.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책을 보는 것만 재미있었지 ‘글을 써야겠다’, 뭐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러다가 한 7년쯤 넘어가니까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어요. 나도 고민한 거죠. ‘나는 누굴까. 나는 뭘까’하는 생각에 나를 찾기 시작했어요. 우리 아버지 삶은 뭐냐? 저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 삶은 뭐냐? 그런 생각이 났어요. 그러니까 생각을 주체하지 못한 거죠. 일기장에다 막 썼어요. 나는 일기를 많이 썼는데, 스물 한 다섯 여섯부터, 여섯 일곱 그때까지. 머리가 복잡하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다보니까 글 쓴다는 게 참 재미있더라고요. 쓰다보면 내 생각이 스스로 깊어졌어요. 글쎄, 어느 날 보니까 내가 시를 쓰고 있더라고. 나 스스로도 놀랐어요. 그때쯤 되었을 때 시 잡지도 많이 봤어요.”

▼ 시 잡지라고 하면?

“현대시학, 심상, 현대문학이 그때는 주류였으니까 그런 잡지를 많이 봤어요. 박목월 선생은 심상, 현대시학은 전봉건, 그 양반들이 만든 거죠. 그때는 전봉건이 누군지도 몰랐고. 1980년대 전까지는 아무, 이념적이라든지 이데올로기적인 걸 전혀 몰랐어요. 그냥 글을 썼죠. 시도 써보고, 소설도 썼는데, 소설은 또 어렵더라고. 문학평론도, 사회평론도 써보고. 하여튼 생각나는 건 다시 쓰기 시작한 거지, 일기장에다가.”



▼ 시를 쓰는 데 어떤 책이 큰 도움이 되었나요. 세상을 보는 눈도 넓히는 책 말입니다.

“그런 책은 없어요. 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관심을 종합해서 시라는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내는 게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떤 한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건 나는 이해를 잘 못해요.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속에서 어떤 한 가지, 예를 들어 문학적인 장르가 됐든, 예술적인 장르가 됐든, 역사가 됐든, 정치가 됐든 한 가지 것만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고 봐요. 종합해야 된다는 거지. 나는 시를 쓸 때 소재를 가지고 쓴 적이 없어요. 내 시는 자세히 보면 소재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늘 그 사회에, 당대 사회에 나에게 직면한 그 시대의 문제를 종합하려고 노력했어요.”

▼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한 때는 언제인가요.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시인이라고 생각하면 겁나게 쑥스러운 사람입니다. 시라는 게 내가 만족해야 되는데, 나는 그런 게 별로 없고 또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무엇이 돼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안 해봤어요. 지금도 ‘시인이다’ 그러면 이상해요. 한때 박목월 같은, 우리가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순수문학 한다는 사람들의 그 표현 속에 빠져 있었어요. 그 사람들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어느 날 그것을 벗어나서 ‘섬진강 1’을 써놓고 나니까 이게 시 같은 거지, 내가 봐도. ‘이거 시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섬진강 1’은. 그러니까 너무 신이 나더라고. 그게 1980년이에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했죠. 나는 나이에 비해 정신이 일찍 들었던 거 같아요.”

어머니 말씀 받아쓰면 시가 됐다

▼ 그렇군요. 어머니 말씀을 그대로 베낀 시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어머니께서 그냥 말씀하시면 이게 시가 되더라고요. 나는 어머니 말을 베낀 시, 완벽하게 베낀 시가 많아요. ‘이 바쁜 때 웬 설사’라는 시가 있는데, 그게 새로 만든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들었어요. 어머니가 바쁜 농사철에 바라보니 어떤 사람이 깔짐 지게를 지고 소를 몰고 오는데 갑자기 똥이 마려웠다, 설사가 난 거지. 소를 받치고, 지게를 받쳐야 하는데, 지게를 받치자 깔짐이 넘어갔어요. 풀이 허물어진 거지. 그때 소가 펄떡펄떡 뛰었다. 깔짐은 넘어가지, 소는 뛰지, 받치기는 힘들지. 그래도 똥을 싸러 갔어요. 옛날에는 허리띠가 삼베였잖아요? 이번에는 또 이게 안 풀어지는 거지. 들판에 사람들은 너무 많고, 어따 대고 싸지를 못하고. 어머니께서 이 상황을 말했는데, 나는 말한 걸 그대로 베껴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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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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