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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공포영화는 정신건강에 좋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납량특집 공포영화는 정신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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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에게 광견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본다. 광견병에 걸리면 공포를 잊고 갈증에 시달려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 유일하게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있는데 이것은 물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는 물을 매우 두려워한다.

안드레안스키 박사는 만약 중추신경계를 감염시켜 흥분, 환각, 불안을 일으키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독감바이러스나 에볼라바이러스 같은 강력하고도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결합한다면 좀비 바이러스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영화 속에서 좀비가 정상인을 물어 좀비로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이것이 호러영화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과학적 개연성임에는 틀림없다.

사람은 위험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포를 느끼도록 진화했다. 공포감은 ‘피하라’는 신호다. 생명을 걸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그냥 위험으로부터 피해버리는 것이 생존확률을 훨씬 높이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두려움에 관여하는 뇌 부위는 편도만이 아니다. 편도는 본능적인, 즉 타고난 두려움을 관장하는 부위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은 칼날이나 뜨거운 다리미에 대한 두려움처럼 경험을 통해 새로운 두려움을 갖는다.

연구자들은 두려움의 학습에는 뇌의 다른 부위도 관여한다고 말한다. 케빈 코코 연구진은 타고난 두려움과 학습된 두려움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다른지를 실험했다. 연구진은 쥐에게 특정한 두려움을 갖도록 훈련시켰다. 특정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전기 충격을 가한 것이다. 그러자 쥐는 이 소리를 들으면 공포로 얼어붙었다.



공포영화 즐기는 사람의 경우

이어 연구진은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을 쥐의 편도와 이어져 있는 신경에 주입해 마비시켰다. 그러자 쥐는 같은 소리를 들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정상 쥐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타고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즉 복어의 독으로 마비된 상태에서도 고양이를 보면 얼어붙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개체마다 학습된 두려움의 크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 “타고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와 같은 학습된 두려움은 없앨 수 있다”라는 식으로 해석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너무나 두려움을 많이 느껴 공포영화를 아예 못 보는 사람의 경우 타고난 두려움은 다른 사람과 비슷하지만 학습된 두려움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공포영화를 보면 몸이 얼어붙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공포영화를 일부러 찾아다니며 본다. 공포영화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학자는 공포의 극복과 매력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공포를 극복하는 행위는 영화 속 주인공 차원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 차원에서 각각 진행된다.

먼저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살인마가 숨어 있는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가는 것을 결코 망설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도 될 텐데 꼭 혼자서 감행한다. 이때 주인공은 자기 마음속에 내재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이고 이러한 두려움의 극복은 그 자체로 매혹적인 것으로 비친다.

이것은 두려움의 극복이 진보를 가져온다는 경험에 기인한다. 선사시대부터 인류역사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은 모험가들에 의해서만 발전해왔다. 이러한 목격이 반복적으로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두려움의 극복은 다수의 사람에게 매력적인 일로 인식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의 무시무시한 장면을 끝까지 직시하는 행위는 관객 자신 속에 내재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이 된다.

살인마, 좀비, 귀신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면서 무서운 속도로 뒤쫓아오는 장면이 실제 눈앞의 현실이라면 대다수 관객은 무조건 줄행랑을 칠 것이다. 포식자를 피해 겨우 생명이라도 보존하려는 약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장면은 가상의 세계이므로 관객은 이런 무시무시한 현장에서 이탈하지 않은 채 용감하게 다 지켜본다. 현실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이러한 ‘정면으로 마주 대하기’ 행위는 오직 공포영화의 관람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두려움을 떨쳐낸 경험이 관객에게 만족감과 자신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적절한 수준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극복하는 것은 건강함의 징표다.

신동아 201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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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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