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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창간 80주년 기념 릴레이 강연 | ‘한국 지성에게 미래를 묻다’ ⑤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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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한때 은자(隱者)의 나라였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전 세계 국민이 대한민국을 학자의 나라로 생각합니다. 대사관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없기를 바라면서 제가 세 나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미 학자의 나라,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라라는 명성을 얻은 나라들입니다. 먼저 독일입니다. 아, 독일 사람들이 뭘 만들어내면 어쩜 그렇게 기가 막힙니까? 인정해야죠. 독일 차, 독일 만년필, 독일 제품 뭐 하나 써보면 정말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이스라엘입니다. 아, 어떻게 된 게 세상에 잘난 사람들은 전부 유대인입니까? 어떻게 된 민족이 저렇게 기가 막힙니까?

최근엔 이 나라가 뜨네요. 인도입니다. 제가 예전에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요. 백인아이들이 수학이나 과학반에 들어와 두리번거리다가 한국 아이나 중국 아이가 많으면 반을 옮깁니다. 그 반에 있다간 걔네들이랑 경쟁해서는 자기네가 A 못 받을 거 같으니까 반 옮깁니다. 요즈음 하버드에 가면요, 한국 아이들 중국 아이들이 반에 들어갔다가 인도 아이 있으면 반 옮깁니다. 인도 아이랑은 경쟁이 안 됩니다. 우리 구구단 외울 때 저 사람들은 19단을 외웁니다. 그냥 한 단계 위입니다. 우리가 IT강국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IT 갖고 장난만 합니다. IT 가지고 게임만 하고 IT 갖고 뭐 뒤지는 것만 열심히 하지 진짜 IT로 돈 버는 사람들, IT 귀재들은 거의 다 인도 사람들입니다. 미국 IT산업 종사자 대부분이 인도 사람입니다. 지금 미국 가보면 인도 사람들 천지입니다.

이제 이 나라들 험담 좀 하렵니다. 자, 독일 사람들 조금 무섭잖아요. 저 사람들 또 언제 ‘해까닥’ 할지 약간 걱정됩니다. 조금 삐딱해지면 너무나 무서운 사람들이라서. 이스라엘 사람들, 유대인들은 돈만 밝힌다고 수전노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너무 어렵게 살아서 그런지 같이 지내기 조금 힘들더라고요. 내 것도 자기 거고 자기 것도 자기 거고 그렇더라고요. 개념이 없어요. 하여간 좀 인도 사람들하고는 잘 못 지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세월이 많이 지나 인도에 몇 번 가서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오늘 제가 사인을 하면서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써드렸습니다. 그게 제가 늘 믿고 있는 개념인데요, 우리가 서로 몰라서 자꾸 시기하고 미워하는 거 같아요. 상대를 충분히 알고 나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나면 같이 부둥켜안고 웁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을 저도 이제는 좋아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학자의 나라를 만들면서 이 세 나라보다 더 좋게 만들면 안 될까? 학식도 깊은데다 정직하고 마음까지 따뜻한 그런 나라 한번 만들어보면 안 될까? 도저히 불가능합니까? 전 될 것 같아요. 대한민국 사람들은 한 가지 기가 막힌 게 있습니다. 가르치면 배웁니다. 배워서 합니다. 자꾸 열심히 많은 사람이 얘기하니까 지금 화장장이 모자랄 정도로 거의 다 화장하는 쪽으로 돌아갑니다. 가르침을 받아 머리로 이해하면 가슴으로 옮길 줄 아는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삽니다.

김연아의 세계 제패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바로 김연아님. 제가 왜 이렇게 존경하느냐? 이 점수를 보세요,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딸 때가 아닙니다. 바로 그 전에 있었던 솔트레이크시티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쇼트 프로그램 점수입니다. 한번 보실까요? 2등 미국 아이랑 3등 헝가리 아이의 점수를 보십시오. 58.80, 58.54. 0.26 차이로 2, 3등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은 원래 점수가 이렇죠. 0점 몇 점 차이로 메달 색이 갈리는 게 이 경기입니다. 그런데 우리 김연아 선수 점수를 보세요. 76.28입니다. 거의 18점 차이입니다. 저게 점수입니까? 저건 점수가 아닙니다. 저건 신입니다. 제 생각에 이 떨거지들은 지하실에서 지금 놀고 있고요, 김연아 선수 혼자 옥상에서 즐기고 있는 겁니다.

제가 TV 보다가, 워낙 눈물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소리 내서 울었습니다. 왜? 우리 역사, 5000년 역사에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십시오. 이렇게 압도적으로 세계를 이겨본 적 있습니까? 죽을힘을 다해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아슬아슬하게 몇 번 이겼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번번이 졌고요, 아슬아슬하게 몇 번 이겼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압도적으로 이겨본 적은 제 기억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이 너무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우리가 저분 도와드렸습니까? 대한민국이 무슨 피겨스케이팅 강국이었습니까? 혼자 했습니다, 혼자. 혼자 죽을힘을 다해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를 압도적으로 제패했습니다.

이걸 학문의 세계에서 한번 해보자는 겁니다. 학문의 세계에서 김연아 선수처럼 한번 해보자는 겁니다. 못할까요? 전 한다고 믿습니다. 제 주변에 지금 저보다 나이 어린 후배교수들 중에 확실하게 밀어주면 노벨상 탈 만한 사람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밀어주지를 못해서 못 타는 겁니다. 정부가 좀 과감하게 연구하는 사람들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지원하면 그게 안 될까요? 전 될 거 같아요.

왜 우리 정부는 툭하면 사교육과의 전쟁 어쩌고저쩌고 그럽니까? 사교육을 왜 없애려고 해요? 제가 예전에 동굴에 살 때 제 아들놈이 하도 화살을 못 쏘기에 제 친구한테 데리고 가서, 얘 활 쏘는 것 좀 가르쳐주라. 제 친구가 맨입으로 합니까? 그래서 제가 어디서 주어온 딸기 한 바구니를 갖다 바쳤습니다. 좀 가르쳐줘. 사교육은 이런 겁니다. 사교육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육이 우뚝 서면 사교육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교육비를 투자해 아이 다섯 명 놓고 선생님 세 분이 둘러앉아서 가르쳐보십시오. 사교육이 무슨 재주로 경쟁합니까? 사교육은 기가 막히게 말 잘하는 사람 하나 세워 1000명 앉혀놓고 돈 세는 게 사교육이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서 선생님 세 분이 우리 아이 다섯 명을 가르치면 사교육은 자연히 사그라지는 겁니다. 그냥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만 열심히 하는 겁니다. 그렇게 가면 되는 겁니다. 그 돈 얼마면 될까요? 지금처럼 깔짝깔짝 쓰지 말고요, 수십조를 그냥 퍼부으면 우리나라 모든 학교 아주 기가 막히게 잘될 것 같아요. 수십조라는 돈 없습니까? 강바닥에 지금 수십조를 갖다 부었습니다. 저는 강에다 붓지 말고 학교에다 부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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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성에게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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