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POSCO

호주 광산투자 1호 한국기업

  • 시드니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입력2011-10-26 11:0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의사당 건물 인근에 위치한 ‘거버너 필립 타워 빌딩’ 49층. 에메랄드빛 시드니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층에 포스코 호주법인(POSA) 사무실이 있다. 건물 내부 벽면에 호주(NSW) 초대 총독이었던 아서 필립의 부조(浮彫)가 걸려 있다.

    1788년 1월26일, 필립 총독은 시드니 항에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을 게양한 다음 호주대륙이 대영제국 조지3세 왕의 식민지라고 선포했다. 그 순간 한반도의 35배나 되는 대륙이 왕실의 소유임을 의미하는 ‘크라운 랜드(Crown Land)’로 변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는 순간, 포스코 호주법인 사무실이 필립 총독 부조가 걸려 있는 빌딩에 위치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느껴졌다. 포스코가 한국 기업 최초로 호주 현지 광산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1981년에 투자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30년째다.

    철광석값 10년 새 8배

    POSCO
    포스코의 호주 투자는 크게 철광석과 석탄 광산으로 나뉜다. 석탄은 제련용과 화력발전용으로 나뉜다. 우선 30년의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 그동안의 가격변동 상황을 포스코 호주법인 우선문(59) 사장에게 물어보았다. 다음은 10년 단위로 알아본 t당 광물 가격이다. (단위 호주달러)



    언뜻 이해가 안 될 정도의 가격 상황이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30년 가까이 같은 가격으로 유지되다가 10년 사이 8배로 급상승했고, 석탄도 6배가 뛰어올랐다. 포스코의 입장에서 이런 가격변동은 불리한 측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포스코가 수입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직접 개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IT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철강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20세기의 패러다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산업의 근간이 철강과 화학이기 때문이다. 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철강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철강산업의 소재인 철광석과 석탄의 안정적인 확보는 그 첫걸음이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 경제발달사와 철강산업의 발달사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포항제철의 창업과 제철소 건설이 한국 산업화의 첫 단계나 다름이 없었고 제철보국(製鐵報國)’을 신앙처럼 여기는 포스코 임직원들의 불굴의 도전정신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다.

    부존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한국에서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는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한국은 원유가격의 폭등을 감내하면서 자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각성했다. 포스코의 호주 진출 및 광산 투자는 그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POSCO

    포스코 호주법인이 투자한 석탄광산.

    1981년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호주까지 직항 노선이 없었다. 중간에 1박을 해야 당도할 수 있었던 호주였다. 그렇게 먼 호주의 시드니 북쪽 뉴캐슬 항 근처에 위치한 탄광촌 헌터밸리의 마운트 솔리(Mt. Thorley) 광산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석탄을 채굴하는 마운트 솔리는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상징적인 의미가 큰 광산이다.

    이후 2003년까지 더 이상의 투자가 없었지만 2004년 이후 활발한 투자가 이뤄져 현재 포스코는 14곳에 투자한 상태다. 특히 2004년 이후 중국과 인도의 수요 급증으로 자원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했고 포스코도 이에 대처하기 위해 투자에 활발하게 나섰다.

    14군데 광산을 개략적으로 소개하면 포스맥(POSMAC), 잭 힐스(Jack Hills), 주피터(Jupiter) 등의 철광석 광산과 팍스리(Foxleigh), 카보로우 다운스(Carborough Downs), 인테그라(Integra), 뉴팩(Newpac) 등 석탄 광산이다. 다음은 우선문 사장과의 일문일답.

    2010년에 서튼 포리스트 석탄광산 인수

    POSCO

    1788년 호주를 영국 식민지로 선포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 (로열호주 역사학회 제공).

    ▼ 올해 1월이 포스코의 호주 진출 30년이었는데요. 어떻게 맞이했는지요?

    “급변하는 광물자원 시장과 호주의 투자환경 변화 등에 대처하느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구입한 서튼 포리스트(Sutton Forest) 석탄광산의 탐사작업과 호주 노동당 정부가 추진하는 지하자원세와 탄소세 등에 신경 쓰느라 2011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 지난해 7월 인수한 서튼 포리스트 석탄광산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서튼 포리스트는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지점에 있는 제철용 석탄 광산입니다. 추정 매장량이 1억1500만t에 달하는 큰 광산인데 지금은 탐사 단계에 있습니다. 세계적 광업회사인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으로부터 광산 지분 70%를 인수했는데 인수금액은 5000만 호주달러(약 530억원)입니다.”

    ▼ 서튼 포리스트 인수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급변하는 호주 광물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5~20% 지분에 해당하는 소규모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포스코는 서튼 포리스트의 지분 70%를 인수했기 때문에 개발에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 투자효과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언제부터 석탄 공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까?

    “이번 인수를 통해 포스코의 석탄 자급률은 현재 30%에서 36%로 높아졌습니다. 오는 2016년부터 연간 130만t의 석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됩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광산 개발 투자를 통해서 원료 자급률을 50% 수준으로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 나머지 지분 30%는 어느 회사가 인수했나요?

    “나머지 지분 30%는 코카투(Cockatoo)가 인수했습니다. 호주 광물개발업계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코카투와 공동 운영하기로 함에 따라 광산 개발과 운영 노하우 습득은 물론 운영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 중국, 인도 등과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렇습니다. 포스코는 앵글로사가 동시 매각하는 호주 5개 석탄 광산에 대해 한전과 호주 코카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패키지로 입찰하는 전략을 구사해서 중국, 인도 등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지분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 탐사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앞으로 3년 동안 약 2800만달러(총 4000만달러의 70%)를 투자해서 탐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현재 20개의 시추공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계속 숫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2014년쯤에 타당성 조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후에 장비 마련과 광산시설 공사비용으로 3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2016년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입니다.”

    ▼ 석탄 광산은 환경문제와 직결되는데 지역주민의 반대는 없나요?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비교적 큰 문제없이 개발될 것입니다. 주민들이 환경 측면에서 지하수 오염을 걱정하고 있는데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서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의 친화를 위해서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현지인을 고용하면서 꾸준한 접촉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30년 ‘포스코맨’ 호주에서 10년 근무

    POSCO

    우선문 포스코 호주법인장.

    우선문 사장은 ‘포스코맨’이다. 서울대 공대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한 다음 1983년에 입사해서 28년째 포스코에 근무하고 있으며, 거기에 호주 근무 10년이 포함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의 호주 광물투자 역사뿐만 아니라 호주 광물시장의 현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 포스코의 호주 의존도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2010년 한 해에 호주에서 얼마나 구입했는지요?

    “포스코가 해외에서 수입한 철광석이 약 55억달러어치입니다. 그중에서 호주 구입분이 37.6억달러니까 68% 정도 됩니다. 석탄의 경우는 전체 수입액 45.8억달러 중 호주에서 구입한 액수가 24.3억달러로 53%를 차지했습니다. 철광석과 석탄을 합쳐서 61%에 해당되니까 호주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 호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셈인데 그만큼 투자 여건이 좋다는 뜻인가요?

    “호주는 천연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품질 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더욱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대륙에 비해서 운송거리가 짧아서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고, 운송비 측면에서 아주 유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 안정된 나라여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도로,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 스트럭처 구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고요.”

    ▼ 호주의 세계적인 철광석 생산업체인 BHP빌리튼, 리오 틴토 등과의 협력관계는 잘 유지되고 있는지요?

    “포항제철 창설 이래 수요자와 공급자 입장에서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호주에서 수입하는 광물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총액의 60% 이상인데 그중에서 50% 이상을 BHP빌리튼과 리오 틴토에서 수입하니까 말할 수 없이 중요한 회사들이지요. 특히 자원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긴밀한 협력관계가 꼭 필요한 회사들입니다.”

    ▼ 호주 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가 한호 수교 50주년이어서 얼마 전에 시드니에서 한국-NSW 경제포럼이 열렸는데요.

    “호주는 지방자치제도가 오래전에 정착된 나라여서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주정부의 역할이 막강합니다. 천연자원이익세, 탄소세 등의 세금 관련 이슈와 개발 및 해외정책 등의 전체적인 틀은 연방정부 소관이지만 개발허가권은 주정부가 갖고 있습니다. 큰 액수의 로열티가 주정부 세원이 되고 고용창출의 효과도 있기 때문에 상호협력관계가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우선문 사장을 두 차례 인터뷰하는 동안 세계 자원시장의 지각변동을 감지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수요 폭발과 호주 광산자원 투자 및 개발 붐이 가져올 빛과 그림자를 가늠할 수 있었다.

    2011년은 한-호 수교 50주년이기도 하지만 호주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포스코도 호주 진출 30년째라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포스코가 주도해온 한호 비즈니스협의회(The Korea Australia Business Council·KABC)가 출범 33주년을 맞아서 더욱 의미가 깊다.

    KABC 회장을 맡고 있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10월17~18일 시드니에서 한호 비즈니스협의회와 호한 비즈니스협의회의 미팅을 주최한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호주의 지난 50년 우정을 기뻐하면서 보다 밝은 미래의 50년을 만들어가자”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KABC는 행사의 일환으로, 호주 주류사회 리더들과 언론인, 학자들을 초청해서 한국음식 축제를 마련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