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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알리의 전쟁 ⑤

영화로 책으로 노래로…흑인 영웅에서 미국의 우상으로

  • 안병찬│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언론인권센터명예이사장 ann-bc@daum.net

영화로 책으로 노래로…흑인 영웅에서 미국의 우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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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대 명저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의 ‘더 파이트(The Fight)’는 ‘정글의 혈전’이 낳은 뉴저널리즘의 대표적 실명 소설이다. 이 작가는 알리와 동반해 킨샤사로 가서 ‘정글의 혈전’을 근접 취재한 후 이듬해인 1975년에 ‘더 파이트’를 출간했다. 미국 흑인(아프리코-아메리칸)의 시선을 바닥에 깔고 ‘정글의 혈전’을 치밀하게 묘사한 내용이다.

노먼은 저널리즘의 객관성과 소설의 작법을 교차하며 ‘더 파이트’를 써냈다. 이 책은 새로운 문학 장르에 권투의 매력을 십분 용해해 뉴저널리즘의 대표작으로 남았다. 노먼은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적나라함과 위험을 무릅쓰는 대담함으로 글을 쓰는 작가다.

노먼은 권투를 남성성의 대명사로 여겼다. 그는 1950년대에 장인에게서 권투를 처음 배운 후 헤비급 챔피언 호세 토레스에게 본격적인 권투 수업을 받고 정기적으로 권투장을 찾은 권투광이었다.

그는 1963년 라스베이거스 듄스 호텔의 카지노 주사위 탁자 앞에서 알리를 처음 보았다고 ‘더 파이트’에서 밝히고 있다. 당시 캐시어스 클레이(무하마드 알리의 첫 이름)는 키가 크고 마른데다 신경질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클레이는 뉴저널리즘 개척자로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노먼을 몰라봤다.

“노음 메일러…이름은 들어봤어요. 영화 쪽에선가 일하시죠?”

이 말에 노먼은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고 한다.

그 후 메일러는 종종 알리를 만났고 그 인연으로 알리와 동행해 ‘정글의 혈전’을 밀착 취재할 수 있었다. 메일러는 ‘우리가 왕이었을 때’에 출연해 킨샤사의 ‘정글의 혈전’ 이후 알리를 만난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아마 10년쯤 지나선지 나는 에스콰이어지가 주최한 명사 파티에 참석한 일이 있지. 그해 에스콰이어에 기사를 쓴 인연으로 뽑혔는데 25명쯤이 귀빈으로 초대를 받은 자리였어. 아내와 동행한 나는 알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주 근사하고 편안한 대화였지.

그때 난 62세였지. 알리가 내게 몇 살이냐고 물었어. 62세라고 했더니, 당신은 킨샤사에서 시합을 앞둔 한밤중에 나와 함께 조깅을 할 때처럼 건강해 보인다고 말하더군. 나도 62세가 되어 당신처럼 되면 좋겠다, 아주 대단하다고 말하더군. 그 소리에 나는 아주 기분 좋아져 으쓱했지. 흡족했어.

내가 잠깐 용변을 보러 자리를 뜨자 알리는 나보다 훨씬 연하인 내 아내한테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대.

“여태 같이 살아요?”

늘 그런 식이야. 그게 알리지. 그렇게 뒤통수를 쳐도 알리는 밉지가 않아.

/ 알리 일대기의 결정판 /

토머스 호저는 미국 작가이자 복싱 전문 평론가다. 영화 ‘미싱(Missing)’의 원작이 된 ‘찰스 호먼의 처형’을 써서 퓰리처상 후보에 올랐고 저서가 36권이나 된다. 토머스 호저는 인간적인 정서를 실어 공정하고 사실 위주로 글을 쓴다고 정평이 나 있다.

1992년에 그는 ‘무하마드 알리: 그의 생애와 시간(Muhammad Ali: His Life and Times)’을 발간했다. 이 전기는 알리 일대기의 결정판이라고 불린다. 호저는 이 일대기를 쓸 때 알리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아 폭발적인 챔피언으로 성장하는 역정과 파킨슨병을 앓는 근황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게 밝힐 수 있었다. 그는 알리의 가족·상대 선수·친구·세계 각국 지도자와 알리 친지 200여 명의 증언을 모아 이 책을 썼다.

호저는 알리의 모습을 신앙심 깊고 민활하고 관대하면서도 흥행사 기질을 가진 것으로 묘사한다. 호저의 책은 근접감과 솔직성으로 알리를 재탄생시켰다고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한 전기다”라고 서평을 실었다.

2005년 호저는 다시 ‘무하마드 알리의 상실한 유산(The Lost Legacy Of Muhammad Ali)’을 출간했다. 저자는 근년의 알리를 검증하면서 알리의 유산은 ‘멸균당한 유산’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알리는 미국인의 삶에서 신화적인 영향력을 획득했으나, 미국이라는 이름의 주식회사는 알리의 특출한 인격을 균질하게 바꾸어 이미지를 개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알리가 믿는 것, 알리가 말하는 것, 알리가 대표하는 것을 계획적으로 왜곡하고 그의 유산을 살균 처리해 남 앞에 내놓기 좋게 포장하고 있으니 알리 자신과 역사에 해악이 된다는 지적이다.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는 원제인 ‘구원의 노래: 알리와 60년대 정신(Redemption Song-Ali and the Spirit of the Sixties)’의 한국어 번역본(마이크 마커시 지음, 차익종 옮김, 당대)이다.

저자 마커시는 흑인 정체성 운동의 뿌리와 권투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파헤치면서 알리의 행적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우리가 왕이었을 때’를 감독한 레온 개스트는“탁월한 서술, 매혹적인 책으로 흥미진진하며 의미심장하다. 이 책은 무하마드 알리를 보기 드물 정도로 탁월하게 통찰하고 격동의 변화를 겪은 이 시대에 알리가 끼친 지구적인 영향을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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