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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알리의 전쟁 ⑤

영화로 책으로 노래로…흑인 영웅에서 미국의 우상으로

  • 안병찬│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언론인권센터명예이사장 ann-bc@daum.net

영화로 책으로 노래로…흑인 영웅에서 미국의 우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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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켄 위와는 “이 책은 폴 로브슨에서 재키 로빈슨·샘 쿠크·밥 딜런·모부투 세세 세코·돈 킹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당대 인물들의 삶을 되살려냈다. 가슴 찌르는 일화로 가득 차 있다”라고 내셔널 포스트지에 썼다.

저자 마커시는 알리에게 비판적인 시선도 보낸다. 애틀랜타올림픽의 성화 점화 주자로 나타난 알리는 1960년대에 보여준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에 순응하는 톰 아저씨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 책의 끝 대목은 인상적이다.

“알리는 미국의 경계를 뛰어넘어서 사유하고 행동함으로써 20세기의 순수한 영웅이 되었다. 영웅도 실책을 범하고 유혹 앞에 망설이고 심각한 판단착오를 범한다. 그렇지만 알리라는 우상이 과거에 실천한 바는 전쟁과 테러로 점철된 오늘의 현실을 구원하는 데 분명히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었다.”

이 말과 관련하여, 노바리라는 평자는 알라딘의 독자리뷰(2004년 1월15일)에서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마이크 마커시 지음, 차익종 옮김 /2003년)를 평하면서, 이 책은 단순한 알리의 평전이 아니고 무하마드 알리라는 새로운 챔피언 영웅이 나타난 시대적 배경, 알리와 시대가 서로 주고받은 상호작용의 결과들을 깊이 있고 날카로운 통찰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바리의 평문 일부를 인용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시대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잘생긴 떠버리 권투선수 캐시어스 클레이는, 처음엔 백인들의 꼭두각시 인형 노릇을 하는 듯 했지만, 처음 헤비급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뒤 자신의 이슬람네이션 가입 사실을 발표하고 소리친다. '난 당신들이 원하는 그런 챔피언은 되지 않아!'

그리고 그가 갑자기 백인들의 공적이 되고, 노예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흑인들, 그리고 이후 나아가서 전 세계의 억압받는 자들의 희망의 상징으로 떠오르기까지, 저자는 무하마드 알리를 중심으로 60년대 이전 스포츠계와 흑인 민족주의 운동의 전통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꿰뚫는다.

이 책을 보며 느끼는 전율과 감동은 '무하마드 알리'라는 한 사람이 얼마나 영웅적 행적을 보여주었는가에서 연유하지 않는다. 무하마드 알리라는 영웅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탁월함에서 탄생한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그 시대에 적극적으로 조응했으며, 자신의 고민을 멈추지 않았고 그 범위를 확장시키며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결국 그를 영웅으로 만든 것은 그 시대 자체였으며, 그 시대에 함께 살던 약자들의 소망과 희망이었다. 단순히 개인적인 배려에서 비롯했다가 세계 전체의 민중들과 연대하는 차원으로 나아간 베트남전 징병 거부 사건에서 그의 연설은, 그의 인터뷰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애틀랜타 올림픽의 성화봉송주자로 나타난 알리의 모습은, 더이상 60년대 그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그가 그토록 대항하고 침을 뱉었던 국가와 자본이 이제 그를 '위대한 자'라고 찬미한다. 그는 더이상 '위험하지 않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변절한 놈'이라고 욕할 수만은 없다.

그는 자신이 냉전의 도구로 이용되던 시절, 미 국무부 사절 신분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했다가 아프리카 각국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내가 뭔가 대단히 잘못된 것에 이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께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말해 미 국무부 직원의 얼굴을 하얗게 질리게 만든 적이 있다. 파킨슨씨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갑자기 변절을 해서 국가와 자본의 품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저자인 마이크 마커시는 1997년 이 책을 영국에서 출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뿌리가 뽑힌 뉴욕의 유대인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했다. 작가 겸 저널리스트이고 정치운동가인 그는 1971년 영국으로 이주해서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제목은 자메이카 가수인 밥 말레이가 흑인민족주의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구원의 노래(Redemption Song)’와 같다.

더 이상 게임은 없다. 더 이상 폭격은 없다. 더 이상 걸을 일은 없다. 더 이상 즐길 일은 없다. 더 이상 수영할 일은 없다.

67세. 50에 17년이 지난 나이. 내가 원했던 50을 17년이나 초과했다. 지쳤다. 나는 심보가 고약했다. 아무에게도 재미를 못 주었다.

67세. 탐욕스러워진다. 늙은이다운 행동. 편안하게 쉬자. 그러면 고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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