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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장밥 대명사 햇반 성공 비결

신 영역 개척, 대기만성 마케팅

  • 이방실│동아비즈니스리뷰 기자 smile@donga.com

한국 포장밥 대명사 햇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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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3일→1일’ 도정 시스템 진화

햇반은 지금까지 크게 두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두 번 모두 경쟁업체의 진입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이다. 우선 2000년대 초반 농심(2002년)과 오뚜기(2004년)의 시장 진입으로 이전까지 80%대를 유지했던 점유율(포장 맨밥 물량 기준)이 2005년 67%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2008년 시장점유율을 71%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위기는 제3의 업체인 동원F·B의 가세로 찾아왔다. 4개 업체 간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며 2010년 햇반 점유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59%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 역시 1년도 채 되기 전 66%(2011년 1∼9월 누적)로 끌어올렸다.

위기 때마다 시장점유율을 탈환해 오는 데에는 ‘자가 도정 시스템’ 구축을 통해 밥맛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게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2006년엔 ‘3일 도정’ 시스템을, 2010년엔 ‘1일 도정’ 시스템을 각각 내세우며 점유율 하락 고비 때마다 진보된 도정 기술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해나갔다.

사실 손쉽게 점유율을 되찾아오려면 다른 업체들처럼 가격을 할인하면 됐다. 아무리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햇반은 상품밥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업체다. 어느 정도의 출혈만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면 후발 주자들을 손쉽게 눌러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CJ는 가격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CJ 경영진은 CJ식품연구소에 밥맛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경영진의 특명을 받은 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은 해결책 마련에 골몰했다. 그리고 여름철이 되면 유난히 햇반의 맛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갓 수확한 쌀을 아무리 냉장 보관한다고 해도 여름철만 되면 특히 맛이 떨어지는 이유를 찾기 위해 연구원들은 전국 각지의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도정한 백미를 부산 생산공장까지 3∼4시간 동안 이송하는 트럭에 함께 올라탔다. 도정한 백미가 도대체 트럭 안에서 어떤 상태가 되길래 부산 생산공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품질이 현격하게 떨어지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백미 이송 트럭에서 발견한 비밀

트럭에 올라타 이송 도중 도정미의 온도 변화를 체크하던 연구원들은 쌀 온도가 무려 50℃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름철에 도정을 하면 외부의 더운 공기는 물론 도정기를 거치며 겪는 마찰열로 인해 가뜩이나 쌀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를 밀폐된 트럭에 장시간 싣고 오다보니 온도가 계속 치솟아 밥을 짓기도 전에 이미 열화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제아무리 냉장 저장을 한다 해도 쌀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거기다 여름철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서 쌀 표면에 결로(結露) 현상이 발생하고 심지어 금이 가는 현상도 수시로 나타났다. 이렇게 신선도가 떨어지고 조직구조가 망가진 쌀로 밥을 하다보니 밥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결국 식품연구소는 4계절 내내 균일한 밥맛을 내려면 도정기를 들여와 자가 도정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 품질의 쌀이라도 재배 조건에 따라 해마다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도정 단계별 온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고 경도, 미강층(米糠層) 두께, 분상질립(紛狀質粒) 함유율 등 개별 쌀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도정 조건을 적용하기 위해선 자체적인 설비 투자가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2006년 9월 CJ는 도정기를 들여와 당일 도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로 CJ는 RPC에서 벼의 껍질(왕겨)을 벗겨내 제현 과정만 거친 현미 상태의 쌀을 가져와 직접 도정하고 있다. 최동재 팀장은 “2006년 이전에는 이미 도정된 백미를 가져와 햇반을 만들었기 때문에 RPC에서 부산 생산공장으로의 이동 기간과 저장 기간 등을 감안할 경우 도정한 지 평균 5일 정도 지난 쌀을 이용했다고 보면 된다”며 “자가 도정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원칙적으로 당일 도정한 쌀로 햇반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보수적으로 ‘3일 도정’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 주말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매주 월요일 아침 포장되는 햇반 제품은 금요일 도정된 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마저 2010년 5월부터 탄력적인 교대조 근무를 통해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완벽한 ‘1일 도정’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한층 개선된 밥맛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봤다. 2006년 3일 도정 시스템 공표 후 곧바로 점유율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2010년 사상 최악의 실적을 올해 급속한 매출 성장으로 상쇄할 수 있었던 것도 1일 도정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알리면서부터다. 경쟁 격화로 매출이 둔화되고 후발 주자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을 벌이던 시기에 CJ는 오히려 품질 개선을 위해 투자하는 과감한 전략을 통해 햇반의 충성고객을 확대해가는 데 성공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현재 햇반의 총 매출 중 3분의 2는 연간 50개 이상 사들이는 ‘헤비 유저(Heavy User·사용/구매 빈도가 높은 단골 고객)’가 차지한다. 이들 헤비 유저의 비율은 지난해 이미 전체 고객의 15%에 다가섰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반면 경쟁사의 헤비 유저 비율은 1.6%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CJ제일제당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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