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권태 속에 내뱉어진 소음으로 주위는 가득 차고/푸른 하늘 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다가와/헤아릴 수 없는 얘기 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바로 그때 나를 보면서 날아가 버린 나의 솔개여/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아//애드벌룬 같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준비하고 계획하는 사람 속에서 나도 움직이려나/머리 들어 하늘을 보며 아련한 솔개의 노래/수많은 농담과 진실 속에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수많은 농담과 진실 속에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멀어져간 나의 솔개여”(이태원 노래, ‘솔개’)
온전한 ‘나’로 사는 기쁨
나를 생동하게 하는 ‘의미 있는 하루’는 어디에 있는가? 누가 그것을 내게서 뺏어갔는가? 왜 우리의 삶은 평화롭고 고요하고 충만한 대신에 불안하고 초조하고 분주하기만 한 것인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도 덧나고 찢긴 삶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자초한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간다. 존재의 소모, 숨 막힐 듯한 권태, 바닥을 모르는 추락…, 이것들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 세계에서 산다는 것은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산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말들은 소음이 되고, 권태는 자아와 삶의 의지를 갉아먹는다. 내 삶이 빈곤해지고 고갈됨으로써 내 안에 깃들어 있던 ‘솔개’는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우리 내면과 잇닿지 않은 농담과 진실들이 ‘솔개’를 내쫓는다. 이 노래에서 ‘솔개’는 내면의 진실을 전달해주는 메신저다. 그 ‘솔개’가 아득하게 멀어짐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진실을 담지 않은 말들 속에서 내 삶은 더없이 가볍고 공허해진다. 그때 삶은 피상적이 되고 의미를 머금을 수 없는 상태로 떨어진다.
한 해는 덧없이 끝난다. 도심의 거리는 쏟아져 나온 인파로 붐빈다. 밤은 인공조명들로 번쩍거리고, 소음은 도심의 거리를 집어삼킨다. 나는 흥청거리는 무리에서 떨어져 차라리 고립을 선택하고 나만의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련다.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원이다.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느낌과 접촉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태도를 바꾼다.”(앤서니 스토, ‘고독의 위로’)
나는 고요 속에서 혼자 있고 싶다. 절대로 고독에서 도망치지 않겠다. 그러나 밖이 시끄러우니 애써 힘쓰지 않으면 스스로 고요하기는 힘들다. 밖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것은 내 안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밖이 고요하면 그 고요를 각성하는 내 안의 고요도 홀연히 깨어난다. 내 안의 고요는 우주와 하나 되는 일체감 속에서 충만해진다. 나를 감싼 고요는 나에게 온전한 ‘나’로 살아 있다는 기쁨을 선물로 준다. 저 멀리 날아갔던 ‘솔개’가 내 가슴으로 다시 돌아온다. 내가 찾은 행복, 내가 찾은 충만한 평화는 내면의 고요 속에 오롯하게 있었던 것이다.
“내면이 고요할 때만 나는 바위, 풀, 동물이 머무르는 고요함의 영역에 다가갈 수 있다. 마음의 소란함이 잦아들 때만 깊은 차원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지나친 사고 작용이 만들어낸 분리된 존재라는 느낌을 넘을 수 있다. 생각은 생명 진화의 한 단계이다. 자연은 생각이 생겨나기 이전에 존재하는 순진무구한 고요함 속에 머무른다. 나무, 꽃, 새, 바위는 스스로의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알지 못한다. 인간은 고요해지면 생각 저편으로 넘어간다. 생각 저편의 고요함 안에는 앎과 맑은 마음의 차원이 존재한다.”(에크하르트 톨레, ‘고요함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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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며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문명세계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소로가 숲에 갔듯이 우리는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고요 속에 머물며 내면을 들여다보라!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들어라! 그 목소리에 따라 뜨겁게 살라!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서,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류융 | ‘살아간다는 것 경쟁한다는 것’ | 유소영 옮김 | 푸른숲, 2006
● 제프리 골드파브 | ‘작은 것들의 정치’ | 이충훈 옮김 | 후마니타스, 2011
● 앤서니 스토 | ‘고독의 위로’ | 이순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2011
● 에크하르트 톨레 | ‘고요함의 지혜’ | 진우기 옮김 | 김영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