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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⑥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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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말린 꾸지뽕나무 뿌리.

요사이 꾸지뽕나무를 가지고 건강식품 사업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말기 자궁암을 씻은 듯이 낫게 하고 각종 암에도 효과가 크다는 ‘꾸지뽕 기름’을 최고로 친다. 정확히 말하면 기름이 아니라 꾸지뽕 나무의 수액을 추출한 것이다. 뿌리나 줄기를 오지항아리에 넣고 왕겨로 일주일여 불을 때서 수액을 빼낸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추출한 수액은 탄 냄새도 나고 먹기가 고약해 현대적인 기계장비로 추출하기도 한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암환자라면 십중팔구 이걸 사 먹게 될 것 같다. 필자도 한번 만들어볼까 유혹을 느낄 정도다.

‘태평성혜방’이란 중국의 고대 의서에도 그런 유혹을 하는 신통한 술이 하나 나온다. 꾸지뽕 뿌리를 가지고 빚는 술인데, 이름을 ‘자근주(根酒)’라고 한다. 신장이 허해서 오랫동안 낫지 않는 청력장애, 귀울음과 이롱을 씻은 듯이 고친다. 현대의학이 포기한 이명환자가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 재미있어서 제법(製法)을 소개한다.

“꾸지뽕뿌리 20근(한 근은 600g)과 석창포뿌리 5근을 준비해 각각 물 10말(1말은 18L)씩을 넣고 5말이 될 때까지 달인다. 벌겋게 달군 쇳조각 20근을 5말의 물에 담가 식힌 후 맑은 물만 따른다. 이 물을 철락음(鐵落飮)이라 한다. 여기에 꾸지뽕 달인 물, 석창포 달인 물을 섞는다. 도합 15말의 물에 쌀 2섬과 누룩 2말을 넣고 술을 빚는다. 술이 다 익으면 자석 3근을 가루 내어 술에 넣고 사흘 밤을 재운다.”

이렇게 만든 술을 주야로 취하도록 마신다. 그러면 어느 틈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게 된다고 한다.

의약품을 둘러싼 빅브러더



빈손으로 산을 내려오며 뜬금없이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다. 이 영화는 식당과 미디어의 탐욕과 조작에 관한 블랙코미디다. 복잡한 얘기 다 빼면 얼추 이런 내용이다. 방송3사 TV에 나오는 대한민국의 맛집들은 다 조작이다. 식당도 음식도 사장에 종업원까지 모조리 사기다. 돈만 주면 지상파 TV에 맛집으로 소개되고 메뉴까지 그 자리에서 만들어준다. 방송을 본 대중은 그 맛집에 몰린다. 하지만 그 맛집은 십중팔구 맛이 없다. TV에 먹음직스럽게 소개된 그 메뉴도 없다.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다. 물론 극히 드물게 맛이 있는 집도 있긴 하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사람들은 미디어와 식당의 너무도 부적절한 관계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영화 내용을 모르는 분은 반드시 한번 보시기 바란다. 우선 너무 재미있다. 방송사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쓴 수법도 기막히다. 그러나 그냥 재미만 있지 않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관람자의 마음도 결코 편치 않다.

커넥션의 주연은 방송사와 PD, 식당과 방송을 연결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브로커, 그리고 대박의 꿈을 꾸는 맛집들이다. 그렇지만 트루맛쇼는 이 거짓 쇼를 강요해온 빅브러더가 누구인가 묻는다. 영화 속의 브로커와 음식평론가는 TV의 거짓쇼가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 맛집 소비자의 수준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빅브러더는 ‘그들’이 아닌 우리의 ‘저급한’ 욕망이라는 것이다. ‘바로 당신들 수준이 그 정도니까 방송사들이 조작한 그런 맛집에 몰리잖아. 그러니까 거짓 쇼가 계속되는 거고.’ 비아냥에 가깝다.

맛집과 미디어만 부적절한 관계일까. 건강사업은 더 그렇지 않을까.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즈음 미디어에서 특정식물에 대한 홍보가 집중되는 것을 허투루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반인의 식물에 대한 정보력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산야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겪는 수난이 극심해졌다. 호깨나무(지구자), 오가피나무 같은 것들은 이젠 야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흔해빠진 맹감나무까지 중금속 해독에 좋다며 거덜내고 있는 판이다. 꾸지뽕도 그동안 수난이 많았다. 뿌리째 캐내는 통에 개체수가 많이 줄었고, 요즘 들어서는 더 심해졌다.

트루맛쇼에서 그렇듯 꾸지뽕이란 아이템으로 대박을 노리며 백세건강의 욕망을 자극하는 구조화된 커넥션이 있고,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정보와 이미지를 좇아 욕망을 충족시키려 애쓴다. 미디어가 오감을 자극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대박이 날 것이다. 똑같다. 욕망이라는 빅브러더는 맛집에만 있지 않다.

생각해보면 꾸지뽕은 별것도 아니다. ‘공포의 마케팅’으로 초국적 거대 제약업체가 전 지구적으로 유포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비롯해 에이즈 치료제, 각종 백신, 항암제, 하다못해 동네 내과의원에서 취급하는 헬리코박터제균제 등은 애당초 관람객, 소비자의 저항이나 반성이 불가능한 빅브러더의 빅브러더가 아니던가.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김승호

1960년 전남 해남 출생

現 광주 자연마을한의원 원장

前 동아일보 기자·송원대 교수


요새는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실체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항암제나 헬리코박터 제균제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극단적인 환원주의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것이 도대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말인지 모르겠다. 부처의 눈을 뜨고 보면 인간은 꿈처럼 허망한 가짜 세상에서 사는 동물이 아니던가.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무명(無明)을 기반으로 중생의 탐진(貪嗔)이 정교하게 빚어낸 허구의 세상에 사는.

신동아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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