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 취재 |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미스터리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선정 주체 뉴세븐원더스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2/6
중복투표 공정성 의문

세계 7대 자연경관은 ‘더 많은 관심과 수익을 통해 자연경관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N7W재단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전화(유료), 문자(유료), 인터넷(무료) 투표를 통해 자연경관 7군데를 뽑는 행사다. 11월11일 선정된 잠정 7대 자연경관은 제주를 포함해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인도네시아 코모도섬,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 마운틴, 베트남 하롱베이,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 브라질 아마존 강 등이다.

전화는 무한정 중복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N7W는 ‘중간투표 집계나 7군데 최종 선정 이후에도 각 후보지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겠다’면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스위스에 있는 독립적인 국제회계 감사관을 선임해 투표 결과를 인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7월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지를 28개로 압축해 발표할 때도 N7W의 전문가 패널(버나드 웨버 대표, 페데리코 마요르 사라고사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7인)은 득표수를 얼마나 참고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 애초 21개 최종 후보지로 압축하기로 돼 있었으나 슬그머니 28개 후보지가 발표된 것도 의심스럽다. 2007년 신 7대 불가사의(New Seven Wonders of the World)를 선정할 때 공개된 것은 전체 투표수가 1억표 이상이라는 것뿐이었다.

N7W 재단은 스위스 출신의 캐나다인 버나드 웨버(Bernard Weber)가 만들었으며, 비영리기구를 표방하고 있다. 재단은 본부를 스위스 취리히 하이디 웨버 사립 박물관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버나드 웨버는 ‘자칭’ 영화제작자이며, 여행가,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고, N7W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구글 등 인터넷 검색엔진을 돌려봐도 그에 대한 정보는 아주 빈약하며 신 7대 불가사의 캠페인과 관련한 뉴스들과 후발국가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해 이익을 취하는 그의 장삿속을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스위스 상업등기소 공시문서를 보면 N7W는 2000년 7월5일 유한회사 형태로 등록됐는데, 그 등록 주소지가 볼레라우(Wollerau) 지역이다. 이곳은 스위스의 조세피난처 가운데 하나로 2009년 현재 7000여 명의 인구 가운데 20%가 외국인이다. N7W는 2003년 10월7일 회사 청산(in Liquidation) 상태가 되고, 6개월 뒤인 2004년 3월23일 재단(foundation)의 형태를 갖췄다. 재단 등록 주소지는 취리히의 하이디 웨버 사립 박물관으로 우편물 ‘전교(轉交·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우편물을 받게 한다는 뜻)’였다. 이 박물관은 유명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와 친분이 있었던 스위스 화랑 소유주 하이디 웨버가 운영하는 박물관인데, 흥미롭게도 여름(6~8월)에만 문을 여는 곳이다. N7W 본부가 이곳에 있다고 하는데, 2011년 4월 이곳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관광청 직원들은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하이디 웨버와 버나드 웨버의 관계는 분명치 않다.



가장 화끈한 여자 캠페인도

N7W 재단의 설립 목적은 ‘우리의 유산은 우리의 미래’라는 모토 아래 세계의 유적들을 관리, 보존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양원찬 범추위 사무총장은 이 재단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적십자사와 같은 비영리재단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N7W는 비영리재단을 표방하면서도 집요하게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어 IOC나 국제적십자사 등과 차별된다. 주한 스위스대사관의 한 고위급 외교관도 N7W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스위스 취리히권 언론에도 관련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의심스럽다. N7W가 IOC 정도의 공신력과 대중성을 가진 단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듯한 비영리재단이라고 내세우면서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가운데는 ‘필리핀의 최고 여배우 7인’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개 7마리’ ‘세계에서 가장 화끈한 여자’ 등의 이벤트도 있었다.

또 유명한 국제기구들과는 달리 N7W는 비밀스러운 게 너무 많다. 박대석 범추위 사무국장이 알려준 재단 대표 전화번호는 스위스가 아니라 영국 전화번호였고, 주소는 사무실이 있다는 하이디 웨버 박물관이 아니라 우편사서함 주소였다. N7W 7대 자연경관 잠정 리스트 발표 이후 최근 이 재단의 홈페이지에는 독일 뮌헨에 근거지를 둔 팀원들 사진이 올라와 있다. 비즈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실제 N7W 홈페이지의 서브도 뮌헨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까지 이 서버 접속자의 11.8%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네티즌들이었다. 2011년 초 인도네시아와 N7W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때 인도네시아 네티즌의 관심이 많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세계 7대 자연경관 캠페인 참가 등록용 팩스 번호는 영국 전화인데, N7W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장-폴이 대표로 있는 디유레카(DEUREKA) 사무실 번호다.

N7W는 자신들의 상업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회사로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 회사 대표는 바로 재단의 대표인 버나드 웨버다. 이 회사의 등록 주소지는 조세피난처가 있는 파나마다. 이 재단에서 하는 사업에 참가하면 이후 모든 진행은 NOWC와 협의하에 진행된다. NOWC는 세계 7대 자연경관 28개 후보지의 공식후원회(Official Supporting Committee·OSC)뿐 아니라 국내의 현대기아차와 KT 같은 개별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돈을 벌었다. NOWC는 각국 OSC 등이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투표 결과에는 상관없이 선정지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도 갖고 있다.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뉴세븐원더스 본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 취리히의 하이디 웨버 박물관. 1년 중 여름에만 문을 여는 사립 박물관이다.



2/6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댓글 창 닫기

2021/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