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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저주, 신자유주의 적자경제…장수국가의 덫에 걸렸다

이탈리아 부채 상환 위기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헤지펀드의 저주, 신자유주의 적자경제…장수국가의 덫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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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정당 통합의 산물은 다시 베를루스코니에게 돌아갔다. 2008년 4월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자유민중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재집권 이후 베를루스코니는 과거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긴 했다. 프로디 정부 시절에 만든 규칙에 따라 60명의 장차관으로 구성된 ‘작은 정부’를 구성하는 한편, ‘국정 안정과 경제 성장’을 최대 국정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위기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고령화로 인한 재정 증가 피할 수 없어

감세에 더해 사회복지 축소 정책까지 단행했던 베를루스코니도 어쩔 수 없었던 재정증가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바로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 예산 증가다. 이탈리아인 평균수명은 여성 83.7세, 남성 77.8세로 일본과 세계 1, 2위를 다툰다. 남녀 합쳐서 82세 정도로 노인부양비가 2050년경에는 국내총생산 대비 24.6%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당연히 고령화 관련 지출이 증가해서 현재는 국내총생산 대비 11% 선인데, 이것이 전체 사회보장 지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사회보장 지출이 20%를 상회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 선에 비교하더라도 크게 높은 상황이다. 고령화라는 사회적 변수는 구조적인 것으로서 인위적으로 조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결국 좌파건 우파건 현실로 받아들이고 재정을 얼마나 투여할 것인지만 선택 또는 결단해야 하는데, 솔직히 어느 정권이건 이 예산에 손을 대기에는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요즘 국내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경쟁적으로 복지예산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표심 이전에 심정적으로 고령화 예산에 대해서는 모진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결국 방만하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안고 가는 방향으로 우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회가 가족 중심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보다도 더 가족 지향적인데, 그런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고령화 관련 예산의 증액은 문화적으로 불가피했던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엘사 포르네로 복지장관이 ‘희생’이라는 단어에 목이 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본인의 노후도 걱정스러웠겠지만 왜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런 모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으며 내 손으로 이 일을 처리해야만 하는 운명일까 하는 자괴감이 컸을 것이다. 다음 세대에 대한 미안함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살리기’로 이름 붙여진, 정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재정 감축 계획이지만 반발은 예상보다 강하다. 이탈리아 최대 노조인 이탈리아노동연맹(CGIL), 이탈리아노동자총동맹(CISL), 이탈리아노동조합연맹(UIL), 이 3개 노동단체는 연금개혁 방안이 봉급생활자를 비롯한 서민에게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면서 12월12일 파업에 나섰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겠지만 왜 우리가 그 부담을 모두 져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이런 속에서 이탈리아 가톨릭 주교회의 사회노동 분과 위원장 지안카를로 브레얀티니 주교가 재정 감축 방안이 “좀 더 공평해야 한다”면서 부유층 증세를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재정 감축에 따른 고통의 눈물을 누가 더 많이 흘려야 할 것인지는 이탈리아 사회에서 한동안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본래 신자유주의는 ‘정부를 굶겨라(starve the beast)’는 기치 아래 감세정책을 옹호해온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건 당분간 감세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다. 증세를 해서라도 국채를 줄여야 하는 국면에서 남는 문제는 결국 누가 세금을 더 낼 것인가? 다시 말해서 누구를 더 굶길 것인지다. 이것은 눈물을 넘어선 고통을 수반할지도 모른다.

국채발행 규모 폭증과 재정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일보 직전. 그나마 우리에게는 선제적 조치를 취할 여유가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선택에 관심이 더 가는데, 지금 우리도 한 번 자문자답해봐야 한다. 그날이 왔을 때, 누구를 더 굶길 것인가?

신동아 201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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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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