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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권력실세 ‘로비창구’ 여의사에게 차용증 쓰고 비자금 수억 원 건넸다

김학인(EBS이사) 방통위·정관계 로비 조사한 국세청 문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현 정권 권력실세 ‘로비창구’ 여의사에게 차용증 쓰고 비자금 수억 원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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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권력실세 ‘로비창구’ 여의사에게 차용증 쓰고 비자금 수억 원 건넸다

국세청 문건에 첨부되어 있는 차용증서들. 김학인 EBS 이사는 2006~2007년 초 여의사 Y씨등과 차용증을 쓰고 로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수억 원을 건넸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여의사 Y(52) 씨도 김 씨의 로비 의혹을 풀어줄 키맨으로 부상했다. 김 씨와 같이 K대학원 최고위과정에 다니며 친분을 쌓은 Y 씨는 김 씨가 정 전 보좌역 등과 어울린 자리에 자주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위원장 부부가 Y 씨 병원을 찾아 몇 차례 시술을 받았다는 설도 나돌고 있어, 김 씨와 방통위 실세를 연결해준 고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Y 씨가 김 씨 로비의 창구 역할도 했다는 제보가 검찰에 전달돼 수사팀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한예진 상임고문을 맡은 자신의 측근을 통해 최 위원장 측에 억대의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인데, 그 다리 역할을 Y 씨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수사에서 확인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Y 씨 역시 언론과의 접촉을 끊은 채 사건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이 Y 씨를 조만간 소환해 로비 의혹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1월 10일 한국일보)

정체불명의 수억 원대 차용증

Y 씨에 대한 논란은 국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민주통합당 주승용 정책위의장은 최근 “Y 씨는 특별한 학력이 없는데도 국내에서 한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뒤 울산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Y 씨가 강남에 미용병원을 설립할 때 소요된 수십억 원의 자금 출처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A4 용지 18쪽에 달하는 국세청 문건에는 김 이사장이 여러 여성과 작성한 정체불명의 차용증, 부동산 거래계약서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국세청 직원과 김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한 한 제보자의 대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녹취록 형태로 문건에 실려 있다. 문건에는 이 대화가 2010년 1월 6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됐다고 적혀 있다. 문건에 첨부돼 있는 각종 차용증과 부동산 계약서도 제보자 측이 ‘목숨을 걸고’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제보자는 국세청 측에 “김학인 이사장으로 인해 개인적인 피해를 입은 한 현역 국회의원 부인의 대리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 제보자가 주장한 내용들은 최근 수사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의혹들과 거의 대부분 일치해 눈길을 끈다. 문건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전 한예진 직원 최 씨를 통해 공금을 빼돌리고 그 돈으로 다수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중에는 최 씨 명의로 구입한 부동산도 있었다. 문건에는 최 씨 명의로 작성된 부동산 계약서가 여러 장 첨부되어 있다. 문건에서 제보자는 “김 이사장이 비자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최 씨와 차용증을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김 이사장이 최 씨와 작성한 차용증 1장 외에도 여의사 Y 씨와 맺은 차용증 2장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주로 2006년 3월~2007년 초 사이에 작성된 것이다. 총 3장의 차용증 중 금액을 알 수 있는 것은 2장인데 각각 2억3000만 원(최 씨), 2억 원(여의사 Y 씨)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김 이사장이 여의사와 맺은 차용증의 성격이다.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국세청 조사관 : (여의사 Y 씨와 김 이사장이 작성한 차용증을 보며) Y 씨는 누구죠?

제보자 : Y 씨는 서초동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장입니다. …Y씨가 ○○대 최고위 과정을 수료하였고 정치권 인맥이 많은 점을 이용해….

국세청 조사관 : 그럼 김 이사장과 (여의사) Y 씨 간의 차용증서는 무엇인가요?

제보자 : Y 씨가 워낙 인맥이 넓으니까 그쪽을 통해서 비자금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건에 등장하는 제보자의 주장대로라면, 김 이사장은 Y 씨에게 정·관계 로비자금을 건네고 문제가 됐을 경우를 대비해 차용증을 작성해놓았다. 공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전 한예진 재무담당 최 씨와 차용증을 작성하고 돈을 빼돌린 것과는 용도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당시 이 문건을 작성한 국세청 조사관은 이 보고서를 작성한 직후인 2010년 5~6월경 기자를 만나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보자는 현 정부 실세들과 두루 친한 관계를 맺고 있는 Y 씨가 김 이사장과 내연의 관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Y 씨가 김 이사장을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해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를 대비해 차용증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이사장이 여의사 Y 씨와 여러 장의 차용증을 작성한 시기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 문건에 첨부된 차용증이 작성된 2006년 말~2007년 초가 김 이사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시기와 공교롭게 겹치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07년 5월 한나라당이 운영한 2개월 과정의 정치대학원을 수료했고 학생회 수석부회장도 맡았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한나라당 신세대 육성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모두 2008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활동이었다. 김 이사장은 2008년 총선에서 고향인 충북 청주가 아닌 서울 강북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이사장이 Y 씨를 통해 뿌린 로비자금은 공천을 받기 위한 용도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2004년 김 이사장이 충북 청주에서 출마했을 당시 선거를 도왔던 전 한예진 직원 H 씨는 “김 이사장이 2004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진 이후 정당 공천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부터 한나라당 쪽 정치인들과 친분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한나라당 J 의원도 그즈음 알게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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