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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부러진 화살’ 혈흔 없는 와이셔츠…미스터리 석궁 재판

석궁 사건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 김유림 기자│rim@donga.com

사라진 ‘부러진 화살’ 혈흔 없는 와이셔츠…미스터리 석궁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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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부러진 화살’ 혈흔 없는 와이셔츠…미스터리 석궁 재판

김명호 전 교수가 직접 석궁 화살촉을 그려가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그러면 박 판사의 배에 상처는 어떻게 생긴 건가요?

“가장 먼저 상처를 본 사람은 박 판사니 박 판사가 잘 알겠지요. 확실한 건 박 판사 진술에도 나왔듯이 그가 실랑이 이후 8층 집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구급차를 탔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박 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는 답변을 거절했다. 의정부지법 공보처측은 “박 법원장이 충격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당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미 사실관계가 대법원에서 밝혀졌고 확정까지 된 사건인데 이제와 다시 ‘화살에 맞았느냐, 안 맞았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부러진 화살이 사라졌다

‘부러진 화살’의 행방도 묘연하다. 김 전 교수에 따르면 그는 범행 현장에 10개 남짓한 석궁 화살을 가지고 갔다고 한다. 그중 3개는 허리춤에 차고 나머지는 아파트 앞 화단에 올려뒀다. 허리춤에 찬 3개 화살 중 1개를 석궁에 장착했다. 현장에서 그가 소지하고 있던 화살과 화단에 올려놓은 화살 전체를 경찰이 압수해갔다.



당시 아파트 경비원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에 직접 사용됐던 화살은 화살촉이 뭉툭하고 뒷부분이 부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화살 3개와 화단에서 발견한 화살 6개를 증거물로 제출했는데, 이 9개의 화살 중에는 끝이 뭉툭하고 뒷부분이 부러진 화살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실시한 유전자분석감정서에 따르면 경찰이 당시 현장에서 수거했다고 주장하는 화살 3개는 혈흔 음성 반응을 보이며 유전자형이 검출되지 않았다. 김 전 교수는 “제가 박 판사를 공격해서 그 사람이 상해를 입었다면 화살에 피가 묻어 있어야 할 거 아니냐”고 물었다.

▼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 간 건가요?

“처음 박 판사한테 부러진 화살을 받은 사람은 경비원이에요. 근데 그 사람이 그 중요한 화살을 분실했겠어요? 화살 등 증거물은 경찰이 받아서 검찰로 넘겼겠죠. 부러진 화살의 행방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 가져간 석궁 화살이 9개인 건 확실한가요?

“제가 화살 몇 개를 가져갔는지는 정확히 기억을 못 해요. 10개 남짓이었어요.”

김 씨는 “원래 화살이 10개 있었는데 경찰이나 검찰이 부러진 화살을 제외해버리고 ‘본래 김명호가 가졌던 화살이 9개였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정말 부러진 화살이 사라진 거라면 현장에서 발견된 화살이 2개여야 하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화살은 멀쩡한 3개입니다.”

▼ 국과수 유전자 감식 결과 피가 묻지 않은 화살들도 증거로 인정됐죠?

“네, 검사 쪽에서 피도 안 묻은 화살을 증거로 제출했고 판사가 인정했어요.”

1심 재판을 맡은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부러진 화살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부러진 화살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증거가 조작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압수된 화살 9개는 범행 현장에서 압수된 것이므로 다른 증거와 종합해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수사기관이 범행현장에서 증거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정적인 증거물을 수사기관이 일부러 폐기 또는 은닉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증거조작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유일하게 피가 안 묻은 와이셔츠

사라진 ‘부러진 화살’ 혈흔 없는 와이셔츠…미스터리 석궁 재판

영화 ‘부러진 화살’중. 김명호 전 교수 역은 배우 안성기 씨가 맡았다.

박 판사는 사건 당시 입은 속옷, 내복, 와이셔츠, 조끼, 재킷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 중 유일하게 와이셔츠에만 혈흔이 묻지 않았다.

“만약 석궁을 맞았다면 안에서부터 피가 배어 나와서 조끼까지 피가 묻을 텐데 왜 와이셔츠만 멀쩡합니까? 그런데 대법원은 이 옷가지도 증거로 채택했어요. ‘왜 와이셔츠에 혈흔이 없느냐’는 제 지적에는 ‘혈흔이 사라졌다’ ‘모르겠다’ 하고는 끝이에요. 현대과학에서는 아무리 피가 묻은 옷을 빨았어도 혈흔을 찾아내거든요. 만약 정말 빨아서 피가 안 묻은 거라면 왜 몸싸움할 때 생긴 팔꿈치 쪽 혈흔은 발견됐겠어요?”

김 씨는 “내 생각에는 경찰들이 박 판사의 진술을 듣고 옷에 증거를 조작하다가 와이셔츠만 빼먹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조끼, 속옷 등에 묻은 피도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당시 증거물의 사진을 보면 속옷, 내복, 조끼 등에 묻은 피 위치가 제각기 다르다. 크게는 약 20㎝까지 차이가 난다. 국과수 분석 결과 옷가지에 묻은 피가 모두 동일인의 혈흔임은 밝혀졌지만 그 혈흔의 주인공이 박 판사인지는 검증하지 못했다. 김 씨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박 판사 DNA와 옷가지에서 발견된 DNA가 동일인의 것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박 판사의 혈액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적절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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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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