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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한반도 소설

2012 코리아의 봄

2012 코리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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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동지께서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다고 무시하는 놈들은 우리 손으로 처단한다. 그것이 우리 임무다.”

모두 숨을 죽인 채 이철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철진은 김정은과 밀담을 자주 나눈다. 바로 이것 때문인 것이다. 그때 넷을 대표하듯 최명호가 대답했다.

“이미 우리 목숨은 지도자 동지께 맡겼어. 말은 더 이상 필요 없어.”

이철진은 네 쌍의 시선을 받고 숨을 멈췄다. 자신의 표정도 그들과 같을 것이다.

“지도자께서 주변 관리를 시작하셨어.”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수행 경호대를 손수 고르셨더군. 호위사령관이 내쫓았던 놈들을 다시 불러들였지.”

“저도 들었습니다. 제2호위대 소속이었던 놈들이더군요.”

무력부부장 진재경이 정색하고 말했다.

오후 4시, 둘은 지금 무력부장실에 마주 앉아 있었는데 방금 비상회의를 마친 참이다. 전(全) 인민군에 비상대기령을 내린 지 8일째가 되는 날이다. 김영춘이 늘어진 눈시울을 올리고 진재경을 보았다.

“들었나? 해주에서 보위대원 둘이 찔려 죽었다는 것 말야.”

“언제 말입니까?” 놀란 진재경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조금 전에 끝난 회의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던 것이다. 김영춘이 말을 이었다.

“어제 오전 11시경에.”

“누가 죽였습니까?”

“장마당 장사꾼인 것 같은데 지금 해주 보위부는 발칵 뒤집혔어.”

“보고는 되었습니까?” “당연히.”

그러고는 김영춘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총참모장, 국방위 부위원장한테도 다 보고가 되었지.” “그럼.” “지도자 동지도 아십니까?” 그러자 김영춘이 입맛을 다셨다.

“오늘 오전에 회의를 했는데 그 일은 보고하지 않기로 했어.”

“….”

“지도자 동지께 걱정만 끼쳐드리게 될 테니까 말야.”

“그렇지요.”

“그런 사소한 일로 신경을 쓰시게 하면 안 되지.” “‘그렇습니다.”

장마당 단속은 남조선 총선이 끝날 때까지만 계속될 거야.“

그러고는 김영춘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땐 북남 경기가 확 풀리게 되는 거지. 그야말로 조선의 봄이 오는 거야.”

제2호위대 참모장 박장우 중장은 4군단 직속 포병여단장으로 전출되었는데 그 또한 열흘간의 여유를 받았다. 이번 주 안에 황해북도 신계군에 위치한 군단 사령부에 전입신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4월 2일 오후 3시, 창광거리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박장우는 손님을 맞았다. 열흘쯤 전에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였던 중좌 이철진이다.

“어, 웬일인가?” 놀란 박장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철진이 다시 호위대로 복귀해 그것도 지도자의 수행 경호대가 된 것을 아는 것이다. 지도자의 특별 지시로 된 인사였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절도 있게 경례를 한 이철진이 묻자 쓴웃음을 지은 박장우는 잠자코 옆으로 비켜섰다. 이제 이철진은 권력자다. 군복 차림으로 온 것을 보면 공무(公務)다. 박장우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긴장한 가족들이 접근하지 않았으므로 둘은 응접실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동무는 잘되었어, 축하하네.”

박장우가 건성으로 말했을 때 이철진이 정색했다.

“참모장 동지, 잘 들으십시오.”

놀란 박장우가 눈을 치켜떴다. 난데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시선을 준 채 이철진이 말을 잇는다.

“지도자 동지께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전하려고 제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 그거야.” 당황하고 놀란 박장우의 얼굴이 금방 붉게 상기되었다. 박장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영광이네. 지도자 동지께 충성을 다하겠다고 전해드리게.” “곧 다시 연락을 드릴 것입니다.” 그러고는 이철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여기 온 것을 보위부에서 감시하고 있겠지만 건드리지 못합니다.”

따라 일어선 박장우를 향해 이철진이 입술 끝을 올리며 웃었다.

“참모장 동지도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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