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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회고록

섬 같은 인권위와 북한 인권 시한폭탄

‘이카루스의 날개로 날다’ ③

  • 안경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ahnkw@snu.ac.kr

섬 같은 인권위와 북한 인권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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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1972년 7월 4일, 박정희 정권시절의 7·4 남북공동성명 이래 남북한 사이에 합의한 일련의 문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들은 헌법 문언의 효력을 사실상 정지시켰다. 한편 1990년 제정 이래 13차례 개정을 거듭한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은 “남한과 북한 간의 거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로 본다”고 규정한다. 또한 ‘북한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북한 주민이 북한지역을 벗어나서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면 국민에 준하는 보호를 제공할 수 있고, 대한민국 영토 내에 들어오면 용이하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규범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대한민국의 일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외국도 아닌, 특수한 존재로 파악할 수 있다.

북한주민이 북한 정부로부터 받은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가 관할권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인권위를 줄기차게 몰아치면서 내세우는 법리다.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인 이상, 설령 북한주민이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더라도 인권위법 4조의 적용을 받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즉시 난관에 봉착한다. 인권위법상 인권을 침해한 가해자가 국가기관인 경우에만 구제가 가능하다. 북한주민이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으려면 북한 정부를 대한민국 국가기관으로 인정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어쨌든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문제를 인권위가 직접, 그리고 실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분히 정치적인 제스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섬 같은 인권위와 북한 인권 시한폭탄
안경환

1948년 경남 밀양 출생

1984년 미국 샌타클래라대 법학 박사



제4대 국가인권위 위원장(2006.10~2009.06)

現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서: ‘법과 사회와 인권’ ‘법, 영화를 캐스팅하다’ ‘조영래 평전’ 등


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2003년 4월이었다. 그해 4월 임시국회의 법사위가 필요성을 제기했고 신속한 예산조치가 따랐다. 그러나 법적조치는 따르지 않았다. 여소야대 국회는 한나라당이 주도했고 특히 법사위는 법률가, 그중에서도 공안검사 출신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인권위에 북한 인권을 다루라고 주문한 것은 한나라당인 셈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때 인권위법에 명확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주었더라면 인권위도 고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북한 인권의 개선이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김대중 정부 이래 추진해온 햇볕정책을 견제하는 정치적인 효과를 노렸을지 모른다. 이렇듯 북한 인권문제는 인권 그 자체보다는 정치적 소재로 악용됐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설립된 인권위가 그 정치적인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됐다. 언론도 햇볕정책에 대한 견해에 따라 극단적으로 양분됐다. 그때 시한폭탄은 설치됐고 2006년 12월 11일, 인권위 입장 발표로 마침내 폭탄이 터졌다. 재앙의 시작이었다. 내 앞에도 길고 힘든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동아 201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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