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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Ⅱ

성공한 괴짜기업에서 배우자

근무시간 선택하는 ‘셈코’ 임원·명령 없는 ‘고어’ 동료끼리 채용하는 ‘홀푸드마켓’

  •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성공한 괴짜기업에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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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기업 홀푸드마켓

성공한 괴짜기업에서 배우자

홀푸드마켓 설립자인 존 매키.

자연 및 유기농 식품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전문 슈퍼마켓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미국의 홀푸드마켓이다. 1980년대에 첫 매장을 연 이래로, 1991년 10개에 불과하던 점포 수는 2011년 현재 306개로 늘었다. 매장 수의 증가와 더불어 점포당 매출도 2010년 7.1%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그 결과 1991년 9200만달러이던 매출은 2010년에는 90억달러로 늘어났다. 매년 27%씩 성장한 셈이다. 이는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체 식품시장의 성장률 수준과 비교하면 탁월한 성과다. 주식 시장에서도 1992년 기업 공개 당시 2.13달러이던 주가가 2011년 7월 말 67.2달러로 30배나 올랐다.

홀푸드마켓이 이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지향적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홀푸드마켓 자체의 남다른 경영 노력도 한몫했다. 주로 이민자와 소수 민족들로 구성된 홀푸드마켓의 직원은 대부분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받을 뿐 아니라, 매장별로 여러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봉사활동을 위해 연간 20시간 이상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이외에 다양한 제도 덕분에 홀푸드마켓은 매년 포춘지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 선정되고 있고, 또한 지속 가능한 기업 목록에도 이름이 오를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의 하나가 미국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보상 정책이다. 홀푸드마켓의 최고경영자 보수는 다른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평균 연봉보다 훨씬 낮다. 일반적인 미국 대기업의 경우 스톡옵션의 70% 정도를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홀푸드마켓의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7%에 불과하고 93%는 직원들의 몫이다.

또한 모든 직원의 급여가 공개되고, 고위 경영진의 임금을 평균적인 직원 임금의 19배로 제한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직원들은 임원의 연봉이 20배 이상일 경우에는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물론 좀 더 평등 지향적인 한국에서라면 조금 더 보수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일선 직원이 매장에 어떤 제품을 들여놓을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각 팀이 노동 시간당 이윤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달 급여가 차등 지급되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업무에 대한 압력이 상사가 아니라 동료에게서 오며, 신규 채용에 대해서도 기존 직원들이 동의해야 이루어진다. 신입 채용 대상자가 한 달 동안 인턴 생활을 한 이후 그 결과를 보고 기존 직원들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만 입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직원들을 믿고 기업을 맡기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그렇다면 이런 조직 운영 방식을 선택한 결과 구성원들의 행동 방식은 어떻게 나타나고, 고객들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4년 전 크리스마스 때 홀푸드마켓의 한 매장에서 결제시스템이 고장 났다. 고객들은 물건값을 치르지 못해 불평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매장 총괄매니저가 나섰다.

“우리가 잘못해서 불편을 드리고 소중한 시간까지 빼앗았으니 손님들께서 고르신 물건들은 모두 공짜로 가져가십시오. 그래도 꼭 물건값을 치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그 돈은 자선단체에 기부해주십시오.”

“임원 연봉은 직원의 19배를 초과할 수 없다”

혼란은 순식간에 감동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고객들은 홀푸드마켓에 대한 입소문을 냈다. 언론도 홀푸드마켓을 ‘고객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 칭찬했다. 홀푸드마켓이 손님들에게 받지 않은 물건값은 약 4000달러였지만, 40만달러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 덕분인지 홀푸드마켓은 다른 기업들보다 매우 낮은 마케팅 비용만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마케팅 담당 임원이 아예 없다. 그래도 지난 10년간 주식 누적수익률이 1800%로 미국 식품 유통업계 중 최고다.

미국 벤틀리대 마케팅 교수인 라젠드라 시소디아(Rajendara S. Sisodia) 교수에 따르면 유난히 고객의 사랑을 받는 기업들이 있다고 한다. 마케팅에 큰돈을 퍼부어도 고객 만족도나 신뢰도, 직원의 충성도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홍보조차 하지 않는데도 종업원과 협력사,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수익성도 뛰어난 기업들이 있다.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그 결과 재무적 성공도 달성하는 기업은 기업의 존재 목적이 단순히 이윤 추구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동 이익 추구다.

이들 기업의 경영 방식은 앞서 언급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선뜻 흉내 내기 어려운 면이 많다. 그러나 창의와 자율이 요구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이들 기업이 구성원들의 주인의식과 창의를 꽃피운다는 점에서 배우고 싶은 기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들 기업의 세부 제도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를 촉발시킨 경영자의 인간관이고, 나아가 이를 직원들과 함께 구체적인 경영방식으로 만들어나가는 모습이다. 빌 고어는 듀폰 재직시절 기존 조직과 별개로 구성된 태스크팀에서 일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지금의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 지금의 경영자들도 이처럼 자신이 성장하면서 어떨 때 가슴속에 열정이 꽃피었는지를 되새겨보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신동아 201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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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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