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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화제의 다큐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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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1m 정도 되는데 황홀할 만큼 아름다워요. 서서 걸으니까 새가 아니라 사람 같아요. 다른 펭귄들이 사는 섬들은 한여름이면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 양계장 냄새가 진동을 해요. 근데 황제펭귄은 배설을 해도 다 얼어버리니까 냄새가 전혀 안 나요. 외모도 근사하지만 짝짓기하고 부부가 산책하는 모습도 굉장히 우아해요. 지켜보는 맛이 있죠. 하도 따라다녀서 나중엔 귀찮기도 했어요. 사람을 보면 신기해서 옷을 막 물어뜯거든요(웃음).”

▼ 촬영감독은 얼굴에 동상이 걸렸다면서요.

“동상의 전 단계여서 괜찮아졌는데 추우면 또 재발한대요. 황제펭귄 찍다 그렇게 됐어요. 눈보라가 치면 펭귄들은 등을 돌리는데 얼굴과 새끼를 찍어야 하니까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서 있었거든요.”

▼ 방한용 의상으로 중무장하지 않나요.

“외출할 땐 무조건 옷을 24장씩 껴입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요. 그 무게가 15㎏ 정도 되는데 너무 무거워서 한번 앉으면 움직이기도 귀찮아요. 담배 피우러 나갈 때도 그걸 다 껴입고 고글까지 썼어요. 안 그러면 안경과 모자가 문 여는 순간 날아가거든요. 흡연실까지 줄을 잡고 20m를 가다보면 옷이 긁혀 다 찢어져요. 그게 한심하면서도 또 가요. 담배가 유일한 낙이니까.”



남극 대륙은 블리자드가 자주 불어 2월에서 11월까지만 출입을 허용한다. 촬영 팀도 지난해 2월에 남극 대륙에 들어갔다가 그해 11월에 나왔다. 그렇게 300여 일을 남극에서 보내는 동안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 건 영하 60도의 혹한도, 사람까지 날려버릴 위력을 지닌 블리자드도 아니었다. 300일간을 대륙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고립감이었다.

“저도 성격이 낙천적이고 인혁이 형하고도 워낙 잘 맞아서 매일 즐거울 줄 알았어요. 근데 항상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니까 나중엔 대화할 게 없더라고요. 같이 갔던 3명이 다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괜찮았지만 흑야가 지속되면 아파도, 무슨 일이 생겨도 나갈 수가 없으니까 고립감이 더했어요. 흑야라고 해서 밤이 한두 주 동안 지속되는 건 아니에요. 남위 90도 지점에서는 상당기간 밤이 계속되지만 저희가 있었던 곳은 남위 70도여서 해가 뜨진 않아도 근처까지 왔다 가거든요. 그래서 하루 두 시간 정도는 석양 같은 어스름이 있는데 촬영은 금지돼 있어요. 그게 한 달 정도 가요. 그때는 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면역이 되니까 편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늘 바쁘게만 살아서 생각이란 걸 할 여유가 없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자연의 경이로운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반성을 했죠.”

▼ 블리자드 때문에 갇힌 적도 있다면서요.

“늘 갇혀요. 예보라는 게 정확하진 않거든요. 예보를 믿고 촬영을 갔는데 그날 밤부터 블리자드가 불기 시작하면 정말 제 손이 안 보여요.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요.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50m 떨어진 다른 건물로도 못 가요. 자칫 죽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한 일본인이 개밥 주러 가다가 죽은 사례도 있어요. 10m도 안 되는 곳에 개집이 있었는데 시속 200㎞의 강풍이 불어닥친 거죠. 그러면 직선으로 갈 수 없어요. 방향을 잘못 잡으면 엄한 데로 가요. 그래서 블리자드가 불면 건물 밖으로 못 나가요. 식수로 쓸 눈을 퍼올 때도 혼자서는 못 가요.”

그는 펭귄털이 잔뜩 묻은 눈을 녹여 식수로 먹던 일과 바람이 불 때마다 괴기스러운 소음을 내며 덜컹대던 대피소를 떠올리며 “처음엔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는데 금방 적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가보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주저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우릴 태우러 온 비행기 보고 눈물 났다”

“아마존은 가보고 싶어요. 우리가 찍었던 사람 중에 임신부도 있었고 결혼을 앞둔 친구도 있었는데 그 사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촬영해보고 싶어요. 근데 남극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아직 제 마음이 녹지 않았거든요.”

▼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난해 11월에 저희를 태우러 온 비행기를 봤을 때요. 그땐 눈물이 나더라고요. 알을 깨고 나온 황제펭귄 새끼의 얼굴도 잊을 수가 없어요. 7월 중순 어느 날, 석양처럼 그윽한 햇볕을 받으며 새끼가 드디어 알을 깨더라고요. 바로 태어날 줄 알았더니 6,7시간을 계속 꼼지락거리더라고요. 그러다 부리를 보이면서 얼굴을 쏙 내미는데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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