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화제의 다큐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4/4
▼ 직접 출산하는 기분이었나요.

“그렇죠. 아빠들이 자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었어요. 전 이미 갔다 와서 결혼생각도 없고 애를 낳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그거 보니 내 아이를 갖고 싶더라고요.”

▼ 재혼하면 되잖아요.

“지금이 편해요. 가정은 정말 소중하고 언젠간 꾸려야겠지만 가정이 있으면 일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누구 부인처럼 오지에서 많이 배우고 오라고 격려해주는 여장부가 어디 흔한가요. 저도 바빠서 이렇게 됐어요. ‘PD수첩’ 할 땐 제가 생각해도 참 바빴거든요.”

▼ 워커홀릭인가요.



“전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하는 조연출들이 있어요. 일을 즐기긴 해요. 촬영이 재미있어요. 다른 직업이라면 남극과 아마존을 어떻게 가겠어요. PD로서 한번 가기도 힘든 곳을 두 군데나 다녀왔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그는 황제펭귄이 추위를 견디려고 본능적으로 무리지어 몸을 밀착하는 ‘허들링(Huddling )’과 범고래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거품을 뿜어내 크릴새우 떼를 잡는 모습에서 생존을 위한 놀라운 협동 정신을 봤다고 했다. 특히 펭귄 수컷의 삶은 대한민국에서 아빠로 사는 이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새끼들이 포식자에게 둘러싸였을 때 도와주려고 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정말 무기력한 다수의 펭귄이 한국 사회를 떠올리게 만들더군요. 더불어 살아가려고 서로 돕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람보다 낫다싶었어요.”

그가 황제펭귄 촬영에 집중하는 동안 김재영 PD는 또 다른 촬영 팀을 이끌고 약 200일 동안 남극 주변의 섬을 돌며 해양 생태계를 파헤쳤다. 이들은 블리자드에서 자유로운 지역을 다녔지만 촬영 여건으로 치면 더 나을 것도 없었다고 한다. 김진만 PD는 “남극조약에 따라 섬을 촬영한 후에는 다시 배로 돌아가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며 “뱃멀미가 심해 피오줌을 싸고 신장이 상하는 지경까지 간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남극의 ‘눈물’은 진행 중

▼ 남극의 ‘눈물’이 현재 진행 중인가요.

“남극은 북극이나 아마존, 아프리카처럼 눈에 보이는 고통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요. 조류콜레라로 턱끈펭귄 1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쥐와 토끼가 엄청나게 늘어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었어요. 저희는 남극 주변의 섬에 쥐들이 돌아다닐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그만큼 기온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거죠. 쥐들은 펭귄 알을 닥치는 대로 먹으며 왕성하게 번식해요. 펭귄은 알 수 없는 인플루엔자로 죽어가고, 그걸 먹은 포식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죠. 가장 큰 위협은 서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제주도보다 큰 빙벽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펭귄 서식지 앞을 가로막으면 어린 펭귄이 바다로 나갈 길이 막혀요. 동남극은 또 반대로 굉장히 추워지고 있어요. 바다가 여름에 녹아야 새끼가 바다로 들어가 성체로 자라는데 빙벽이나 얼음덩어리가 가로막으면 바다까지 100㎞를 걸어가야 해요. 그러면 가다가 다 죽어요. 저희가 촬영한 한 섬에서도 아델리펭귄 새끼 1500마리가 태어났는데 바다를 찾아 걸어가다 그 중 8마리만 살아남았어요.”

▼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우리나라도 봄, 가을이 없어지고 있잖아요.

“환경 문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는 시청자의 몫이에요. 우리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거고 판단은 각자 해야죠. 전 눈물 시리즈를 만들면서 환경주의자까지는 아니어도 소소한 실천을 하고 있어요. 종이컵을 안 쓴다든지,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안 누른다든지 하는 거요. 무슨 일이든 단시일에 대오각성하게 하긴 힘들지만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거든요.”

‘남극의 눈물’은 황제펭귄의 탄생 과정과 폭력이 난무하는 바다포유류의 세계에 이어 펭귄 5종 세트와 기후변화의 징조들, 얼음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다룬다.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눈물’ 다큐로 스타 반열에 오른 김진만 PD가 다음에 내놓을 작품은 뭘까.

“당장은 극장판 ‘남극의 눈물’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요. 여름방학에 맞춰 극장에 걸려고 좀 무리해서 3D로 찍었어요. 그 뒤에 가장 하고 싶은 건 다큐 영화예요.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사람이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만들고 싶어요.”

신동아 2012년 2월호

4/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댓글 창 닫기

2022/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