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체세포 살아 있을 가능성 전무
매머드 복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먼저 동결된 매머드 조직에서 온전한 DNA를 추출해야 한다. 안정적인 체세포 공급을 위해 추출된 체세포를 시험관에서 분열시키고, 매머드와 같은 과(科·family)지만 종이 다른 코끼리의 난자에 매머드 DNA를 이식한 후 임신 기간을 거쳐 코끼리 대리모가 복제된 매머드를 낳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먼저 대리모로 사용할 코끼리 연구가 시급하다. 현재 한국에 있는 코끼리는 10여 마리. 그중 임신 가능한 젊은 암컷 코끼리는 1~2마리다. 대리모 코끼리를 연구하기 위해서 동남아에 가서 기초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대리모로 쓸 코끼리를 국내에 반입해야 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멸종위기 동물로 국제협약에 의해 매매가 금지돼 있다. 게다가 야생동물의 경우 인간과 같이 한 달에 한 번 배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배란 주사를 놓더라도 가임기를 맞추기 어렵고 코끼리의 임신기간은 630일(21개월)로 착상되더라도 출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매머드 복제 연구의 선제조건은 온전한 매머드 체세포를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결된 유전자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 긴키대 가토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쥐 난자에 이식한 매머드 체세포는 2기 이상 살지 못했다. 복제양 ‘돌리’로 잘 알려진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동물의 사체에서 뽑아낸 세포가 복제에 이용될 만큼 온전한지 의문”이라며 “매머드 복제 성공가능성은 1~5%”라고 전망한 것은 이 같은 어려움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연구비 역시 문제다. 러시아 측과 황우석 박사 측이 함께 연구를 한다면 양국이 함께 연구비를 내야 한다. 황 박사 측은 소요 연구비가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황 박사 측도 “현재 상황으로는 매머드 복제 가능성을 0%로 보는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황 박사 측은 매머드 복제 도전을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3월 9일경 러시아 과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러 매머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올 하반기에는 사하공화국에서 2차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이 목표다. 황 박사 측은 매머드 복원 과정 중 매머드의 살아 있는 체세포를 배양하고 확보하는 단계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러시아 현지에 간이 실험실을 설치하고 세포배양 및 동결보존 전문연구원 7명을 투입해 현장에서 세포 배양을 시도하겠다는 구체적 아이디어까지 낸 상태다.
매머드를 복제하면 매머드가 갑작스럽게 멸종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 다양한 설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자연환경 변화로 인해 멸종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지구의 주류 생물이었던 매머드가 왜 멸종했는지를 통해 현재 지구가 마주한 지구온난화의 해법과 앞으로 지구에 닥칠 재앙과 자연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것. 현 원장은 “매머드 복제가 성공만 한다면 우주탐사선을 개발하는 연구와 맞먹는 수준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체 없는 ‘황우석 관련주’
한편 황 박사 관련 언론 보도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일명 ‘황우석 관련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로봇제어 모듈 기업인 에스티큐브의 최대주주인 박병수 씨는 수암연구원 전 이사장으로 황 박사의 오랜 후원자였다. DVD 로더 생산업체인 디브이에스 조성옥 대표이사는 황 박사를 후원하는 수암재단 이사다. 수암연구원 측은 “‘황우석 관련주’라고 보도되고 있으나 전혀 상관없다”며 “이들 기업을 ‘황우석 관련주’로 소개한 모 경제 언론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정정보도도 했으나, 반복해서 보도가 나가고 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황 박사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바이온은 상장되지 않았다.
코요테 복제부터 매머드 복제설까지, 2005년 논문 조작 의혹 이후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황우석’은 파격적인 이슈 메이커다. 최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한 원로 과학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전 국민에게 지탄을 받은 과학자가 6년 만에 다시 나타나 논문에 실리지도 않은 성과를 자랑하고, 아직 아이디어 교환 단계인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태도가 영 불편하다. 언론인들 역시 ‘과학보도 윤리선언’까지 해놓고선 이제와 또다시 황 박사가 발표하는 대로 ‘최초’라느니 ‘유일한 성과’라느니 하며 검증 없이 받아쓰고 있다. 황 박사가 말한 대로 ‘사회의 빚을 갚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검증에 또 검증을 반복해 의혹 한 점 없는 연구 성과만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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