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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생태지도 만드는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원 박사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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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수중 생태 탐사 중인 명정구 박사.

▼ 아까 상어 가격을 부르는 대로 다 주셔서 좀 놀랐습니다. 어차피 팔지도 못할 생선인데, 좀 저렴하게 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일종의 도네이션이에요. 제가 거기서 가격 흥정을 하면 다음에 좋은 고기가 잡혔을 때 또 연락하겠습니까. 매일 바다에서 사는 어민들은 저보다 훨씬 많은 어류를 봅니다. 그들이 도와줘야 제가 또 좋은 고기를 보고요.”

▼ 우리나라에 박사님만큼 심해에 자주 들어가는 학자는 드물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합니까.

“어릴 때부터 물고기가 좋았어요. 그 마음이 아직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만나면 신기하고, 알고 싶고.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그렇습니다. 한 번도 새롭지 않은 적이 없어요. 오늘은 문섬 밑에서 살자리돔이 텃세하는 걸 봤습니다. 이게 원래 우리나라 바다에 없던 열대 어종이에요. 수중 탐사하다 제가 최초로 발견해 이름을 붙인 놈이죠. 지난여름 조사 때 보니 한군데 터를 잡고 정착하다시피 살더군요. 오늘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갔더니 이제는 다른 물고기가 접근하면 위협해 쫓아내데요. 재밌잖아요. 다음에 또 그 자리에 가면 뭐가 달라져 있을까 궁금하고.”

부산에서 나고 자란 명 박사는 어린 시절 틈만 나면 바닷가에 나가 놀았다고 했다. 수영보다는 낚시를 좋아했고, 꼬물거리는 모든 것에 흥미를 느꼈다. 막내 삼촌한테서 “어디 갯벌에는 물 밖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물고기가 산다”는 얘기를 듣고, 그게 보고 싶어 밤새 잠을 못 이룬 기억도 있다.



“하도 궁금해하니까 다음 날 삼촌이 저를 데리고 가서 보여줬어요. ‘망둥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이름은 ‘말뚝망둥어’죠. 뻘밭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걸 처음 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새끼 낳는 물고기

새끼를 낳는 물고기가 있다는 걸 처음 알려준 사람도 삼촌이었다. 매년 5, 6월 무렵 손가락만 한 새끼를 낳는 망상어라는 어종이다. 이때 낚시를 하다 망상어를 잡으면 종종 암컷의 생식공에서 새끼가 튀어나와 펄떡거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그 모습을 본 삼촌은 물고기 좋아하는 조카에게 이 물고기도 보여줬다. 그 경험 때문에 수업시간에 사달이 났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모든 생선은 알을 낳는다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새끼 낳는 생선도 있다’고 했죠. 절대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어류도감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제가 본 걸 어떻게 증명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명 박사의 어머니가 생선을 손질하다 배 속에 새끼가 든 망상어를 발견했다. 다음 날 생선을 챙겨 들고 학교에 갔지만, 선생님은 요지부동이었다. ‘작은 고기를 잡아먹은 거지 제 새끼가 아니다. 물고기는 다 알을 낳는다’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명 박사는 “물고기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해양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바뀐 건 아마 그때부터인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다에 대해 더 많이,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한번은 영도 앞바다에서 장어처럼 생긴 물고기를 잡았어요. 다들 사투리로 ‘쫄장어’라고만 하지 진짜 이름을 모르더군요. 대체 이 고기의 이름은 뭘까 한동안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어요.”

‘그물베도라치’라는 이름을 찾기 위해 그는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샅샅이 뒤졌다. 3남1녀 중 둘째인 명 박사의 이런 면을 그의 어머니는 존중하고 아꼈다. 극장에 ‘태양이 닿지 않는 세계’ ‘해저의 생과 사’ 같은 해양 다큐멘터리 영화가 걸리면 다른 형제들은 다 두고 그만 데려가서 보여주곤 했다. TV도 드물던 시절,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바라본 바닷속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헤밍웨이처럼 생긴 남자가 그 속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해양생물을 잡아 올리고, 이런저런 설명을 들려주는 모습도 그렇게 근사할 수가 없었다. ‘아쿠아렁’을 개발해 스쿠버 다이빙을 대중화한 프랑스의 전설적인 해양 탐험가 자크 쿠스토, 영화 속 그 남자는 이때부터 명 박사의 롤 모델이 됐다.

“세상에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크면 꼭 저렇게 돼야지,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부산 수산대에 들어갔죠.”

명 박사의 연구실 책상 앞에는 지금도 쿠스토의 사진이 붙어 있다. 철들기 전 가슴에 품은 꿈을 50년 넘도록 지켜오고 있다는 거다. 심지어 그것을 직업으로 삼은 지 30년이 흘렀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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