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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간직한 명품의 쌍둥이 ‘로스’의 세계

구호·오브제·타임 등 국내 명품 브랜드 백화점가 40~60%로 유혹하는 전문점 늘어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출생의 비밀 간직한 명품의 쌍둥이 ‘로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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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입 삼촌의 인기와 능력은 얼마나 많은 정품 로스를 확보해서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놀랍게도 인기 있는 브랜드 하도급 공장에서 정품 로스를 받으려면 적게는 1000만 원, 브랜드 메인 공장이라면 3000만 원 정도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10년 넘게 정품 로스 도매를 해왔다는 사입 삼촌 박모 씨는 “유명 브랜드에서는 동대문시장 짝퉁은 그냥 넘어가도 정품 로스는 정말 무서워한다. 그래서 브랜드에서 하도급 공장에서 나온 로스를 원래 납품가보다 비싸게 되사간다. 그러니 도매업자는 공장에 그보다 더 많은 메리트를 줘야 한다. 기존에 거래하는 ‘나까마’가 있으면 거길 파고 들어가기 위해서도 목돈과 ‘줄(힘)’을 대야 한다. 보증금은 전세 보증금과 달리, 정품 로스 값으로 미리 지급하는 ‘선입금’이다. 그렇다보니 물건은 하도급 공장에서 주는 대로 받아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인기 있는 상품을 빼오느냐가 로스 유통업자의 실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선입금이 서로 신고하는 것을 막는 입막음용 역할도 한다”고 덧붙인다.

한 의류업체 임원은 “로스에 대해서는 일반 발주품보다 더 많은 공임을 주고 사들인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목돈의 유혹에 넘어간다. 공장 전세금도 올려줘야 하고, 기계도 사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기업에서 도와주진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100개를 납품해야 하는데, 불량이 나와 기업에서 90개만 사준다. 그러면 공장주는 로스분 포함 20개 정도는 손해 본다고 계산한다. 그 돈을 회수하려고 나까마와 거래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해외 명품 브랜드 역시 “이미테이션이 만들어지지 않는 명품이야말로 문제”라며 싸구려 가짜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로스는 아예 만들어지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샤넬의 경우, 가방이나 옷에 들어가는 수공예물을 만드는 작은 하도급 공장을 다 본사로 흡수했다. 또 본사 직원이 제작 단계에서 기준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제품이 나오면 현장에서 ‘분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소비자 가격에는 그 비용이 포함된다).

여러 브랜드의 하도급 공장 사장님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정품 로스 유통업자 박 씨도 “최근 로스 유통업자를 자처하며 물을 흐리는 사람들이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정품 로스가 인기가 있는데, 구하기는 어렵다보니 ‘정카피’ ‘로스 카피’ ‘이미테이션’ 등 ‘가짜 로스’가 많이 나옵니다. 정카피는 브랜드 하도급 업체에서 정품급 원단으로 만들어내는 제품인데, 가끔 정품보다 더 비싼 원단을 쓰는 일도 벌어져요. 로스 카피나 이미테이션은 그냥 가짜라고 보면 돼요. 요즘 로스 유통업 한다는 사람들이 이런 가짜를 정품 로스라고 소매업자들에게 마구 공급합니다. 인터넷에서 정품 로스라고 파는 상품들도 대개 이런 물건들이고요. 옷가게 사장님이나 소비자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한두 번 이런 가짜를 사서 속았구나 싶으면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아무리 진짜를 줘도 믿지 않아요. 정품 로스의 매력은 희소성에 있는 거죠.”



출생의 비밀 간직한 명품의 쌍둥이 ‘로스’의 세계

국내 패션 브랜드가 명품화하면서 최근 가짜 시장에서는 해외 브랜드보다 더 인기 있다.

“안목 있는 당신에게만”

정품 로스의 가장 큰 시장은 역시 인터넷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풍’ ‘~ST(스타일)’은 짝퉁에 대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그나마 솔직한 소개로, 별다른 제재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나 정품 로스는 인터넷 카페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대개 도소매를 겸하는데, 비회원은 정보나 사진을 볼 수 없게 해놓았다. 일단 회원가입을 하고, 몇 가지 번거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로스 판매 인터넷 카페에서는 다소 고압적인 문구로 정품 로스임을 의심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진으로 가품을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과 같은 물품이 올지, 다른 물건이 올지도 알 수 없다.

최근 정품 로스가 인기를 끌면서 도매상이나 유통업자에게 정품 로스 매장 창업을 상담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도 진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으면 가짜에 속고 큰돈을 날리기가 십상이다.

특기할 것은 정품 로스 소매업을 가게가 아닌 집에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고, 세금 부담과 단속 위험이 없다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정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당신에게만 구매 기회를 준다”는 은밀한 권유가 좋은 마케팅 전략이 되기도 한다.

자택 판매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핸드백 파티’와 아주 비슷하다. 핸드백 파티는 집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가짜 명품 가방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등 대도시 교외의 중산층 주택 지역에서 많이 열린다. 주부가 이웃집 주부들을 초대해 고급 와인을 대접하고 패션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파티를 여는데, 진짜 목적은 가짜 명품백을 파는 데 있다. 경찰의 급습으로 체포된 범인 중엔 성공한 변호사 부인, 스포츠 스타의 부인 등이 포함돼 있어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구매자들은 이들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가짜를 진품으로 믿었다고 한다. 한 로스 유통업자는 “지역에 따라 부잣집 사모님들도 모이지만, 고급 룸살롱에 나가는 여성들도 주요 고객이다. 어쨌든 정품을 아는 사람이 정품 로스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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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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