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한(無限)이나 절대(絶對)를 느끼면서 감정이입 상태가 됩니다. 인문 예술 종교를 통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낮은 차원이라고 봅니다. 철학이나 종교는 아무리 뛰어나도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인간의 뇌가 아무리 위대해도 그것은 자연 속의 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탐사대는 자연에 가서, 그 철학과 인문학과 예술을 만든 뇌의 본질에 가서 자기 생각구조가 완전히 용해되고, 사라지는 걸 느껴요.”
▼ 자기가 너무 미약하다고 느끼는 건가요?
“단순히 그런 건 아닙니다. 스스로가 우주적 현상에 동참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갖게 됩니다. 흔히 우리는 내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와 동일하다고 배웠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느끼지 못해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가서, 문명의 이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별을 보면서 그런 체험을 하게 됩니다.”
네 차례 탐사를 다녀온 ‘박자세’ 김현미 연구원이 여기에 공감을 표시했다. 김 연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천문대인 미국 하와이 칼텍천문대를 방문했다가, 그 아래 해발 2000m 벌판에서 야영하며 천문학 공부를 하던 중 눈물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내가 말 그대로 날것의 자연 속에 있고, 나 또한 그 일부이고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시간과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 경험 뒤 일상생활에선 어떤 변화가 있는지요?
“박자세의 ‘137억 년 우주의 진화’ ‘특별한 뇌과학 강의’ 등을 통해 익힌 자연과학적 생각 구조를 잊지 않으면 내가 발 디딘 자연과 이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철저하게 대학 교과서 중심

박문호 박사가 일반인 대상으로 자연과학 강의를 하고 있다.
“간혹 우리 공부모임을 신흥종교 같다고 하는 이들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철저히 입증된 자연과학 교과서를 공부합니다. 공부를 해나가다 겪는 인식의 변화는 그 강도가 너무 강해서 개인적 의견이 개입되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 서호주 탐사 때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게 있습니까? 많은 사람이 같이 움직이면서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반목이 생긴 경우는 없었나요?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화장실도 없고 샤워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막에서 수십 명을 인솔하면서 일주일을 보내는 일은 그야말로 극단적 상황입니다.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산악 등반대처럼 대장 중심의 명령체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때 의견을 제시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전두엽에 가장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전두엽요?
“네, 뇌 가운데 판단력을 관장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에 가서도 굉장히 험악한 자연환경을 만났습니다. 비가 오고 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해발 2000m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순간적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좋게 보면 모든 경험과 지식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박 박사는 10년 전 멜버른의 학회에 참석했다가 서호주 일대를 처음 여행했다. 당시 남쪽 퍼스에서 북쪽 도시인 다윈까지 61시간 버스를 타고 여행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5년 전 6명과 함께 본격 탐사를 시작했다. 3년 전엔 70명과, 지난해엔 24명과 같이 서호주를 탐방했다.
과학에서 철학이 사라지다
순수한 민간 자연과학 학습 모임인 박자세는 박문호 박사를 중심으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천문학 등 자연과학 관련 학문을 통섭(通涉)적으로 공부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직업이나 계층도 다양한 1000여 명의 회원은 우주의 역사, 생명의 진화, 의식의 탄생에 이르는 근본 지식을 배우며 자연과학적 사고를 키워나가고 있다. 박자세는 종교와 정치, 인문학이 지배하는 사회에 보편타당하고 효율적인 자연과학의 힘을 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문호 박사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불교TV 등에서 우주와 자연, 뇌를 주제로 강의했으며, 베스트셀러인 ‘뇌, 생각의 출현’의 저자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독서법을 통해 자연과학 분야에서 3000여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는 박 박사는 “자연과학은 훈련을 통해 학습근육을 키워야 즐길 수 있다”며 ‘시공 사유, 기원 추적, 패턴 발견’ 등의 학습법을 강조한다. 박 박사의 강의가 끝나면 회원들이 돌아가며 발표를 하고, 탐사를 하는 등 살아 있는 학습으로 만들기 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강의는 주로 서울에서 진행되며, 연간 50회 정도의 강의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