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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명리학 도사 김영철

  • 조용헌| 동양학자, 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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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명 임상실험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공정거래위원회 부이사관을 지낸 고위공무원 출신 역술가 김영철 씨는 공직 퇴임 때 받은 훈장을 오피스텔 벽에 걸어 놓고 찾아온 이들의 운명을 점친다.

처음 만나 수인사를 할 때 보통 명함을 주고받는다. 명함에는 직업이 나와 있어서 그 사람에 대한 대강의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명리학을 공부한 사람끼리 만났을 때는 세속적인 명함은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서로의 생년월일시를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표시한 팔자(八字)를 주고받는다. 오장육부를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이 명리학의 예법이다. 따지고 보면 팔자를 주고받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성실한 태도에 속한다. 자신의 운명이 담긴 바코드를 주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정직한 소개이기 때문이다. 성격과 주특기, 가족관계, 재물과 씀씀이 등이 팔자에 담겨 있기 때문에 자신의 팔자가 좋지 않은 사람은 선뜻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팔자를 내놓지 않는 사람을 보면 ‘아 이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구나, 더 이상 묻지 말아야겠구나’ 하고 짐작한다. 상대방은 말하고 싶지 않은데, 험한 팔자를 자꾸 캐묻는 것도 실례 아닌가.

필자도 명리학을 공부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인 경지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자질 부족이다. 임상실험도 중요하다. 2만 명설이 있다. 임상으로 2만 명 정도를 봤을 때 프로의 경지에 진입한다는 설이 그것이다. 2만 명을 보면 사람 사주를 보는 순간 어떤 감이 온다고 한다. 관운이 있다·없다, 이 사람은 사업하면 돈을 번다·못 번다, 배우자 복이 있다·없다 등을 순식간에 훑어내는 감(感)이다. 프로는 팔자를 보는 순간 전체의 틀을 정확히 본다. 세부적인 각론에는 약간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틀에서 오류가 생기는 이는 프로가 아니다. 자격 없다. 그 사람의 전체적인 특징, 예를 들면 직업 성격 대운 등을 정확히 감정할 수 있어야 프로의 자격이 있다. 프로가 되기 위해 1년에 2000명씩 임상실험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10년이면 2만 명을 채운다. 1년에 2000명을 보려면 한 달에 최소한 160명 이상을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러자면 1년 열두 달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5명 이상의 사주를 봐야 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말이다. 이걸 10년 이상 계속하면 대강 2만 명이 채워진다.

하루에 5~6명의 사주를 정밀하게 분석하려면 최소한 3~4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여덟 글자에서 숨은 의미를 캐내고, 이걸 다시 종합해 균형 잡힌 해석을 내리려면 명리학의 여러 고전을 참조하고 비교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쉬운 일인가? 이 과정을 10년 동안 쉬지 않고 계속해야만 프로의 경지에 진입하는 것이다.

필자는 5000명쯤 하다가 “아이고, 이거 못해먹겠다”는 심정이 돼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었다. “내 팔자는 역술의 대가는 못되는 것인가 봐” 깨달았다고나 할까. 프로바둑에는 입문하지 못하고 아마바둑 애호가 수준에서 그친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이기는 하지만 동네 기원에 가면 말참견은 할 수 있다. 이렇다저렇다 평론은 할 수 있는 실력이다. 평론도 아무나 하나. 기본 실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청경 선생의 팔자를 보니 신금(辛金)이 2개나 천간(天干)에 나와 있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신묘(辛卯)년 신축(辛丑)시에 태어났으니까. 태어난 날은 정묘(丁卯)일이다. 정(丁)은 불이다. 신(辛)은 금이다. 화극금(火克金)이다. 자기가 극하는 것, 즉 자기가 이겨 먹는 것이 재물이요, 여자다. 고대 사회에서 돈과 여자는 같은 것으로 보았다. 돈과 여자는 가만히 있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투쟁해서 빼앗아 와야 하는 존재였다. 투쟁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고로 극(克)해야 한다는 이치가 나왔다. 극하려고 하니까 힘이 들게 마련이다. 태어난 일간(日干)인 정(丁)의 입장에서 보자면 신(辛)은 재물이자 여자라고 해석된다. 이렇게 보면 양처(兩妻)를 거느릴 팔자다. 쉽게 말하면 ‘장가 두 번 가야 되는 팔자’다. 이 정도 독해(讀解)가 되면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스파크가 튀더라도 멘트를 하나 날려야 한다. 만약 이 진단이 틀리면 체면 구긴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장가 두 번 가야 하는 팔자인데, 어떻게 넘어갔는가? 이거 극복하려면 상당한 절제와 도 닦는 마음으로 인내하셨어야 하는데…?”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렇다. 그거 극복하려다 보니까 집사람이 아팠다. 갑상선 수술도 하고, 자궁 수술도 했다. 장가를 두 번 갔으면 집사람이 안 아팠을지 모르는데, 한 번으로 끝내는 과정에서 옆으로 부작용이 터진 셈이다.(웃음) 집사람이 수술한 것도 내 팔자 액땜을 하느라고 그렇게 된 것 같다. 집사람 아픈 데를 고치려고 구당(灸堂) 선생 문하에서 뜸도 배우고 아울러 침도 배웠다. 뜸과 침으로 집사람 건강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질문이 이어졌다. “사주에 대한 확신이라고나 할까. 이거 참 신통하게 맞는다 생각한 계기는 언제였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근무할 때 상사로 모시고 있던 전윤철 위원장 사주를 봐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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