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새 연재 | 조용헌의 周遊天下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명리학 도사 김영철

  • 조용헌| 동양학자, 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4/6
관운을 타고난 전윤철 전 장관

사연을 요약하면 이렇다. 1990년부터 김영철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근무했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전윤철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부임했다. 법제처에 근무하다가 경제기획원 산하 공정거래위원회에 온 것이다. YS에서 DJ로 정권이 바뀌면서 전남 목포 출신인 전윤철은 다른 좋은 자리 물망에 올랐다. 경제부서에 주로 근무해 장관 자리에도 거명됐다. 하마평이 무성할 즈음 부하 직원이던 김영철은 상사인 전윤철의 사주를 봤다. 평소 사주를 잘 본다고 소문나 있던 그에게 전윤철이 “내 사주 한번 봐라”고 주문한 것이다. 김영철은 사주를 본 뒤 “지금 당장은 운이 좋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장관으로 나가지 않고 그냥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쯤 운이 좋아지니까 그때 움직이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관료라는 게 그렇다. 지금 당장 장관 하라고 하마평이 신문에 오르는 상황인데, 사주에 운이 좋지 않다는 말을 믿고 “나는 안 나가겠다”고 거절하는 것이 쉬운 결단은 아니다. 눈앞에 다가온 실익을 택하지 않고 미래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애매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쉬운 일인가! 공무원은 승진에 목을 매는 직업이다. 승진 여부에 인생의 성패가 걸렸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어지간한 자리도 아니고 장관 자리가 쉽게 오는가. 지금 놓치면 언제 다시 제의가 올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시 전윤철은 부하의 사주 해석을 믿었다. “나는 공정거래위원장감밖에 안 되니까 그냥 놔두시오”라고 정권 실세들에게 밝혔다. 이렇게 사주를 믿고 기다릴 줄 알았던 게 지나고 보면 매우 현명한 결단이었다.

“왜 그때 모시고 있던 상사인 전윤철 보고 감투를 받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나? 어떤 운세였길래 그렇게 조언을 했나?” 사주적인 근거를 물었다.

“전윤철 위원장은 1938년 무인(戊寅) 생이다. 사주 구성이 무인(戊寅), 정사(丁巳), 정사(丁巳), 기유(己酉)였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에 태어난 데다 태어난 날도 정사(丁巳)일이니 불로 가득 찬 사주다. 불이 너무 많은 팔자다. 이런 사주에 목이나 불이 들어오면 좋지 않다. 금이나 물이 들어오면 좋다. 자리를 제의받을 당시의 세운(歲運)에 목(木), 화(火)운이 들어왔다. 이때는 잠자코 있는 게 좋다. 이렇게 운이 안 좋을 때 움직이면 구설이 따르거나 부작용이 발생한다. 다음해에 세운이 좋게 들어오니 그때 자리를 받으면 탈도 없고 좋다고 봤다. 다행히 전윤철 위원장이 내 말을 믿어주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올해만 넘기면 틀림없이 경제부처 수장을 할 운세입니다’라고 조언했고, 그 뒤로 정말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영전했다. 그 다음에는 경제부총리로 가더니, 대통령실장으로 다시 갔고, 감사원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윤철의 인물평은 신문에 ‘직업이 장관인 사람’으로 나오곤 했다. 얼마나 관운이 좋으면 ‘직업이 장관’이란 소리를 듣겠는가. 아마 70대 중반인 지금도 그는 어느 장(長) 자리를 맡고 있을 것이다. 불이 왕성한 팔자에다가 태어난 시가 ‘유’(酉)시라는 점이 참 보기 좋은 사주다.

사람은 시(時)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전윤철의 사주에서 입증된다. 유시(時)는 금(金)에 해당한다. 왕성한 불로 이 금을 지지면 그게 돈이 되고 벼슬이 되는 팔자인 것이다. 명리학에 ‘재생관(財生官)’이라는 용어가 있다. 재물에서 벼슬이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고, 돈과 재물을 모두 움켜쥔다는 뜻도 된다. 이런 팔자는 벼슬을 해도 돈 만지는 쪽에서 벼슬을 하기 쉽다. 은행장이라든지, 재무장관, 금융감독원장 같은 것이 벼슬도 하면서 돈도 만지는 자리에 해당한다. 전윤철이 기획예산처 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것은 팔자에 타고나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지나고 보니 그렇지만 말이다.

통변(通變)의 원리

사주를 공부하려면 어떤 교재가 좋은가? 교과서는 무엇인가? 교과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이 분야의 고전들은 모두 한문으로 돼 있어 번역본을 읽어도 초보자는 얼른 이해가 안 된다. 한문 어투인데다 용어가 어렵다. 우리말로 된 현대의 책들은 부분 부분 원리를 밝힐 뿐, 핵심 노하우는 밝히지 않고 있다. 자기 밥벌이 노하우를 공개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청경 선생은 ‘사주첩경(四柱捷徑)’을 보면서 공부가 늘었다고 했다. ‘사주첩경’은 명리학계의 바이블이다. 필자가 10년 전쯤 쓴 책 ‘사주명리학 이야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 명리학계에서 최고로 꼽는 교과서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이북 출신인 이석영 선생.

한국 명리학계의 빅3를 꼽는다면 도계(陶溪) 박재완(朴在琓·1903~92), 자강(自彊) 이석영(李錫暎·1920~83), 제산(霽山) 박재현(朴宰顯·1935~2000)이다. 세 사람 가운데 실전 사주에 강했던 인물은 도계와 제산이었다. 도계는 인품도 훌륭했다. 일상생활에서 무욕담백했다. 90세까지 장수했는데, 일생동안 사주를 보는 내공이 항상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평균 시속 100㎞를 항상 유지했다. 그 이하는 내려가지 않았다. 제산은 맞힐 때는 족집게처럼 귀신같이 맞히던 인물이다. 삼성의 이병철, 포철의 박태준 장자방을 했으니 그 내공을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말년에 중풍으로 고생하다 죽었다. 사람이 많이 찾아오니까 진기를 과도하게 소모해 중풍이 온 것이다. 이것을 조절 못한 점이 아쉽다.

4/6
조용헌| 동양학자, 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연재

조용헌의 周遊天下

더보기
목록 닫기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댓글 창 닫기

2020/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