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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안민석·길정우 미국 박사학위 논문 표절 확인

“복사수준 3단 짜깁기, 단어 하나 바꾸고 자기표절 하기도”

3선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 박사학위 논문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이의철 인턴기자│ eclee.el@gmail.com

“복사수준 3단 짜깁기, 단어 하나 바꾸고 자기표절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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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사와 접속사만 바꾸고….

논문 17, 18쪽은 더욱 심각하다. 안 의원은 비판이론가들의 사상적 경향과 주장을 소개하면서, ‘Frankfurt thinkers(theorists·프랑크푸르트 사상가)’를 ‘Critical theorists(비판이론가)’로 바꾸고는 원문을 그대로 인용했다. 표절을 숨기려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비판이론(Critical theory)은 막스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가 지도한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 구성원들(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 사상, 혹은 사회적 변혁에 관한 논의 양식을 의미한다.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면서 문제의 핵심을 밝힌다고 해서 비판이론으로 불리는데, 프랑크푸르트 학파 학자들이 중심인 만큼 비판이론가와 프랑크푸르트 사상가는 대부분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원문의 Frankfurt thinkers를 바꾸고 ‘such as’ ‘and’ ‘Thus’ 같은 전치사와 접속사만 넣었다. 특히 은 원문 내용 중 부연 설명 부분을 빼고 세 문단을 그대로 짜깁기한 ‘3단 짜깁기’도 눈에 띈다.

검증작업에 참여한 A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명 학자의 분석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마치 자기가 평가·요약한 것처럼 돼 있다. 원문 그대로 전재하려면 큰따옴표로 인용 표시를 하고 출간 연도와 페이지를 명기해야 하지만 찾아볼 수 없다. 보통 영미권 대학에선 이런 경우를 ‘의도적 기망행위’로 보고 엄중 처벌을 한다. 특정 이론이나 연구에 대한 최고 학자의 평가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결과적으로 자기가 평가한 게 된다. 생각해보라. 같은 스마트폰을 평가할 때 초등학생과 IT 전문가의 평가는 천양지차가 아닌가. 논문 심사위원들은 다른 학자의 연구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평가, 요약하는 대목을 보고 학생의 수준을 파악한다. 논문 작성 당시가 지금처럼 논문검증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가 심각한 논문이다. 심사 과정에서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역시 2쪽에 걸친 원문의 주요 내용을 짜깁기한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안 의원은 시민사회에 대해 설명하면서, 원문‘Marxism today: Volumes 21 No.3 ‘by Communist Party of Great Britain (1977) 내용 12줄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Civil society comprises all the so-called private organizations’(시민사회는 이른바 사적 조직으로 이뤄진다)를 ‘Civil society comprises a multiplicity of private association’으로 바꾼 뒤 전체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 학단협 기준을 대면 복사 수준의 표절로, 인용 문구나 참고문헌은 명기돼 있지 않다.

B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미국에서는 인용문구가 너무 많으면 ‘당신의 생각과 주장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독 이론 부분에 무단 전재가 많은 것은 이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이런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명백한 표절임을 알 수 있다. 문제가 많다.”

김기태 세명대 교수는 저서 ‘글쓰기에서의 표절과 저작권’에서 “표절은 한마디로 ‘저작물 도둑질’이다. 물건을 훔친 도둑이 그 물건에다 ‘이것은 어디에 있는 누구의 것인데 내가 훔쳐왔다’라고 표시하지 않는 것처럼, 표절하는 경우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안 의원의 2002년 논문에서는 자신의 논문에서 특정 단어만 바꾸고(golf boom→world cup) 문장은 그대로 베껴 쓴 자기표절도 눈에 띄었다. 저작이라고 하더라도 출전을 밝히지 않고 상당 부분을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경우 자기표절이라고 하는데, 같은 논문을 거의 그대로 다른 학술지에 게재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Japan, Korea and the 2002 World cup(2002)’에 게재한 논문 ‘월드컵의 정치경제학(The political economy of the World Cup in South Korea)’에서다.

“스포츠와 권력, 그리고 그러한 관계의 모순적인 본질은 한국의 (골프 붐→월드컵)을 통해 나타났다. 자본주의 사회의 또 다른 면처럼 (골프 붐→월드컵)의 정치, 경제적 면모는, 다수의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그들의 욕구와 관심을 충족하지 못하는 동안, 지배 계층이 만든 권력, 금전적 이익, 뚜렷한 소비생활을 통해 표출된 사회관계를 형성했다.”

“복사수준 3단 짜깁기, 단어 하나 바꾸고 자기표절 하기도”
에서는 1993년 박사학위 논문에선 빠졌던 인용문구 출처(Hollands, 1984)가 2002년 논문에는 명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학위 논문이 표절임을 자인한 것일까.

기자는 5월 10일 안 의원과 UNC의 입장을 듣기 위해 표절 부분을 첨부해 각각 e메일을 보냈다. 4일 뒤 안 의원은 대리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혀왔다.

“논문 주제와 내용 면에서 독창성이 있고, 학계에 공헌한 점은 명확하다고 본다. 논문 심사에 앞서 국제 학술지에도 같은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19년 전 논문이어서 표절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는 점을 고려해달라. 당시 지도교수도 충분히 검토를 해 통과시켰다. 그 지도교수께 연락을 했다. 다시 논문을 검토하고 있다.”

기자가 문제제기한 표절 부분에 대해선 “‘표절이다, 아니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표절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북콜로라도주립대 학장대행인 린다 블랙 박사는 “안 의원의 논문에 대해 철저히 검토(thorough review) 하겠다”며 “‘신동아’에 언제까지 답변해야 하는지 마감 기일을 알려달라”는 e메일 답장을 보내왔다.

안 의원이 소속된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5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단협이 제기한 논문 표절의) 경중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당선인들의 해명과 함께 적절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거듭 요구한다”고 밝혔다.

학단협이 새누리당 강기윤·신경림·정우택·염동열·유재중·민주통합당 정세균, 무소속 문대성 당선인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하자 이들의 해명과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박 대변인은 문대성 당선인(전 동아대 교수)을 겨냥해 “금(金)이 있다고 해서 담보대출을 받았다고 치자, 그런데 알고 보니 금이 없다면 이건 담보대출 사기”라며 “베끼거나 대필 수준의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후 교수직을 얻고 그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된 당선자들은 책임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대변인의 말은 상식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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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1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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