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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기자의 건강萬事

의료의 질 저하? 환자 선택권 박탈?…문제는 ‘돈, 돈, 돈’

의협이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진짜 속내는?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의료의 질 저하? 환자 선택권 박탈?…문제는 ‘돈, 돈,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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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질 저하? 환자 선택권 박탈?…문제는 ‘돈, 돈, 돈’

2000년 의료대란(의사파업) 당시 거리로 뛰쳐나온 의사들. 2월, 4월, 6월의 파업으로 엄청난 혼란이 빚어졌다.

오랜만에 정부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의료시민단체 측은 “의협이 말도 되지 않는 논리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 결국 그 목적은 수가를 더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15년간에 걸친 시범실시, 선택실시로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 저하가 없고, 환자만족도는 높다는 점이 증명됐는데도 (의협이) 수가를 조금 더 높게 받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 측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보건사회단체연합 우석균(의사) 정책실장은 “이번 의협의 태도야말로 의료를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월과 2월 건정심에서 의협도 포괄수가제 전면 실시에 분명히 합의했다. 어느 과의 수가를 조금 줄이고 늘릴 것인지를 비롯해 전체 인상률에 대한 논의도 같이 했다. 그런데 5월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합의를 뒤집었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어떻게 환자가 통증이 심한데 진통제를 적게 쓰고, 조기퇴원을 시키고 신기술을 안 쓴다는 말이 나오나. 그러고도 의사의 양심 운운하는 게 말이 되나. 15년 시범실시, 선택실시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는 포괄수가제 부작용 우려 사례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의협은 2000년 의사대란 당시, ‘울면 떡 하나 더 받는다’는 걸 배웠다. 이번 역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선택실시에서 부작용 없음 검증”

사실, 의협의 주장에는 논리상 빈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우선 의협은 소속 회원 의사 대부분이 포괄수가제 반대 대열에 동참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2011년 말 현재 기준 총 3282개 의료기관 중 71.5%인 2347개 기관이 이미 포괄수가제를 선택하고 거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협의 주요 구성원인 의원급의 경우에는 총 2511개소 가운데 83.5%인 2096개소가 포괄수가제를 운영 중이다. 나머지 415개 의원만 동참하면 자동적으로 전면 확대되는 셈이다.

더욱이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이 속해 있는 대한병원협회가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의협의 실력행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들 상급 병원은 비록 내년 7월 1일 포괄수가제가 전면 실시되지만, 진료비 산출과정이 단순화, 효율화되면서 포괄수가제를 해도 손해 볼 게 전혀 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병원이 더 많다. 복지부가 의협의 계속된 수술 거부와 파업 압력에도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보이며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의협 소속 대다수 의사가 7개 질병군에 대해 수술 거부나 그 이상의 파업행위를 하더라도 상급 병원들이 응급센터나 진료센터를 확대운영하면 2000년 의사파업 때와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다.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의 선택권 박탈 부분도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미 포괄수가제를 일찌감치 시작한 유럽과 미국(공보험 메디케어)에서도 진료과정과 결과에서 질적 저하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초 발간한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급격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전체 병원으로 확대하고 가능한 한 많은 서비스를 포괄수가제의 대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1997년 2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실시된 포괄수가제 시범실시와 이후 올 6월 30일까지 실시된 포괄수가제 선택적용 상황 속에서 의협이 주장하는 부작용 사례들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부작용의 한 지표로 사용되는 재입원율은 행위별수가제 병의원과 포괄수가제 병의원 간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항문 및 항문 주위 수술에서만 포괄수가제 실시 병원 재입원율이 0.2% 포인트 높게 나왔을 뿐 다른 6개 질병군은 행위별수가제 병의원보다 오히려 재입원율이 낮게 나타났다.

신기술을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환자의 선택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부분도 의료관행에 비춰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포괄수가제를 선택했던 병의원에서 자궁적출술이나 자궁근종, 난소 혹 제거술, 맹장수술 등을 하면서 복강경수술을 외면한 곳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환자의 불만사례도 없었다. 더욱이 정부는 이미 2002년부터 질병별 포괄수가 외에 별도로 비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신의료기술 항목들을 규정하고 있다. 포괄수가 안에 포함되지 않은 신기술을 사용하려면 이 항목을 이용해 환자에게 따로 비용을 청구하면 된다.

사실, 일반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어떤 진통제가 쓰였는지 알 수 없다. 의료행위는 전문 영역이라 환자에게는 실질적으로 선택권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수술 후 평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느 병의원이 좀 더 통증이 적고 흔적 없이 예쁘게 수술을 하며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없다는 정도다. 진료비가 동일하다면 환자들은 입 소문이 난 병의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게 시장경제 체제에서의 냉혹한 룰이다. 의협의 비유를 빗대 설명하자면 비슷한 가격대의 뷔페식당이 어떤 곳은 망하고 어떤 곳은 흥하느냐는 전적으로 음식의 맛과 서비스에 달렸다는 말이다.

고가 진단기기 ‘왕국’의 슬픔

만약 의협이 포괄수가제 전면 실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굳이 홍보하려면 지난 15년간 포괄수가제를 실시해온 기관들에서 발생한 부작용의 실제 사례를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주목할 사실은 그간 선택 적용에 참가한 의료기관들이 7월 1일 전면 실시 때보다 더욱 적은 수가를 받고도 지금껏 불만 없이 지내왔다는 점이며 포괄수가제 실시 병의원에 대한 환자의 고발사례가 드러난 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입에서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 의협이 갑자기 왜 저러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 의료 진단기기 제조회사들은 “한국의 병의원이 최고의 고객”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서울 강남지역에는 조금 과장해 100m에 하나씩 CT와 MRI를 갖춘 병원이 있다. 국가가 대형병원을 장악한 유럽이나 민간보험이 대세인 미국에서는 꿈도 못 꿀 이야기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의료의 질 저하? 환자 선택권 박탈?…문제는 ‘돈, 돈, 돈’
요즘 병의원에만 가면 의사들로부터 듣는 얘기가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 또는 MRI를 찍어보자고 한다. 보험급여 지급률이 높은 CT보다 비급여 대상 항목이 많은 MRI를 권하는 의사가 더 많다. 그 모든 상황이 정말 CT 또는 MRI를 찍어야 했던 것일까? 방사선 (X-ray)만으로도 병명을 척척 알아냈던 옛 의사들은 정말 ‘신의(神醫)’였단 말인가. 이제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은 적어도 포괄수가제가 전면 실시되는 7개 수술에 대해선 이런 의구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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