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글로벌 이슈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프랑스 석학이 분석한 유로존 위기

  • 자크 사피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경제학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2/3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스페인은 가계 또는 은행권의 상환능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페인은 당장 700억 유로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스페인 은행권은 이 금액이 1700억 유로에서 2500억 유로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방정부의 상환능력 회복 역시 시급하다. 지방정부는 더 이상 금융시장에서 차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상황이 양호한 스페인 카탈루냐 정부의 경우도 9.5%가 넘는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정부는 7월 초까지 총 250억 유로를 지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정부는 임금도 지불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고 위기는 급격히 악화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2012년 GDP 대비 재정적자 6%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스페인은 끊임없이 상승하는 이자율을 감당할 수 없어 조만간 유럽안정화 메커니즘(MES)에 도움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한편 유로존 내부에서 국가 간 계좌 이동이 심각하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위험국에서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유로존 내 안전국과 스위스, 미국, 아시아국가 등 유로존 밖 나라들로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2011년 8월 1일 이래 스페인에서 유출된 총 3000억 유로 중 적어도 1550억 유로는 유로존의 안전국으로 이동했다. 2012년 3월 한 달간 그 액수는 650억 유로에 달했다. 이러한 자본유출 규모는 투자자들의 불신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로존 내부의 자본 유출입을 통해 3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2010년 초에 시작된 자본이동은 2010년 말에 첫 번째 정점을 찍고 이후 진정됐다가 2011년 8월 이후 재개됐다. 또한 초기에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 집중됐지만 2011년 8월 이후부터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마지막으로 유로존에서 유출된 자본이 독일로 향하고 있는데, 독일 경제규모 대비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네덜란드의 비중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네덜란드의 안정지향 화폐정책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네덜란드는 개방적인 나라로, 조세피난처로 자본 유출이 쉽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벨기에는 오랫동안 안전국으로 간주됐으나 4월 초부터 위험국 범주에 들어선 것을 알 수 있다.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6월 9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시민들이 “모두 여기서 나가라” “유로존의 구제금융이 은행들을 구하는 대신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다” “빚도 없고 갚을 돈도 없다”는 등의 글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본 유출은 유로화의 종말을 이끌 수도 있다. 자본 유출은 유로라는 단일 통화의 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로존의 종말이 가능하다는 자각과 같다.

소위 위험국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 역시 위험한 현상이다. 첫 번째 위기 단계에서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만 위험국으로 지적됐으나 이 문제는 그리스, 아일랜드 등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주변부에 속하는 국가들로 유로존 GDP에서 비중이 낮다.

그런데 2011년에는 국내 경제의 심각한 위기와 은행 시스템 붕괴를 겪고 있는 스페인, 누적된 채무가 GDP 대비 124%나 되고 수 년 전부터 이어진 저성장으로 인해 채무 상환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이탈리아, 벨기에 등 3개 국가가 주변국에 포함됐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위기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로존은 유럽재정안정기금(FESF, 현재 MES)을 도입했으나, 점차 위험국의 범위가 확대되면 MES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기 전파는 이미 시작됐고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다. 유로존이 ECB 등 기존의 금융시장에 벗어나지 못하고 유로존 해체를 머뭇거리는 동안 위기는 가차 없이 전파될 것이다.

유동성 위기와 상환능력 위기 연쇄작용

유로존 국가들은 유동성 위기와 상환능력 위기의 연쇄작용을 겪고 있다. 먼저 유로존 국가들은 시장에서 적당한 이자율로 금융재원을 찾을 수 없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스가 이에 해당하는데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이러한 위협을 받고 있다.

2011년 말 유로존의 첫 번째 위기는 민간 은행들에 대한 ECB의 3년 만기 대출로 진정됐다. 민간 은행은 이 대출액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이 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 1조 유로 이상이 투자됐다. 이 조치로 인해 2011년 12월 말에서 2012년 3월 초까지 이자율이 떨어졌지만 3월 초부터 이자율은 완만히 올랐다. 즉, LTRO 효과는 이미 소진된 것이다.

스페인은 특히 심각한 상황으로, 2012년 3월 초 10년 만기 이자율이 6% 경계를 다시 넘어섰다. 스페인의 경우 이자율이 높을 뿐 아니라 은행과 주요 지방정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라가 구해야 하는 필요액이 크기 때문에 구제 요청을 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탈리아는 누적 채무 총액의 규모 때문에 이자율의 상승에 훨씬 민감하다. 이탈리아는 스페인만큼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지 않음에도,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이 스페인 국채 이자율과 대체로 연동돼 변동하고 있다. 따라서 상환능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LTRO와 같은 수단은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해결책에 불과할 것이다.

유동성 위기만큼 심각한 것이 상환능력의 위기다. 국가의 상환능력은 국가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탈리아나 아일랜드보다 그리스와 스페인 상황이 훨씬 비극적이다. 그리스, 스페인의 경우 경쟁력과 성장을 회복하기가 특히 어렵기 때문이다.

2/3
자크 사피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경제학
목록 닫기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댓글 창 닫기

2020/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