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글로벌 이슈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프랑스 석학이 분석한 유로존 위기

  • 자크 사피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경제학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3/3
이탈리아의 경우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가 빠르게 해결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몬티 정부가 임금하락 등 대내 평가절하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자율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어, 이탈리아 역시 향후 몇 주 이내에 안정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 만일 지금부터 몇 주 또는 몇 달 사이에 이탈리아의 이자율이 6% 경계를 넘어선다면, 이탈리아의 높은 이자율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낳고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급격한 긴축정책을 실시해 다시 경제가 위축되고 재정적자가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유로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에서,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99년 유로가 출범할 때, 유로는 여타의 화폐들을 압도하며 세계 화폐 제2인자로 부상했다. 미국 달러의 국제 준비금 비중은 1995년 59%에 머물렀지만 유로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에 상승해 유로가 도입될 때에는 71%까지 상승했다. 유로 도입 이후 유로의 국제 준비금 비중은 꾸준히 상승했으나 유로는 달러의 지위를 부분적으로만 침식하는 데 그친다. 이를 통해 유로의 성장은 달러에 맞선 것이라기보다는, 여타의 준비금 통화들에 대항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국제 준비금 비중 내 유로의 몫이 감소하고 다른 준비금 통화의 몫이 증가했다. 반면 달러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실질적 이득을 본 것은 캐나다. 호주 달러, 일본 엔 등 여타 통화이다. 즉 유로의 위기는 또한 달러의 위기이고, 이는 서구의 준비금 통화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농산물, 원유, 천연자원 등에 대한 투기적인 움직임은 현재 국제통화시스템의 전반적 위기를 방증하는 것이다.

‘국제 준비금’ 유로 비중 감소

이와 같이 유로존 붕괴 현상이 공공연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은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까? 먼저 유로존 붕괴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고, 유로존 해체 과정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또한 지금이라도 유로존 국가들 간에 통화조정원칙을 세우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가 간 협상을 통해 평가절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로존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국제공동화폐의 이상을 계승하는 국제통화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유로존의 문제는 다른 국가,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국가 간 합의에 의해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고 어쩌면 파국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유로존의 붕괴는 몇몇 유럽 국가에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다. 이 경기침체 때문에 국가 수입이 감소하면 다른 국가의 수출도 감소할 것이다. 그나마 위안을 찾자면 최선의 경우 유로존 탈퇴로 자국 통화가 크게 평가절하되는 나라의 국제 경쟁력은 향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비록 유로존이 살아남는다 해도, 긴축 재정정책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긴축정책은 상당 기간의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계와 기업의 소비가 정체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한국에, 이러한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향후 몇 년간 한국 수출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할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유로존 이외의 다른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또한 해외수요의 감소를 상쇄할 내수시장을 키우는 것도 대응책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건강, 교육, 노인복지와 같은 소위 사회적 소비의 비중을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자크 사피르

1954년생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

산업화양식 비교연구센터(CEMI-EHESS) 소장

1989년 전략분야 연구 카스텍상, 2011년 금융경제 연구 튀르고상 수상. 프랑스정부, 기업 및 국제기구 동유럽 지원프로그램 자문관

저서: ‘경제학의 블랙홀’(2003), ‘21세기를 위한 경제학’(2005), ‘탈세계화’(2011) 등


또한 유로존이 붕괴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은 두 개의 국제 준비통화 중 하나가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지구적 차원의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대략 1년 전부터 국제 준비화폐에서 유로의 몫이 감소할 경우 4개의 화폐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그중 하나는 유럽 화폐인 스위스 프랑이며 나머지 세 개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호주 달러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화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국제통화수단에 대한 제안이 나오는 것은 현 상황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3/3
자크 사피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경제학
목록 닫기

누가 아직도 유로를 신뢰하는가?

댓글 창 닫기

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