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섹스는 성욕, 물욕, 권력욕이 알몸 그대로 드러나는 몸짓”

장편소설 ‘유혹’ 완간한 소설가 권지예

  • 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섹스는 성욕, 물욕, 권력욕이 알몸 그대로 드러나는 몸짓”

2/4
“이왕이면 섹스를 정공법으로 다루자”

▼ 섹스의 문학적 비유나 상징이라면….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묘사가 아니라 비유법을 많이 쓴다는 거죠. 말하자면 문학적 연상작용 같은 거죠. 저는 섹스 장면을 묘사할 때 한 번도 중복되지 않게끔 등장인물에 따라 여러 각도로 자세하게 묘사했어요. 아마 그 때문에 남성독자들이 제 소설을 읽을 때 섹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 같아요. 제 소설이 섹스를 다루었다고 해서 ‘포르노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저는 섹스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인간이 지닌 모든 욕망을 섹스를 통해 드러내려 했어요. 그동안은 욕망의 문제를 내면적으로 그렸지만 ‘유혹’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었어요.”

이 말은 권 작가의 장편소설 ‘4월의 물고기’ ‘붉은 비단보’ ‘아름다운 지옥’과 소설집 ‘퍼즐’ ‘꿈꾸는 마리오네트’ 등에서는 성을 은근슬쩍 가볍게 다루었다는 말이 된다.

그는 “우리나라 여성작가들은 소설에서 섹스를 다루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는다. 남성독자들이 여성작가인 권지예가 쓴 성애소설 ‘유혹’에 큰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 ‘유혹’에도 남성 4명이 나오는데 어떤 사람들인가요?

“‘유혹’에는 스스로 섹스를 즐기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오유미 외에도 유지완과 강애리라는 여성이 등장해요. 제 소설이 7인 7색을 그린 성애소설이라 평가받는 것도 남성 4명 때문이죠. 모두 오유미와 관계를 한 사람들로,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로 돌아갑니다. 윤동진은 재벌 2세이고, 황인규는 유지완의 남편이자 오유미와 오래된 연인입니다. 박용준은 오유미를 짝사랑하는 연하의 남자로 오유미의 ‘꼬붕’이자 보디가드죠. 고수익은 미지의 인물로 이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의 열쇠를 쥐고 이들을 쫓는 역할을 하죠.”

‘유혹’에서 오유미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태어난 여자로 나온다. 어릴 때 자살한 오유미 엄마는 여러 남자와 관계를 했다. 심지어 오유미를 잉태했을 때에도 그랬다. 이 소설에서 ‘욕망덩어리’ 오유미가 여러 남자와 섹스를 즐기는 것은 어쩌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찾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 힘들었을 거 같은데요.

“신문 연재소설이다 보니 순발력 있게 매일 써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꽤 힘들었어요. 울면서 쓴 때도 있죠.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병원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글을 썼어요. 깡다구로 버티긴 했지만, 사실 2년여 동안 ‘글 감옥’에 갇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오죽했으면 ‘천일야화’에 나오는 ‘세헤라자데’가 부러웠겠어요? 천일 동안 밤마다 샤푸리 야르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그 여자를 존경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천일야화’는 6세기 페르시아에서 전해오는 천일 동안의 이야기를 아랍어로 기술한 설화로 흔히 ‘아라비안나이트’라고 한다. 주요 이야기 180편과 짧은 이야기 108편이 들어 있는데, 페르시아의 샤푸리 야르왕은 왕비에게 배신을 당하자 매일 새 신부를 맞이하고 그 다음 날 죽였다. 세헤라자데라는 영리한 여인은 죄 없는 처녀들을 구하기 위해 왕과 결혼하고 첫날밤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왕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은 마음에 세헤라자데를 죽이지 않았고 그의 이야기가 천 하루 동안 이어졌다고 해서 ‘천일야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쩌면 작가 권지예는 세헤라자데가 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 5000매가 넘는 장편소설은 여성작가로는 드문 게 아닌가요?

“그런 거 같아요. 그동안 남성작가들은 대하소설 같은 장편소설을 많이 썼는데, 중견 여성작가 중에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 소설을 다 쓰고 두 달 동안 아팠어요. 알게 모르게 몸이 많이 지쳤던 거죠. 그런데 작가로서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느꼈어요. 이제 글쓰기에 겁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천일야화’ 세헤라자데가 부러워

▼ 가족들은 ‘유혹’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네요.

“집에 신문이 배달되면 남편이 제 소설을 읽었어요. 얼마 지나자 남편조차 저의 노골적인 섹스 묘사가 민망한지 꽤 불편한 표정을 짓곤 했어요. 그렇게 또 얼마가 지나자 남편도 이젠 익숙해져서 ‘저 세계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더군요. 제 남편은 예술평론을 하는 분이니 아내인 저를 여자로도 보지만 한 사람의 예술가로 생각해요. ‘앞으로 내가 그 소설을 안 읽을 테니까 쓰고 싶은 대로 써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남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어요. 문제는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고3 아들이었죠.”

2/4
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목록 닫기

“섹스는 성욕, 물욕, 권력욕이 알몸 그대로 드러나는 몸짓”

댓글 창 닫기

2022/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