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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라이벌 ④

이탈리아의 구찌 vs 프랑스의 루이비통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싸움

  • 김민경| 전략기획팀 기자 holden@donga.com

이탈리아의 구찌 vs 프랑스의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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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역사를 가른 LVMH 아르노 회장

아르노 회장 이후, 명품은 생산성을 높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비즈니스가 됐다. 그는 미국식 주식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를 유럽인에게 제대로 보여준 셈이었다.

구찌의 데 솔레는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기업인이었고, LVMH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를 나왔지만 경영 실전 경험은 미국에서 쌓았다. 미테랑 사회당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불안감을 느껴 미국으로 이민 갔던 그는 프랑스로 돌아올 때 신자유주의 시대에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과감히 매각해 ‘마키아벨리’라는 별명을 얻었고, 직원들과 어울려 와인 마시기를 좋아하는 어르신들-예를 들면 지방시 같은 전설적 디자이너-을 해고해 ‘터미네이터’로 불렸으며, 경영권을 은밀하고 집요하게 노려 ‘캐시미어를 입은 여우’ 또는 ‘뱀’이라는 공격도 받았다.

그는 현대 명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상징’이자 ‘이미지’임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공장을 통제하면 품질을 통제할 수 있고, 유통을 통제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통제할 수 있다.”(베르나르 아르노)

새로운 소비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구찌와 루이비통은 각각 화끈한 미국의 두 젊은이를 디자이너 책임자로 영입했다. 구찌의 톰 포드는 이탈리아인처럼 슈트를 잘 차려입고, 섹시한 패션 피플과 밤마다 어울리는 모습으로 구찌를 리뉴얼했다. 루이비통이 찾아낸 또 다른 천재 마크 제이콥스는 뼛속까지 뉴요커로서 전위적인 예술가들과 어울리고, 이국적인 여행을 즐기는 여피 부르주아로 루이비통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어마어마한 광고 및 홍보비를 쏟아 부었다.

구찌와 루이비통의 역사에서 보듯, 두 브랜드 모두 옷과는 상관없었지만, 아르노 이후 구찌와 루이비통은 컬렉션에 참여해 코트부터 비키니까지, 애완견 목걸이에서 아이폰 커버까지, 모든 것을 로고로 뒤덮어 내놓았다. 로고는 새로운 미다스의 손이었다.

실제로 두 브랜드의 진짜 수익이 소량 제작되는 옷들이 아니라, 런웨이 때 모델이 들고 나오는 가방과 구두 등에서 나온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가방과 구두는 문화, 인종과 체형-비현실적인 모델의 몸매가 아니어도-에 상관없이 대량 생산해서 전 세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아르노 이전, 가방이 공방에서 제작되던 시절 상류 사회의 여성들은 클래식한 가방을 하나 사서 어디나 들고 다녔지만, 아르노 이후엔 전 세계의 ‘보통’ 여성들이 매 시즌 각 브랜드에서 미친 듯이 쏟아내는 ‘잇백’을 따라잡기 위해 카드를 긁어댄다. 구찌와 루이비통은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한편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포드 식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찌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1994년부터 1998년 사이, 구찌 가죽제품 생산은 연간 64만 개에서 240만 개로 늘어났다.

구찌와 루이비통이 혹시 1980년대의 잘못-로고의 남용과 소비자층에 대한 오판-을 반복하는 건 아닐까. 로고에 싫증난 패션 피플들은 새로운 디자이너를 찾아 철새처럼 떠나고, 어쩔 수 없는 재고 처리를 위해 명품 아웃렛이 번창하고 있으며, 패스트패션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들이 저가 명품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변화와 도전 거듭하며 새로운 가치 창출

구찌와 루이비통은 끊임없이 새로운 ‘종’과 교배함으로써 고객층을 확대하는 동시에 세분화하며 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주 ‘콜래보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한다. 밋밋한 루이비통 가방에 벽화 화가 스티븐 스프라우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넣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최근엔 일본의 스타 작가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 중이다. 구찌는 올해 한국 소비자를 위해 ‘무궁화’를 소재로 한 한정판 상품들을 내놓기도 했다(화제는 됐으나, 판매는 부진했다는 후문).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매장을 늘리고, 스타 마케팅으로 신입 고객을 모은다. 동시에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유서 깊은 공방에서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하는 스페셜 오더 상품을 만들어 소수의 ‘하이엔드’ 고객을 관리한다.

그러므로 구찌와 루이비통은 여전히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뉴스의 중심에 있다. 최근의 소식. 구찌를 루이비통으로부터 구해낸 구찌그룹(PPR)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과 슈퍼모델 출신 스타 린다 에반젤리스타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양육비 소송을 벌여 뉴욕이 떠들썩한 가운데, 루이비통을 이끄는 마크 제이콥스가 하얀색 팬티가 훤히 보이는 검은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나타나 전 세계 패션 피플에게 충격을 줬다는 얘기다.

한 세기 전 구찌와 루이비통의 점잖은 단골들이 봤다면 발걸음을 끊었을 만한 스캔들이다. 하지만 새로운 소비자들은 이것이야말로 구찌답고, 루이비통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십 다음 페이지에 이어지는 루이비통과 구찌 광고를 홀린 듯 응시한다.

신동아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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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전략기획팀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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