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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

“거름이 많으면 나무가 죽어요 아들딸도 나무와 같습니다”

육사에 7억 기부한 편동수 장군 부부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거름이 많으면 나무가 죽어요 아들딸도 나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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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은혜 갚는 일

“거름이 많으면 나무가 죽어요 아들딸도 나무와 같습니다”
10년 전 ‘파랑새 부부’는 ‘거목’에 보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박 씨는 ‘육사신보’에 보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육사에 발전기금을 내는 것은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빈곤할 때 육사가 있었기에 가난한 시골청년이 대학교육을 받았고, 장교가 그것도 엘리트 장교가 됐다고 생각하면 보은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흡족할 순 없겠지만 남은 생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파이팅 대한민국! 아자 아자, 육사여!”

부부는 편 전 소장의 고희연(古稀宴)을 취소했다. 그러곤 육사에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매년 500만원씩 10년간 기부했다. 돈은 우수 생도들이 외국에 나가 견문을 넓히는 데 쓰였다.

“육사 다닐 적 미국 육사(West Point) 생도 여럿이 태릉에 왔습니다. 동맹국 육사를 살펴보고자 찾아왔다더군요. 녀석들이 입은 스트라이프 들어간 정복이 정말로 멋있었어요. 우리 생도들이 웨스트포인트를 견학 가는 날이 올까 싶더군요. 1971년 미국 육군대학으로 연수를 갔습니다. 대형 마트 구경을 갔는데, 카트를 끌면서 쇼핑을 해요. 대한민국이 이렇게 살려면 100년은 걸릴 것 같았습니다. 베트남에 갔더니 미군이 고지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전투를 해요. 국군은 C-레이션(미군 전투식량)만 물리도록 먹었거든요. 채소가 그리워 풀을 뜯어먹고 그랬어요. 은퇴하고 나서 해외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날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내가 볼 게 아니다. 육사 생도가 봐야 한다. 젊고 패기 있으며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가 1950년대 태릉을 찾아온 웨스트포인트 생도처럼 더 큰 세상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뒤로 외국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어요. 대신 생도들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육사를 졸업하면 소대장으로 임관합니다. 사병이 가장 많이 접하는 게 소대장이에요. 반듯한 초급 장교를 키우는 일에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성공이 아니라 행복에…”

부부는 지난해 또 다른 결심을 했다. ‘죽을 때 돈 가져갈 것도 아닌데, 이참에 정리를 시작하자.’ 기부처를 고민했다. 결론은 다시 육사였다. 서울 서초구의 시가 7억 원 상당의 상가를 육사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 “상가를 팔지 말고 임대료를 받아 아버지, 할아버지가 육사를 나온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도와주라”는 조건을 달았다. 상가에서는 매달 150만 원씩 월세가 들어온다. 해마다 300만 원씩 6명을 돕기로 했다. 부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누군가 ‘편동수·박수애 장학금’을 받을 것이다.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면서 매년 1명씩 숙명여대 학생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가 “쓸데없는 말을 뭣 하러 하느냐”고 남편을 핀잔한다.

▼ 아들, 딸이 섭섭해하지는 않았습니까.

부부는 2남 1녀를 뒀다. 손주는 7명. 아내가 답했다.

“며느리가 ‘어머니, 잘하셨어요.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하더군요. 다들 끼니 걱정 없이 잘삽니다. 거름이 많으면 나무가 죽어요. 아들딸도 똑같습니다. 자식에게 줘봐요. 나무가 잘 자라겠어요. 저는 자식을 잘 키우고 싶어요. 아이들 대학공부까지 시킨 부모라면 한 번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거름이 많으면 나무가 죽어요 아들딸도 나무와 같습니다”

1990년 이승만 전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의 90회 생일에 참석한 편동수 박수애 부부(왼쪽). 부부의 젊은 시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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