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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이웃사람’으로 돌아온 월드스타 김윤진

“배우는 내 인생의 축복, 새 작품 할 때마다 교훈 얻어요”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스릴러 ‘이웃사람’으로 돌아온 월드스타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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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이웃사람’으로 돌아온 월드스타  김윤진

김윤진은 ‘로스트’촬영 당시 같은 옷을 5개월씩 입어야 하는 게 제일 고역이었다고 한다.

▼ 한국엔 어쩌다 오게 됐나요?

“뉴욕에서 연극을 하던 시절 우연히 한국 드라마에 캐스팅됐어요. 그 작품이 ‘화려한 휴가’였죠. 영화를 전공하던 아는 오빠가 한국에서 드라마 팀이 왔는데 제 얘기를 했더니 궁금해하더래요. 그래서 한국 식당에서 한 번 만났는데 그 팀의 감독님이 한국말로 연기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분이 바로 ‘질투’ 같은 트렌디 드라마로 유명한 이승렬 PD셨죠. 한국말로 연기한 적은 없다고 했더니 식당 메뉴판을 읽어보게 하시곤 바로 최재성 씨의 여동생 역을 맡기셨어요. 정신병자여서 대사는 별로 없었어요. 발음이 안 좋아서 캐스팅이 안 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었죠.”

▼ 첫눈에 맘에 들었나보네요.

“느낌이 새로웠대요. 그때는 교포 출신 배우가 많지 않았거든요. 가수 중에는 꽤 있었지만. 어느 정도 연기가 되니까 미국에서 연극을 하는 게 아니겠어? 그런 믿음이 있으셨대요.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부를 찍고 한국 분량을 마저 촬영한 다음 다시 미국에 들어와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출연 제의가 밀려들었어요. 드라마를 봤는데 느낌이 신선했다, 꾸밈이 없어서 좋았다면서요. 다들 한번 보자고 했는데 연극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이듬해 이승렬 감독의 ‘예감’이란 작품을 또 하게 됐죠. 처음에는 주인공 역을 주셨는데 한국말을 잘 못해서 제가 포기했어요. 대신 화장품회사의 매력적인 실장 역을 했는데 그 역시 어려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촬영했죠.”

▼ 미국에 이민 가서는 영어 못해서 고생하고, 한국에 들어와선 한국어 못해서 고생했군요.



“그렇죠. 어딜 가나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했죠.”

▼ 한국어가 서툰 것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죠. 발음 교정하려고 연필 물고 책 읽고, 모르는 단어도 익히고…. 라디오를 틀어놓고 24시간 한국어를 들었어요. 심지어 잠잘 때도요. 무의식의 세계에서도 한국말을 듣고 있으면 한국말로 꿈을 꾸지 않을까 했던 거죠. 그만큼 절실했으니까요. 한국어 배우는 데 오래 걸렸어요.”

“미국 진출 성공은 인복 덕분”

각고의 노력 끝에 한국어에 익숙해진 그는 1999년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다. 대종상영화제와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신인 여우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맛본다. 이후 그의 활동무대는 자연히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2002년 영화 ‘밀애’는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2007년 ‘세븐 데이즈’는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그에게 안겼다. 2004년 미국 진출 후에도 한국 영화에 변함없는 열정을 쏟은 그의 수상 소식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훈훈한 화제를 낳았다.

▼ 미국 진출은 원래 계획했던 일인가요?

“미리 계획하고 진행한 건 아니에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은 좋았지만 어릴 적 꿈이던 미국 드라마나 영화 출연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어요. 사실 계속 기다렸어요. 언젠가 나를 불러주겠지 하고요. 근데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갔어요. 유일하게 아는 프로듀서 한 사람만 믿고요. 밑도 끝도 없이 갔더니 제가 딱했는지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프로듀서가 발이 넓어 미국의 5대 에이전시를 죄다 소개해줬는데 미팅 후 모두 반응이 좋았어요. 그중에서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와 가장 잘 맞을 것 같아서 계약을 했는데 그 주에 ABC의 총괄 캐스팅 디렉터를 만났어요. ‘케리 리’라고 하는 한국 여성이었는데 그분을 만나 잘 풀린 거죠.정말 운이 좋았어요. 전 인복(人福)이 많은 것 같아요.”

▼ 한국에서 쌓은 커리어가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나요?

“어느 정도 감안은 됐겠지만 운도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실력이 있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전 운이 좋았어요.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로스트’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표류한 13명의 다양한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총지휘감독은 TV드라마를 연달아 히트시켜 스타 감독이 된 JJ 에이브럼스가 맡았다. 한국에서는 강인하고 당찬 역을 주로 한 김윤진은 이 영화에서 여리고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저도 의외였죠. 처음에는 여주인공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제작진에서 그리던 주인공감은 아니었어요. 백인이 아니니까.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라 기대를 안했는데 오디션 본 지 5시간 만에 연락이 왔어요. 나한테 맞는 배역을 써주면 출연하겠느냐고요. JJ 에이브럼스를 거부하는 건 바보짓이었어요. 가장 잘나가던 감독이니까요. 바로 승낙했더니 그분이 제 상황에 맞게 캐릭터를 설정해주셨어요. 영어를 못해 한국어를 쓰는 신비로운 여성으로요. 원래 주요 배역은 11명이었는데 저와 제 남편 역을 더 캐스팅해 13명이 된 거예요.”

▼ 한 작품 6년 넘게 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힘들었죠. 영화 ‘단적비연수’도 9개월 동안 찍긴 했지만 한 작품을 이렇게 오래 한 건 처음이에요. 새 시즌 촬영 때마다 같은 배역에 푹 빠졌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계속 섬에 갇혀 있는 내용이라서 5개월간 같은 셔츠만 입었어요. 물론 디자인이 같은 셔츠 20벌을 번갈아 입긴 했죠. 그래도 워낙 스케일이 커서 드라마를 필름으로 촬영하고 컴퓨터그래픽(CG)도 많이 썼어요. 그런 유례없는 드라마에 출연한 건 굉장한 영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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