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고문은 이를 통해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지 않지만 손 고문은 ‘걱정할 것 없다’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대선은 총선과는 다르다. 국민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총선에서는 자기가 친하거나 편한 후보를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대선은 나라의 운명을 5년간 맡기는 선거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그만큼 국민이 막상 찍으려면 ‘후보가 준비되어 있는지’ ‘자격이 실제로 있는지’ 등을 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지역 나눠 먹나”
지금 손 고문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넘쳐 있다. 당내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해볼 만하다는 게 캠프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손학규의 한계가 엄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한계는 민주당 안팎에서 점차 확산되는 영남후보론이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후보만이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정치 방정식이다. ‘정치 공학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반대 논리를 개발한 정치 세력은 없다. 더군다나 아직 출마를 결정하지 않은 안철수 원장뿐 아니라 문재인 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모두 PK(부산 경남) 출신이다.
이에 대해 손 고문은 “영남후보론은 10년 전 통용됐던 논리”라며 “이번 대선에선 누가 중도층을 잡느냐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문재인, 김두관이 자신들의 안방인 PK지역에선 비PK인 자신(경기 시흥 출생)보다 표를 더 얻을 수 있지만 그 차이는 별것 아니고, 오히려 영남·호남 편 갈라먹기에 신물 난 표심(票心)이 온건 합리노선의 손학규를 선택할 것이란 주장이다. 유권자의 50.3%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중산층 중도층의 표심이 민주당 경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논리다.
그는 자신이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분당에서 이긴 것을 거론하며 이번 대선을 ‘분당 구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소수론이고, 손학규 특유의 ‘정치학적 논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또 다른 한계는 ‘스토리텔링’의 부재다. 손 고문은 누구보다 다양한 정치적 스토리가 있고, 콘텐츠가 있지만 아직도 이를 전달하고 유권자에게 설명(‘텔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손 고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손학규’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건 수년 동안 특정한 정치적 어젠다와 콘텐츠를 유권자에게 설명해야만 얻어질 수 있는 건데 손 고문은 이를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동시에 “왜 나를 알아주지 못하느냐”는 손 고문의 안타까움도 배어 있다. “이렇게 오래 준비했고 나를 던질 각오가 됐는데, 어떻게 문 고문이나 김 전 지사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주자에 눈길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스토리를 차분히 설명하기보다는 국민이 이를 알아주길 더 바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나보면 손 고문은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해 확신에 가까운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종교적 신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당내 주자들이 난립하면서 확실히 ‘손학규계’로 불릴만한 의원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물론 전직 당 대표로서 명백히 자신의 계보를 갖춘 중진이지만 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지지율 추이와 여론 흐름을 지켜보며 이합집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 후보에 대한 막연한 충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한 재선 의원은 “애매한 회색 지대에 있다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면 확실히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손 고문은 이번 대선이 마지막 기회이자 위기다.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했고 만만치 않은 콘텐츠도 갖췄다. 하지만 5년 전에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문재인, 김두관, 그리고 안철수라는 장외 주자가 야권에서 그와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대선 도전을 손 고문이 어떻게 마무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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