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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눈으로 듣는 음악’ ⑫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 그의 ‘영원한 그림자’ 뒤 프레

  • 황승경│국제오페라단 단장·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 그의 ‘영원한 그림자’ 뒤 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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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지휘자와 뒤 프레의 그림자

바렌보임은 2002년 이스라엘 대통령과 문화부장관이 참석하는 시상식에서 최고 문화상을 받게 됐지만, 시상식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이 이스라엘의 건국이념에 상반된다. 팔레스타인과 아랍국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가뜩이나 이스라엘 종교 관계자들과 민족주의자들에게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 상황에 그의 폭탄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가정의 평화도 못 지키고 야망에만 눈이 뒤집혀 병든 아내를 버리고 도망가는 남편이 세계 평화를 논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평화 콘서트의 진정성이 알려졌고, 비난 수위도 그만큼 낮아졌다.

2005년 이후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칼라 오페라극장 객원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다. 예술감독 자리가 공석이어서 예술감독처럼 주요 공연 지휘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2010년 12월 7일 스칼라극장이 시즌 개막작으로 올린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 공연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대통령과 각료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그는 지휘봉보다 마이크를 먼저 잡고 돌출 발언을 했다.

“문화는 사치품이나 순전히 미학적인 것만도 아닙니다. 문화는 바로 윤리적인 것입니다. 인간 윤리는 문화와 예술 속에서 진정으로 표출됩니다. 문화예산을 줄여서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각국 정부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먼저 삭감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바렌보임은 외로운 사람일 수 있겠다. 영국에서는 자국 최고 스타 뒤 프레를 버렸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남미 출신 음악가라는 이유로, 독일에서는 피해망상의 유대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스라엘에서는 철천지원수인 바그너의 신봉자라는 이유로, 미국에서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며 그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주는 것을 유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그너 전문 지휘자와 모차르트 전문 피아니스트로 기억되는 대가 바렌보임의 이름 뒤에 항상 따라다니는 뒤 프레의 그림자와 정치적인 활동가라는 수식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영원한 사랑으로 기억되는 슈만과 클라라 부부와 달리 바렌보임과 뒤 프레는 너무나 처절하고 애달픈 사랑을 했으니 세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차라리 애초 이념적 사상적으로 의식 있는 거장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편력으로 여자문제에서는 자유스럽지 못했던 피카소와 바렌보임이 비교대상이었다면 어땠을까. 또 ‘나쁜 남자’ 바렌보임이 비운의 뒤 프레를 버린 것이 아니고, 긴 병에 장사 없는 현실에서 음악을 너무 사랑한 바렌보임이 음악을 떠나지 않았다고 본다면 편파적인 해석일까.

신동아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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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국제오페라단 단장·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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