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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外

  • 담당·송화선 기자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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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_ 김동욱 지음, 돌베개, 320쪽, 2만3000원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外
도산서당은 퇴계 이황이 61세 때 지은 작은 서재다. 49세에 스스로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온 이황은 고향 근처 여러 곳을 전전하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땅을 얻었다. 직접 평면도를 그리고 고치기를 반복한 끝에 5년이 지나 비로소 집을 완성했다. 마루방 하나, 온돌방 하나, 그리고 군불을 땔 수 있는 부엌 겸 헛간 하나가 다였다. 10평(약 33m²) 정도의 크기다. 이 작은 집에서 10년을 지내면서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제자도 가르치고 때때로 주변을 산보하며 지냈다. 매화꽃 핀 이른 봄날에는 매화 향기에 취해 시를 짓고 달 밝은 밤에는 외로운 심사를 또 시로 읊었다. 이렇게 쓴 시를 모아 시집으로 엮었다.

요즘 많은 직장인이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작은 집을 장만해 사람 간섭받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꿈을 꾼다. 이황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가 소박하게 사는 삶을 진지하게 꿈꾸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더러는 용기를 내 이를 실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힘들여 장만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생각처럼 낭만적이지 못하다. 도회지에서 못 느끼던 외로움이 크게 다가오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에 회의도 찾아온다. 무엇보다 단출하게 지으려던 집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마련하다보면 점점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도산서당은 작은 집이지만 한 사람의 선비가 지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방 한 칸은 공부하고 잠자기에 충분하고, 마루 한 칸은 손님과 환담을 나누고 주변 경치를 보며 휴식하는 데 알맞다. 그리고 부엌 한 칸이 있다. 군더더기가 없는 집이다. 선비들이 꿈꾸던 서재의 이상향에 가깝다. 화려한 단청도 없고 요란한 장식도 없다. 굵은 네모기둥에 간결하고 소박한 창문, 일직선의 반듯한 지붕이 있을 뿐이다. 그 모습은 단정한 선비의 자태를 연상시킨다. 온돌방은 한 사람이 조용히 앉아 책을 보고 잠을 자기에 알맞은 크기고, 마루는 찾아오는 손님 두세 명을 맞아 환담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선시대 선비의 풍모를 빼닮은 건축인 셈이다.



70세에 이황이 세상을 뜨자 제자들이 서당 뒤에 스승을 추모하는 사당을 짓고 또 강당을 갖춰 서원으로 꾸몄다. 나라에서 도산서원이라는 현판을 내렸다. 서원은 지금까지 잘 남아 있다. 물론 도산서당도 이황이 지었던 모습 그대로 있다.

이황은 8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젊을 때는 그다지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서재를 지으려는 갈망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 이 책에서 나는 가난한 선비였던 이황이 어떻게 자신의 생활을 다스리며 땅을 구하고 집을 지었는지를 살폈다. 숨을 거둘 때까지 그 집에서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제자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 후 도산서원이 세워지면서 서당 건물은 어떻게 오늘까지 무사히 전해지게 되었는지를 썼다. 딱딱해지기 쉬운 건축 설명이 김성철 사진작가의 아름다운 사진 덕분에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한다.

김동욱│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New Books

콰이어트 _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外
하버드 법대를 우등 졸업한 변호사인 저자는 어린 시절 수줍음 많은 책벌레였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곧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진화론의 관점에서 내향성이 하나의 성격 특성으로 살아남은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이유를 찾아내기로 마음먹는다. 이 책은 이후 7년간 저자가 학술논문, 잡지기사를 찾아 읽고 수천 명과 온·오프라인 인터뷰를 한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내향적인 성격도 외향적인 성격만큼 가치 있으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그는 아인슈타인, 쇼팽, 고흐 등을 예로 들면서 “인류의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수많은 것이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접속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알에이치코리아, 476쪽, 1만4000원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_ 신재원·이진한 지음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外
대형병원에 가면 언제나 가장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NO’다. “복통의 경우 맹장염이 의심되는 경우 외과가 있는 중소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 대형병원에 가면 전공의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 병원에서는 대개 전문의가 수술하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으로 각각 MBC와 동아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로 일하는 두 저자는 일반인이 궁금해할만한 여러 질문에 이처럼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인삼·오가피 등 건강기능식품과 비타민·글루코사민·오메가-3 등 영양제를 섭취할 때 주의할 점, 약과 음식 사이의 궁합처럼 유용한 의학적 조언도 곁들인다. 포괄수가제 등 각종 의료계 이슈를 소개하고, ‘치과 전문의가 밝히는 풍치와 임플란트 과잉 진료의 진실’ ‘종양내과 전문의가 밝히는 항암제 치료의 진실’ 등 현직 의사가 쓴 실질적인 의료 정보도 수록했다. 리더스북, 344쪽, 1만5000원

원 클릭 _ 리처드 L. 브랜트 지음, 안진환 옮김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外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닷컴의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26세 때인 1990년, 당시 근무하던 뉴욕의 투자은행에서 인터넷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는 일을 맡았다. 이때 인터넷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한 그는 곧 회사를 그만두고 서점 사이트 개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아마존’을 창립했다. 사업은 번창했고, 베조스는 2000년부터 미 항공우주국의 지원을 받는 우주여행업체 ‘블루 오리진’을 설립해 우주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베조스가 이처럼 성공하게 된 비결로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는 것,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언제나 처음처럼의 마인드를 갖는 것 등을 꼽았다. 자음과모음, 271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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