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업계 스스로 수리비와 공임을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견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또 다른 최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부품을 교환한 것도 아니고, 자동차 도어핸들(손잡이 문고리)을 수리했는데 공임이 8만 원가량 나왔기 때문. 고객센터에 전화해 ‘공임이 너무 비싸다’고 항의하자 ‘다음에 수리하게 되면 공임을 할인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씨는 공임 산정 기준이나 수리비 근거를 지금도 모른다. 인터넷 등에는 이런 ‘봉 잡힌’ 사례가 수없이 많이 올라와 있다.
대충대충 공임 “너무 비싸”
주요 부품의 가격도 국산차에 비해 훨씬 비싸다. 기아차 K5와 도요타 캠리를 비교해보면, 앞 범퍼는 1.5배(캠리 69만4200원, K5 28만1800원), 헤드램프(1개)는 5.5배(캠리 77만1700원, K5 11만8200원), 보닛은 1.6배(캠리 108만2900원, K5 41만3800원) 차이가 난다.
이처럼 ‘눈대중’ 공임비와 비싼 부품가격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자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6월 ‘수입차에 대한 수리비 청구기준 합리화를 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각 사 공임과 부품 가격, 표준작업시간 등을 조사·분석한 결과였다. 소비자원은 “수입차의 합리적인 수리비 산출을 위해 공통 견적 시스템 개발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각 사 평균 공임은 메르세데스벤츠 6만8000원, BMW 6만 원, 아우디·폴크스바겐 5만5000원, 렉서스 5만 원 순이었다. 부품 가격의 경우 공식딜러가 병행수입업체보다 최대 13%까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담당한 류석일 차장의 설명이다.
“조사를 하면서 만난 수입차 고객은 ‘수입차 판매사가 판매보다는 정비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수리비 산출 과정이 일관되고 투명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수입차 업계가 스스로 수리비를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견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차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EU에서 사용하는 견적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수입차 부품 병행수입을 활성화시켜 가격 인하를 유도하자는 의견을 냈다.
수입차에 대한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는 수입사(임포터)가 딜러사에 사후관리 의무를 떠넘기는 관행도 한몫을 한다. 제조사가 판매·사후관리를 동시에 책임지는 국산차 업계와 달리, 수입차의 경우 BMW코리아 같은 해외 제조사의 현지법인은 국내 수입만 전담한다. 자동차 판매부터 사후관리는 전적으로 딜러(판매)사가 맡고 있다. 현재 수입차 딜러사는 모두 123개사에 달한다. BMW 차량을 도이치모터스, 동성모터스, 신호모터스 등 8개 딜러사가 판매하고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종종 정비 인프라에 대한 투자비용 문제로 잡음이 난다.
메트로모터스와 폴크스바겐코리아 간의 판매대행권 회수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단적인 예다. 메트로모터스는 2005년부터 줄곧 폴크스바겐의 딜러(판매)사로 영업을 했다. 국내에서도 수입차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분당, 서초 지역 영업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메트로모터스와 7년간 관계를 유지해온 폴크스바겐코리아는 2012년 7월부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메트로모터스에 서비스센터 확충 계획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요구했으나 이행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며 “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가 없다고 보고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트로모터스는 “폴크스바겐코리아의 주장은 시장 환경과 수익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투자 요구로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스스로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라며 “힘 있는 갑(甲)사의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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