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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⑤

좋은 리더 되려면 온몸의 감각 깨워라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좋은 리더 되려면 온몸의 감각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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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상황맥락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이다. 상황맥락지능이 높지 않으면 리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 범인(凡人) 이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역할인지가 제대로 안 된다는 뜻이다. 상황의 기초는 관계다. 관계가 어떻게 설정돼 있는지, 그래서 내가 처한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달리 말해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숲에서 나무가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을 가리는 것이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역사에서 신의 섭리를 알고 그의 옷자락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상황맥락지능에서 직관적인 판단을 할 때는 5가지 차원을 고려한다. 추종자의 욕구와 수요, 정보의 흐름, 시간의 긴급성, 권력자원의 분배, 문화적 맥락 등이다.

味覺, 美覺!

감각적인 언행을 하려면 콘텐츠가 알차야 함은 물론 바탕이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야 하고 융합적인 시각이 있어야 한다. 느낌이나 감각만으로는 언술이 논리적일 수 없다. 내용이 차 있어야 함은 물론 그 내용이 다양하고 보는 시각 역시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어야 리더답다.

감각으로 따지는 대표적인 것이 맛에 대한 감각, 미각이다. 어릴 적부터 여러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미각을 자극하는 길인 동시에 다양성을 익히는 길이다. 미각이라는 말은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만져보거나 시험해서 검사한다는 뜻을 가진 중세영어 ‘tasten’을 어원으로 하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날카롭게 접촉하다’는 뜻의 라틴어 ‘taxare’가 있다. 맛보는 것은 항상 시험 혹은 평가를 의미했다. 다양하게 맛본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하게 평가할 기회를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맛에 대한 다양성이 뒤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라면을 찾고 외국에 도착하자마자 한식집 가고, 여행 중 즉석밥·깻잎·고추장·컵라면 등을 상비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안다. 그러나 리더라면 언어, 종교, 인종 등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 다양성이 있어야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각도에서도 보고 저런 각도에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음식으로만 다양성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음식,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골수분자가 되기 십상이다. 자기주장, 자기 정책만 옳고 남의 주장은 무시해버릴 위험성이 상존한다.

미각 이야기를 다시 하면 기미(器味)라는 것이 있다. 그릇 맛이다. 그릇에 무슨 맛이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음식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설렁탕을 질그릇에 담아 먹는 맛과 양식기에 담아 먹는 맛이 같지 않은 것과 같다. 미식가 중에도 기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기미를 안다는 것은 리더 감각의 정수인 상황맥락지능이 앞선다는 뜻이다.



다양성은 미각으로만 가리지 않는다. 리더에게는 미각(味覺) 아닌 미각(美覺)이 필수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 말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성부터 갖추라는 뜻이다. 심미안이 있어야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줄 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리더에게 심미안이 없다면 세상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잘 모르게 된다. 겉치레만 잘해도 근사하다고 감격하면 큰일이다. 광화문 거리를 엄청난 돈을 들여 저렇게 꾸며 놓고 멋있다고 감탄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는 리더 반열에 들 수 없다. 심미안은 그림을 좋아하면 저절로 생긴다. 잘 그린 그림, 심오한 뜻이 담긴 그림, 정형에서 크게 벗어난 듯한 그림 등을 보노라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이해가 따른다. 그림을 보지 않더라도 마음이 고우면 아름다움이 그곳에서 절로 나온다. 내 것만 챙기지 않으면 아름다운 마음이 솟는다.

서울대 리더십센터의 리더십 훈련에서 예술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리더의 감수성에 따라 세상에 대한 이해와 꾸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우정, 정호진, 허철 등으로 구성된 통영국제음악제 앙상블 팀이 와서 바흐의 변주곡을 연주한 뒤 해설하고 학생들과 토론한 적이 있다. 연주회만 다녀온 것과 비교할 때 교육 효과가 다르다. 외국의 리더십 훈련 과정에서 재즈와 록 음악을 가르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재즈는 기획팀에, 그리고 록은 협상팀에 들려줘 성공도를 높이게 하는 훈련방법이 있다.

자연에 대한 이해

서울대 리더십센터가 지난해 ‘대통령이 사라졌다’라는 뮤지컬을 만든 것도 예술성을 강조하려는 목적의 일환이었다. 학생들이 몸소 음악과 안무를 익히며 만든 이 뮤지컬의 본디 뜻은 ‘리더십은 봉사이고, 권력은 아름답다’는 것을 체득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은 공연히 끝난 후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게 진짜 수업이다.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터득한 계기였다”고 말이다. 서로 도와 한 팀이 돼야만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이런 말도 할 수 있다.

요지는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리더인 것은 맞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지 못하고 경제만 떠들어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의 말대로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수없이 많다. 시의 아름다움, 교육의 지혜, 젊음의 용기 같은 것이 GDP(국내총생산) 어디에 포함돼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하나도 반영돼 있지 않다.

그리고 예술은 몸으로 체득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해야겠다. 몸에 배어 있지 않은 요소들은 소용이 없다. 대선 때가 되면 후보들이 배우기 쉬운 색소폰을 들고 연주하는 척한다든지 드럼을 치는 흉내를 낸다든지 하는데, 쇼에 불과할 뿐 당사자의 예술성을 말해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예술성은 장기간에 걸쳐 연마되는 것이다. 가능성은 본능적으로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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