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구체적으로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를 살펴보자. 킹 교수에 의하면, 기독교 초기부터 그리스도인들은 결혼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하는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다가 기원후 200년이 돼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는 문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세기에서 2세기 사이에 활동한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그리스도인 중에는 결혼이 마귀가 세운 간음행위라 주장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고, 스스로도 사람들에게 예수를 본받아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10년에서 20년 후 신학자 터툴리아누스가 나타나 예수가 “결코 결혼하지 않았다”고 단언하고 그리스도인들도 결혼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보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예수님을 신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교리에서는 예수를 ‘진정으로 인간(vero homo)’‘진정으로 신(vero Deus)’이라고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인간적인 면보다 점점 신적인 면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신으로서의 예수는 인간과 같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스스로 고자’가 돼 결혼생활 같은 것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오로지 ‘천국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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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예수가 꼭 독신으로 살았다고 고집해야만 할까? 붓다처럼, 공자처럼, 소크라테스처럼 결혼했으면 안 되는가? 사실 예수가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다. 단 이런 논쟁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예수의 인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를 신으로만 취급해 그가 마치 하늘에서 온 외계인처럼 지구에 잠깐 다녀간 것으로만 믿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를 인간의 뜨거운 고뇌나 유혹과는 아무 상관없는 분쯤으로 생각하려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고, 예수를 다시 보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성경에 의하면 예수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은 자”(히브리서4:15)다. 그러면서 우리와 그렇게 다르신 분, 여기에 그의 위대하심이 있고, 그러기에 우리가 그를 따르고 그에게서 배울 점이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그의 결혼 여부가 아니라 그가 인류를 위해 보여준 위대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