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12월 경기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임진강 지류 사미천 변에서 육군 25사단 비룡부대 장병들이 북한에서 흘러온 목함지뢰를 탐지기로 찾고 있다.
스리랑카는 2009년 5월 타밀 반군과의 내전을 끝냈으나 마을, 숲, 농지에 매설된 지뢰가 지금도 사람들의 다리와 목숨을 노리고 있다. 내전 종료 이후 올해 6월까지 스리랑카 국방부는 약 50만 개의 대인지뢰와 1300여 개의 대전차지뢰, 40여만 발의 불발탄을 회수했다. 지뢰 제거 작업에 전문 인부 약 3600명을 배치했는데, 그중에는 이 작업을 위해 훈련된 전쟁미망인도 포함돼 있다. 내전 때 남편을 잃은 이들이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명분과 가족 부양을 위한 일자리를 얻고자 이 일에 뛰어든 것.
지뢰를 주로 묻는 지역은 국경지대다. 한국에서 지뢰의 대부분이 묻힌 곳도 휴전선 부근이다. 칠레와 페루가 맞닿은 국경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두 나라는 1970년대 치열한 국경 분쟁을 겪었다. 두 나라는 국경을 형성하는 강의 양안에 엄청난 양의 지뢰를 매설했다. 올해 2월 이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지뢰가 지면으로 드러났다. 양국은 이 지역 통행을 막고 매설된 지뢰의 공동 제거를 추진하고 있다. 40년 전 죽일 듯 다툰 이들의 후손들이 선대가 묻은 지뢰를 함께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이라크는 1980~1988년의 이란-이라크 전쟁,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을 겪었다. 이라크엔 2000만 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1991년 이후 이라크에서 지뢰 폭발로 인한 사망자는 어린이 2000명을 포함해 8000명에 달한다. 특히 이란·이라크 국경지역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이 지역의 일부 가난한 주민들은 지뢰를 캐서 이를 무장단체에 파는 방식으로 돈벌이를 하기도 한다. 이라크는 2018년까지 전국에 산재한 지뢰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비용 문제로 제거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97년 12월 3일 국제사회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대인지뢰전면금지협약(오타와 협약)을 맺었다. 156개 회원국이 이 협약에 서명했으며, 한국은 북한과의 대치라는 특수한 안보 상황 때문에 이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군사강국을 비롯한 36개 나라도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 협약 서명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전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내건 것은 ‘한반도(주한미군)의 예외적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등은 미국이 가입하지 않으면 협정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구실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지뢰 묻는 이는 모두 살인자”
카불에서 자동차로 2시간가량 걸리는 자불사라지 마을에는 매주 화요일 오후 카불에서 손님이 온다. 이들은 OMAR에서 자원봉사하는 여성들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각종 지뢰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다. 여성과 아이 100여 명이 초등학교 교실에 모여 있다. 다들 하늘색 부르카(아프가니스탄 전통의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몸 가리개)를 쓰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오늘 강의를 맡은 35세의 여성 마리암 씨가 말한다.
“저의 친척 아이 중 지뢰를 밝아 죽은 녀석이 5명이나 됩니다. 모두가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은 지뢰가 뭔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강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리려고요. 알면 조심하게 돼 사고가 덜 나겠지요.”
그가 지뢰가 그려진 그림을 칠판에 붙이며 설명한다.
“여러분 여기 보이는 지뢰는 꼭 반찬통처럼 생겼어요. 색깔은 군인이 입은 옷과 비슷하지요. 만지거나 건드리면 폭발해 눈을 다치고 다리가 잘립니다.”
강의를 듣는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강사의 얼굴을 쳐다본다. 마리암 씨가 덧붙여 말한다.
“어머니 여러분. 이 그림 잘 보셔야 해요. 아이들은 우리가 지켜야 하잖아요. 나비처럼 생긴 이 물건을 절대 줍지 말라고 가르치세요. 장난감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죽이는 살인 무기입니다.”
그가 만든 구호를 참석자들이 함께 외친다.
“지뢰는 우리 아이들을 죽이는 살인자.”
“나비 모양, 반찬통 모양, 그릇 모양의 물건은 모두 지뢰다.”
“지뢰를 묻는 사람은 모두 살인자.”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이 외침이 지구를 돌아 지뢰를 묻는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